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끝나고 방과후학교 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아 고개를 돌리니 엄마였어요. 그렇게 보고 싶었던 엄마였지만 나도 모르게 눈길을 멀리하다가 미니밴이 도착하자 서둘러 타게 됐어요. 엄마한테 ‘보고 싶었어요, 사랑해요’라는 말은 고사하고 쳐다보지도 못하고요. 그날 저녁 아빠가 ‘오늘 잘 보냈니?’ 하고 물어봤을 때 아무 말도 못하고 내 방으로 들어왔지요.
자녀와의 만남 막는 일 없어야
부부간은 무촌, 부모자식간은 일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부부란 둘 사이의 간격이 없을 만큼 가까운 사이가 되다가도 돌아서면 전혀 관계없는 무촌이지만 부모자식간은 무얼 해주고 안해 주고를 떠나 가장 가까운 일촌의 관계라는 말이겠지요. 자녀들에겐 양쪽 부모를 위한 자리가 나란히 있는지, 한쪽 부모가 온갖 사랑과 정성을 쏟는다 해도 한쪽 자리가 비게 되면 그들이 성인이 되어도 허전해할 뿐 아니라 혹시 떠나간 부모를 홀대한 경우가 있었다면 두고두고 마음 아파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양육을 맡고 있는 부모는 자신이 채울 수 있는 자리의 한계를 깨달으며 헤어진 배우자의 부모로서 가지는 권리를 존중하여 자녀와의 만남을 막는 일이 없어야 됩니다. 그 배우자의 부모나 형제들이 자녀를 만나보고 싶어 할 경우, 두 번 보고 싶지 않은 처가 혹은 시댁 식구일지라도 자녀들과는 따뜻한 피를 나눈 할머니, 이모, 고모, 삼촌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자녀란 하나님께서 맡기신 선물이며 자신은 단지 청지기임을 기억하면서 그들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떠나간 부모와의 만남 속에 사랑을 표현하는 것을 허락하셔야 할 것입니다.
다음은 곁에서 자녀들의 자라남을 관심과 사랑으로 지켜봐줄 수 있는 친지나 주일학교 교사들이 시도했으면 하는 내용입니다.
부모님들이 서로는 사랑하지 않더라도 자녀들을 계속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하면서 어떻게 부모님께 사랑을 표현해야할 지를 나누어 보십시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난 후와 자기 전에 간단한 인사를 나누는가, 식탁에서 무엇을 말하는가, 부모님께 순종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 사랑해요 라고 가끔이라도 말하는가에 대해 나누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밖에 안타까운 경우지만 떠나간 부모가 찾아오지 않아 혹은 동거 부모님이 만남을 금지해서 거의 못 보게 되더라도 두 부모님을 사랑하고자 마음먹어야 한다고 알려주십시오. 떠나간 엄마나 아빠에 대한 섭섭한 마음이 앞서 사랑이라는 용어 자체가 힘겹게 다가올 수 있지만, 사랑은 따뜻한 기분이상의 것이며 선택과 결정에 달린 것이라고 말해주며 마음에 정하면 가능한 것임을 가르쳐 주십시오. 또한 성경에서 ‘하나님 여호와의 명한대로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가 생명이 길고 복을 누리리라’ (신5:16) 등의 권면의 말씀이 있는 것을 말해주며 아무쪼록 하나님 말씀대로 살아가자고 설득하십시오. 더불어 하나님은 ‘너를 사랑받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셨고 주위에 너를 아끼며 관심가진 사람들이 있다’고 격려하십시오.
다음으로 성경말씀 중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시던 장소에 계시던 어머니 마리아를 제자 요한에게 ‘네 어머니처럼 잘 모셔 달라’고 부탁하시는 내용을 나누면서(요19:26,27) 무슨 일이 일어났던지 부모님께 효도하며 사랑을 표현하자고 나눈다면 그들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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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