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함을 감당하는 성도

김요섭 목사 (열매교회)

뉴욕에서 목회하는 친구 목사님 부부가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하여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태평양 해안을 따라서 펼쳐진 자연 환경과 야생화를 보며 아주 행복해하면서 즐겁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뉴욕의 높은 빌딩들과 울창한 나무숲들만 보다가 답답하지 않게 탁 트인 광경과 자연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치유가 되는 듯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목사님 내외분은 이미 서부의 3대 캐년(협곡)인 자이언캐년, 브라이스캐년, 그랜드캐년을 구경하셔서 어디를 보여드릴까 고민하다가 팜스프링스(Palm Srpings)를 가기로 했습니다. 팜스프링스는 온천으로 유명하지만 온천 이외에 방문하여 볼 만한 곳이 두 군데 있습니다. 죠슈아트리국립공원(Joshua Tree National Park)과 팜스프링스 에어리얼 트램웨이(Palm Springs Aerial Tramway)입니다.

우리는 약 1시간 40분 걸려서 에어리얼 트램웨이에 도착했습니다. 에어리얼 트램웨이는 산하신토 (San Jacinto, 해발 3,302미터)의 산맥에 올라가도록 하기 위해서 1963년에 완공된 세계 최대 규모의 회전식 공중 케이블카입니다. 탑승객 정원 80명이 해발 2,645피트(806미터)에서 탑승하여 8,516피트(2,597미터)까지 수직으로 올라가도록 설계된 케이블카입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광활하게 펼쳐진 광경을 보면 답답한 마음을 떨쳐 버리게 됩니다.

목사님 사모님께서 설레는 마음으로 케이블카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케이블카에 탑승하자마다 목사님의 팔을 잡으십니다. 케이블카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사모님의 양손은 더욱 목사님의 팔을 힘껏 잡으십니다. 그러자 목사님께서 웃으시면서 제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제 아내는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높은 곳에 잘 올라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높은 곳에 갈 때는 저의 팔을 의지합니다. 제가 유일하게 아내에게 쓸모가 있는 때입니다. 평지에서는 아내가 저 없어도 혼자서 잘 지내는데 높은 곳에 갈 때만 저를 찾고 의지합니다.” 

모든 것을 다 갖춘 사모님처럼 보였지만 고소공포증이 있으셨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남들이 가지고 있지만 자신에게는 없는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나의 연약한 부분과 약점을 채워주게 하시려고 배필을 주셨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하십니다. 목사는 성도님들을 통해서, 성도님들은 목사와 또 다른 성도님들을 통해서 자신의 부족이 채워지게 됩니다. 하나님은 나를 통해서 누군가의 연약함을 감당하기 원하십니다. 누군가의 약함을 짊어지기 원하십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의지가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나의 도움이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가 됩니다. 나의 말이 누군가에게는 큰 용기가 됩니다.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것을 가지고 누군가에게 부족함과 연약함을 채워주며 살아가는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나의 따뜻한 손길, 나의 부드러운 행동, 나의 믿음의 말이 한 영혼을 생명의 길로 인도하고 있음을 꼭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yosupbois@gmail.com

06.08.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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