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얼마나 가져야 만족할까? 진정한 만족으로 인하여 행복을 누릴 수 있으려면 얼마나 가져야 하는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 나름의 통찰력을 제공한 책을 읽었다.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로 번역되었는데 원제목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Repacking Your Bags : Lighten Your Load for the Rest of Your Life.” 당신의 가방을 다시 싸라. 당신 인생의 후반부를 위해 짐을 가볍게 하라. 이 책의 서문에 딕이라는 사람이 팀장이 되어 동부 아프리카 세렝게티 고원지대를 12명과 함께 여행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딕은 첨단소재로 만들어진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간다. 그 배낭에는 수많은 버클, 걸쇠, 지퍼가 달려 있었고, 크고 작은 주머니들이 칸칸이 붙어 있었다.
그러다가 아프리카 원주민인 마사이 부족 코이에라는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난다. 코이에는 키가 크고 비쩍 말랐으며 그의 짐이라고는 창 한 자루와 막대기 하나뿐이었다. 코이에는 딕이 짊어지고 가는 배낭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고 그 안에 무엇이 그리 많이 들어있는지 궁금해 했다. 기다렸다는 듯 딕은 코이에를 위해서 자랑스럽게 배낭 안에 있는 것들을 다 꺼내 보여주었다. 각종 식기용품, 가위, 칼, 삽, 나침반, 망원경, 지도, 수첩, 필기구, 각종 옷가지들, 비상약, 응급치료도구, 무엇이든 보관할 수 있는 방수 봉투 등등이 수없이 쏟아져 나왔다. 코이에는 작은 쇼핑센터와도 같은 딕의 배낭 안의 짐들을 하나하나 뜯어보고는 이렇게 진지하게 물었다. “이 모든 것이 당신을 행복하게 해줍니까?” 짧지만 깊은 울림이 담긴 이 질문을 받고 딕은 온 몸이 굳어져버렸다. 딕은 코이에의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이번 여행을 위해서 자기가 짊어지고 온 짐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었는지, 또한 자신이 평생에 걸쳐 짊어진 짐들이 자신을 행복하게 했는지 쉽게 대답하지 못하였다.
솔직히 어떤 것들은 자신을 행복하게 해준 것도 인정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것들이 더 많았음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정말이지 계속 짊어지고 다녀야 할 만큼 중요한 것들은 몇 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날 출발에 앞서 배낭을 꾸리면서 더 이상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는 물건들을 골라서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남은 여정을 마칠 때까지 그렇게 나눠줘 버린 물건들에 대해 후회하는 마음이 결코 생기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배낭이 가벼워진 만큼 딕은 남은 여행 동안 등짐이 가벼워진 이상으로 마음도 홀가분함을 느꼈다.
우리가 마사이 부족처럼 살 수는 없다. 창 하나, 막대기 하나만 들고 어떻게 세상을 살겠는가? 그러나 우리가 지니고있는 이 모든 것들이 있어야만 우리가 진짜 행복한가 하는 질문에 정직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에 미국의 작가이자 유튜브 구독자 144만 명을 보유한 인플루언서인 마크 맨슨이 한국을 여행하고서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국가라고 한 것은 충격적이다. 그는 한국이 경제적, 문화적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지만 깊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한국인들은 경제적으로 그렇게도 열망하던 선진국 대열에 오래 전에 들어가 있고, 뿐만 아니라 K-컬쳐를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나라가 되었지만, 과도한 경쟁의식과 잔인한 교육 시스템으로 인해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겨주었고 심리적으로 낙심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에 사는 한인이민자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현재 한국은 세계 1위 자살 국가라는 오명을 20년째 떨치고 있는 것처럼 한인이민자들의 자살률이 아시아계에서 가장 높으며 타인종에 비해 무려 2-3배나 높다. 전문가들은 한인 특유의 성공 지상주의와 치열한 경쟁, 경제적 실패에 대한 두려움, 남을 의식하는 체면 중시, 우울증 등 정신질환 선입견과 대처 부족 등으로 분석한다. “우리가 세상에 아무 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딤전6:7,8) 이제 무엇을 더해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덜어야 행복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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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4.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