여기는 요즘도 너무 덥습니다. 집에 있으면 너무 답답하고 더워 시내의 백화점에 갈 때가 종종 있습니다. 백화점 안의 에어컨 바람을 쐬다가 밖으로 나오면 정말 너무 덥고 땀이 줄줄 흐릅니다. 요즘 한국에서 동남아 특히 필리핀으로 영어연수, 은퇴이민을 많이 옵니다. 얼마 전 방영된 MBC 9시 뉴스에서 소개하기를 필리핀에서 150만원이면 충분히(식모 2명 두고 골프 평생 회원권을 갖고 여생을 마음껏 즐긴다고 함) 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필리핀으로 영어를 배우러 많이 오고, 소규모의 재산으로 사업을 하러 오는 분들도 많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저희가 있는 곳은 반군들이 여전히 활동을 하고 있고, 외국인 여행금지구역이며,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그런 낙후된 곳입니다. 필리핀에 공식적으로 500여명 한국선교사와 비공식적으로 1,000여명의 한국 선교사들이 있는데, 모르고는 잠보앙가 지역을 갈 수 있어도 알고는 절대로 가지 않는 그런 이미지가 나쁜 지역입니다. 그러다 보니 늘 여기에는 한국인 가정(자녀 포함)이 저희 한 가정뿐입니다. 필리핀이라고 해서 마닐라나 바기오, 세부 같이 한국 사람들이 많이 가는 그런 지역이 아님을 아시고 사역할 때 안전을 위해 많이 기도해주시길 간곡히 부탁을 드립니다. 선교지도 세월이 변함에 따라 유행지역이 있습니다. 요즘 필리핀은 정말 선교지에서 거리가 가장 가까운 지역입니다. 왜냐하면 필리핀처럼 선교하기가 쉬운 지역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있는 남부 지역의 특히 무슬림 지역은 예외이고요. 그러다 보니 필리핀으로 선교사나 언어연수생, 은퇴이민, 소자본으로 투자를 하려고 생각하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물론 대도시를 말하지만요. 그런 이미지가 저는 참으로 불편합니다. 그래서 어느 때는 정말 이런 마음도 있습니다. 저 멀리 아프리카나 중동의 미전도 무슬림 지역으로 선교지를 옮길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사실 제가 지금 있는 이곳은 감히 서양 선교사들이 마음 놓고 사역할 수 있는 지역이 아닙니다. 저는 그들과 생김새도 좀 비슷하고 살도 많이 검게 타서 저를 특별히 누가 외국인으로 보질 않는 편입니다. 한국에 가면 선교사도 선교헌금모금을 해야 하고 선교보고를 해야 하는데 때로는 문전박대를 당하는 경우도 없지 않아 있지요. 하물며 본 교회 담임목사도 저를 잘 이해 못하니 마음이 답답할 때가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두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정말 복음이 필요한 곳엔 불편하다는 이유와 힘들다는 이유, 자녀교육이 어렵다는 이유, 문화시설이 불편하다며, 가능하면 선교도 열심히 하고 자녀교육도 마음껏 시키고 같은 한국 선교사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 살기를 희망합니다. 저도 어느 때는 그런 것을 그리워하다가도 하나님 앞에 바로 회개할 때가 많습니다. 모두가 좋은 곳만 찾아 선교지로 떠난다면 니느웨 같은 도시는 정말 갈 선교사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요나처럼 어리석고, 고집 센 자를 니느웨로 보낸다는 것입니다. 선교지는 골라 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에 따라 순종하며 아브라함처럼 갈 때 거기에 바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우리가 있는 것은 우리에게 할 일이 있다는 것입니다. 오정윤 선교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