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대학가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전쟁으로 인해 캠퍼스 안에 텐트까지 치면서 강하게 반전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테러가 시작된 이래 현재까지 3만5천명의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이 전쟁의 끝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짐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학교측을 대상으로 몇 가지 요구조건을 제시하며 투쟁하고 있습니다. 각 학교마다 요구하는 내용들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인 내용은 비슷합니다.
가장 강하게 요구하는 내용은 이번 전쟁을 통해서 돈을 벌고 있는 기업체나 연구기관에 투자된 자금을 회수하고 더 이상 투자하거나 도와주지 말라는 것입니다. 미국의 명문대학들이 기부를 통해 받은 돈의 양은 엄청난 규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소재한 대학들이 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전체 투자금액의 0.1%에 불과합니다. 0.1%의 지분을 가진 대학들이 기업체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극히 미미합니다. 더군다나 0.1%의 지분을 가진 대학들이 그 지분마저 팔게 되면 그나마 조금이라도 영향력을 주던 그것마저도 사라지게 될뿐만 아니라 0.1%의 지분을 구입한 다른 투자자들은 대학교 보다 훨씬 더 경제적인 이익에만 집착하게 되므로 이 또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합니다.
또 다른 요구조건 중의 하나는 대량살상용 무기를 개발하는 연구분야에 대학들이 참여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이 요구사항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적국(敵國)에서는 계속 연구하고 투자하는데 우리측에서 연구하지 않는다면 미래에 더 비윤리적이고 비참한 결과가 우리에게 나타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염려가 있습니다.
전쟁이 지속되면서 고액의 기부금을 대학교에 보내던 많은 기부자들이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현했습니다. 고액의 기부금을 하바드대학에 낸 후 자녀나 손자가 입학허가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42.2%인 반면 기부금을 내지 않은 일반 지원자들이 입학허가를 받을 가능성은 6%에 불과합니다. 기부금을 내게되면 입학허가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무려 7배나 더 높아진다는 사실이 2019년 입학자료를 분석하면서 공개되었습니다. 하바드 대학과 같은 명문대학의 경우에도 기부금 재정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영역인데 그런 기부금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전쟁으로 인해 현저하게 줄어듦으로써 대학측에 또 하나의 고민거리가 생긴 것입니다.
뚜렷한 해답이 없는 현실을 바라보며 학생들의 요구와 대학교측의 고민을 통해 전쟁과 폭력은 우리 모두가 원하지 않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폭력이 우리 주변에서 떠나지 않는 현실을 통해 인간 속에 존재하는 악의 실체를 보게 됩니다. 이 악의 실체를 이길 수 있는 길은 진부(陳腐)하게 보일지 모르나 우리의 삶을 통해 증명된 ‘예수의 복음’임을 다시금 마음에 새기며 오늘 우리가 가야 할 길을 확인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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