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과 이완

노창수 목사 (남가주사랑의교회)

이곳에서는 수시로 긴장감이 고조되는 경험을 합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지? 왜 이렇게 사람들이 꾸무럭거리지? 시간이 없는데... 과연 제때?’.... 또한 이곳에서는 긴장이 이완되고 안정감을 찾는 경험도 합니다. ‘왔다. 움직인다. 들어간다. 이제 됐다.’...

과연 이곳이 어디일까요? 바로 항공기 탑승 게이트입니다.

비행기 탑승 게이트에 도착하려면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출발 2~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서 탑승 수속을 하고, 탑승권을 발급받고, 수화물을 위탁하고,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고, 출국 심사 받고, 그리고 항공기 탑승을 위해 빠른 걸음으로 게이트로 향합니다.

여기까지는 당연히 여행자들이 감당해야 할 스트레스입니다.

그런데 종종 탑승 게이트에 도착한 후에도 빈번한 비행기 연착이나 결항으로 불안감과 긴장감이 증폭될 때가 있습니다. 여행의 목적이 휴가이거나, 직행이면 그래도 괜찮지만, 비행기 환승을 해야 한다면, 혹은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참석해야 할 중요한 일정이 있다면 출발지의 비행기 연착은 이미 느끼는 긴장감을 증폭시킵니다. 만일 이런 문제가 기상악화나 천재지변으로 생겼다면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하지만 비행기 기체의 고장, 전편 비행기의 늦은 도착, 승무원의 부족, 기장의 늦은 출근, 사라진 승객의 짐 등등... 비행사가 잘못 운영해서 생기는 연착과 결항은 승객들의 불만족 지수를 극도로 높입니다.

몇 년 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미션 유럽에 참석했습니다. LA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데, 전편 비행기가 늦게 게이트에 도착해서 출발이 45분 연착되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마드리드행 비행기로 환승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매우 촉박했습니다.

“도착 게이트에서 환승 게이트까지 거리가 얼마나 걸릴까? 어떻게 앞 좌석 승객들을 뚫고 빨리 항공기를 빠져나가지? 승무원에게 부탁하면 먼저 내리게 해 줄까? 다음 비행기를 놓치면 어떻게 하지? 나로 인해 컨퍼런스에 지장이 생기면 어쩌지?” 생각할수록 점점 긴장감이 증폭 되었습니다.

그런데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하자, 승무원이 저처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승객들이 먼저 내리도록 배려해 주었습니다. 비행기 활주로에 미리 준비된 밴에 탑승할 수 있었고 밴 기사님이 마치 Door to Door 서비스처럼 활주로를 가로질러 가서 환승 항공기까지 태워주었습니다. 무사히 다음 비행기에 탑승한 후에, 비로소 고조되었던 긴장감이 이완되고 안정감을 찾았습니다.

누구는 생활 속에 적당한 긴장이나 스트레스가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충분히 동의합니다. 삶에 아무런 긴장감이 없으면 나태해지고,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기도 하고, 무책임해 집니다. 반면에 적당히 긴장할 때, 좀 더 조심하게 되고, 실수가 적어서 사고가 날 위험이 줄어듭니다. 적당한 긴장감이 삶의 활력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신앙생활에도 긴장감이 필요할까요?

아무런 긴장감이 없이 몸과 마음이 마냥 편해지면 하나님에 대한 갈망도 적어집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첫사랑은 먼 추억과 같습니다. 점점 하나님과 멀어지고, 점점 영성을 잃어 갑니다. 반면에 영적인 긴장감은 하나님을 찾게 합니다. 하나님의 돕는 손길을 구하고, 하나님만을 바라보게 하고, 하나님만 의지하게 합니다.

축복의 통로 여러분! 우리 모두 삶의 현장에서 영적인 긴장감을 가지고 삽시다. 그리하여 주님 안에서 영적인 안정감과 쉼을 누리는 축복을 누립시다. 

02.24.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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