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서 목사 (엘크그로브 가스펠교회)
제가 처음 유학을 와서 살던 동네에서는 매년 마라톤 대회가 열려서 세계 각국의 유명한 마라톤 선수들이 몰려오곤 했습니다. 마라톤 출발선에는 수백명의 선수들이 조금 더 빨리 출발하려고 좋은 앞자리를 차지하려는 기싸움이 대단하였습니다. 출발을 알리는 신호와 함께 있는 힘을 다해 박차고 뛰기 시작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여유있게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며 서두르지 않고 달리기 시작하는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무려 42.195 Km(약 26mile)나 되는 장거리를 달려야 하는 관계로 체력 안배를 잘하고 끈기있게 페이스 조절을 잘하는 선수들이 마지막 결승점에 좋은 성적으로 통과하는 모습들을 보았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우승한 선수들을 보면 대개 마지막으로 갈수록 오히려 아껴두었던 힘을 발휘하며 결승점을 향해 고도의 집중력과 끈기로 경쟁 상대들을 물리친 사람들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후 도망 중이던 청해진해운 소유주이자 구원파 교주인 유병언씨가 밭에서 시신이 다 썩은 채 발견되었고 40여일이 지나서 그 시신이 고 유씨임이 밝혀진 일로 한국은 다시 한번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는 듯 합니다. 한국의 대표적 기독교 이단 중의 하나인 구원파 교단에 속한 신도들이 무려 십만여 명이나 된다고 해서 놀랐지만, 사라진 교주의 파렴치한 사생활과 그 일가족의 사치스러운 삶들이 속속 밝혀진 후에도 그들을 비호하고 추종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종교를 가장한 사이비 이단의 영향력과 폐해가 얼마나 큰지 다시 한번 절감하였습니다.
주위에 가족도 없이 돌봐주는 사람도 없이 밭에서 신세를 한탄하며 죽어갔을 유씨의 마지막을 생각해보니, 살아생전 그가 누렸던 모든 명성과 부귀영화가 다 무슨 소용인지 그저 측은할 뿐이었습니다. 이단이란 말 자체가 설명해 주듯이 앞에 보이는 것은 비슷해 보이지만, 뒤에 숨은 전혀 다른 꼬리가 실제 본 모습과 정체를 드러내준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단의 개념을 좀 더 확대해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사실은 가장 전형적인 이단의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용두사미의 문화입니다. 모두가 화려한 용을 꿈꾸며 용의 머리가 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가도록 인간을 세뇌시키는 것이 바로 이 세상입니다. 비록 세상적 성공을 이룬 것 같아도 종국엔 뱀의 꼬리로 전락해버리고 마는 것을 알지 못하고 한평생을 속고 사는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넓고 화려한 문을 열고 욕망과 출세의 길을 걸어가다가 결국은 하나님의 진노의 심판의 대상이 되고 마는 어리석은 삶이야말로 진짜 무서운 이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성경은 정반대로 하나님의 길은 그 시작은 비록 미약해 보이고 초라해 보이지만 그 끝이 창대함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주님은 주옥같은 산상수훈 설교에서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고 하셨습니다. 그 문은 생명으로 인도되는 문이며 영원한 천국으로 인도되는 문이기 때문입니다. 2000여년이 흘렀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넓고 화려한 문으로 들어가기에 힘씁니다. 그 문이 자신을 멸망으로 인도하는 길인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유병언씨의 인생이 우리 그리스도인들과 목회자들에게도 교훈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는 정말 주님이 원하시는 길을 걸으며, 좁은 문으로 들어가 주님 앞에 설 날을 정말 준비하며 살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아니면, 천국의 영생이 보장되었다고 믿고, 남은 인생을 세상 사람들과 다름없는 물욕과 쾌락을 조금 더 누리며 명예와 지위나 탐하며 사는 위선적인 삶을 살고 있지는 않는지 겸허하게 돌아보아야 합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얽매이기 쉬운 죄를 벗어버리고 인내로써 우리 앞에 당한 경주를 하라”고 권면합니다. 남은 인생의 경주를 믿음과 인내로 승리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