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한 설계”

백운영 목사 (GP 선교회)

믿음의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미래를 설계하고 그것을 위해서 실행에 옮기는 일을 신앙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특히 2000년 이전에 선교사가 은퇴 계획을 말하면 하나님의 주권을 믿지 못하고 믿음이 없는 사람처럼 여겼습니다. 그러나 선교사는 삶의 모든 부분에서 하나님만 의지하고 그의 공급만을 기대해야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최근에 많은 선교 단체들이 선교사들에게 은퇴를 계획하고 그 이후의 삶을 위해서 준비하는 세미나를 진행하며 대안이 없던 사람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GP 선교회에서는 말레이시아에서 관심있는 선교사 여러 명에게 재정적인 준비만 아니라 전문성을 갖추고 그것을 위해서 자기개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믿음이란 하나님을 믿고 신뢰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해야 하는 책임을 감당하며 최선을 다하는 두 가지의 분량을 요구합니다. 최근에 선교지에서 오랫동안 사역하던 분들이 갑자기 이런저런 병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건강은 그 누구도 자신하지 못하는 것을 실감합니다. 아니, 오랫동안 지원하던 교회가 갑자기 재정을 끊거나 상황이 갑자기 바뀌는 경우를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교사만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다간 그 미래가 우리를 참담한 상황으로 밀어 넣을 수가 있다는 가정을 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한때는 시간이 있었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 즐기지 못했고 이제 경제적인 여유가 주어지니까 반대로 건강이 따라주지 못해서 은퇴 후 삶의 여유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을 목격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신없이 무엇을 위해서 달려갔는지 모를 지나간 세월이 야속하고 계획하지 못한 시간에 자책감이 든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 인생에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어도 지금과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그렇게 했으면 좋았을걸"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런 미래를 삶의 계획 속에 담아내면 앞으로는 후회없는 인생이 설계되는 것입니다. 선교사들이 모여서 현재 여유가 없더라도 규정에 따라 조금씩 저축도 하고 은퇴 연금에도 가입하고 건강을 위해서 하루에 적정한 시간을 운동도 하자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이곳 말레이시아에는 여러 여행객들이 방문합니다. 물론 젊은이들이 대부분 이지만 때론 나이가 지긋한 부부를 볼 때도 여러번 있었습니다. 특히 몇 지역을 기차로 이동하면서 서구에서 여행 온 70대, 80대 분들을 가끔 만나곤 합니다. 저희는 재정 절약을 위해서 기차로 이동했지만, 연세가 지긋한 부부가 이국땅에서 기차 여행을 하는 것이 새삼스럽게 보였습니다. 그것도 언어와 문화가 다른 지역에서 무거운 가방을 끌어가면서 기차와 버스로 여행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에는 여유가 넘쳤습니다. 그들과 대화해보면 젊을 때부터 이런 미래를 꿈꿔왔다는 것입니다. 즉흥적으로 여행에 나선 것이 아닌 이미 오래전부터 그런날 들을 위해서 계획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건강을 지키는 운동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계획한것을 실행에 옮겼으니 얼마나 즐거운 여행이 되었겠어요? 이런 마음의 여유는 계획하고 준비하고 실행할때 주어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영적인 삶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하나님과 멀어졌고 나 자신의 욕심대로 살아갔던 과거를 후회만 하지 말고 이제라도 돌이키고 하나님 앞에 나아오는 것이 지혜입니다. 어영부영 삶을 보내고 실속없이 세월을 까먹었다고 생각이 들 때가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성찰의 시간이 되는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여호와께로 돌아오는 결단은 우리 삶에 새로운 활력을 주게 됩니다. 더 늦기 전에 부부가 함께 하나님 앞에서 찬양하고 말씀을 같이 읽는 시간은 세상의 다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가 됩니다. 세상에서 미래를 위한 가장 큰 투자는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입니다. 바로 이곳 말레이시아 사역에서 가장 큰 기쁨은 이런 가정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을 목격하는 것입니다. 예배가 없던 곳에 예배가 세워지고 그리스도의 이름이 불리지 않던 곳에 그 이름이 불려지고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여호와를 알자, 힘써 여호와를 알자" (호 6:3)

gypaek@hotmail.com

 

09.21.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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