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토럼 돌풍, 현실정치에 무릎 꿇다!

샌토럼 돌풍, 현실정치에 무릎 꿇다!

[공화당 대선주자인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이 10일 경선 중도포기를 전격 선언했다. 샌토럼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펜실베이니아 게티스버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나의 대선레이스는 이제 끝났고, 우리는 오늘부터 선거운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면서 오는 11월 6일 본선에서 공화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이길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치에서 소위 “기독교 우익”의 재건을 다져가는 주자로 발돋음한 샌토럼 후보의 전격적인 사퇴에는 바로 “현실 정치”의 벽을 넘기에는 아직은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미 언론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대선에서의 본선 경쟁력을 강화하기위해 공화당 중도 진영은 계속해서 경선 2위를 달리고 있는 샌토럼 후보에게 사퇴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2008년 대선주자이자 원로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조차 예비경선 2위를 달리고 있는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에게 ‘명예로운 퇴진’을 요구했다. 이는 11월 대선에 나설 후보를 인선하기 위한 공화당의 예비경선 과정이 장기화할수록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가 반사이익을 챙길 것이라는 우려감 때문이었다. 대권 경쟁력 확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지자 샌토럼 후보는 10일 경선 중도포기를 전격 선언했다. 바로 대의원 수 열세와 대권에서의 경쟁력 즉 자금과 인력 동원 그리고 정치 신인이라는 점들이 작용했다.]

미 언론은 한마디로 릭 샌토럼 후보의 약진을 보수주의의 승리라고 평가한다. 특히 정치적 신인이기에 갖는 정치 자금이나 인력 동원 등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금력과 지명도가 높은 롬니 후보와 경합을 벌여 11개 주에서 승리를 일궈냈고 수백만 표를 얻었기 때문이다. 결국 롬니 후보는 2012년 대선을 수년 전 부터 준비하면서 막대한 자금력과 선거 캠페인으로 더 많은 대의원을 확보했지만 샌토럼 후보 진영은 보수적인 메시지로 유권자들을 마음을 움직였다.

샌토럼 전 의원은 공화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첫 경선 전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승리를 시작으로, 당 안팎의 예상을 깨고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롬니 전 주지사와 양강 구도를 형성해왔다. 특히 그는 자금과 조직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발로 뛰는’ 선거운동을 통해 바닥 표를 훑으며 선전했으며 중도성향이 강한 롬니 전 주지사에 맞서 보수층을 겨냥한 전략으로 일각에서 `보수 대표주자’라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대의원 확보 경쟁에서 롬니 전 주지사에게 크게 뒤진 데다, 오는 24일로 예정된 펜실베이니아 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도 패색이 짙어지면서 포기를 선언했다. 이날 CNN방송 집계에 따르면 샌토럼 전 의원이 지금까지 확보한 대의원 수는 275명으로 롬니 전 주지사(651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아울러 ‘3염색체성 18(trisomy 18)’이라는 선천성 장애를 앓고 있는 막내딸 이사벨라의 건강 문제도 중도포기의 요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그의 가족도 자리를 함께 했다.

2012년 공화당 경선에서 샌토럼 후보가 지금까지 “돌풍”을 형성하게 된 것은 바로 공화당내 기독교 복음주의 신자들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보수주의’ 세력들의 연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동안 동성애자 결혼과 낙태 문제 등 사회적 이슈에서 강한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고 가족의 가치를 주창해온 릭 샌토럼 후보만이 성경적인 가치관을 삶과 함께 정치 현장에서도 실천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최근 바나 리서치의 설문 조사 결과도, 복음주의자들이 어느 정도나 샌토럼 후보를 지지하는 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바나리서치는 만약 오늘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경우, 재선을 노리는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예비 주자 3 명간의 지지율을 설문 조사했다.

먼저 롬니 후보와의 대결 구도 시, 지지율은 한 자리 단위 싸움이다. 즉 52% vs. 48%로 오바마 대통령이 우세를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롬니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미지근한” 세력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롬니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 즉 오바마 후보를 지지할 수 있는 유동층이라는 점이다. 결국 48%의 지지자들 중에서 2/3만이 롬니 후보의 부동층이기에, 본선에서의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반면에, 샌토럼 후보와의 대결은 한마디로 박빙의 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판명된다. 일단 51%의 지지율로 샌토럼 후보가 49%의 오바마 대통령을 앞선다. 롬니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과는 달리, 샌토럼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한마디로 ‘일편단심’이다.

따라서 51%의 지지자들 중에서 80% 이상이 대통령 선거 경선에서도 투표한다고 응답하고 있다. 결국 진보와 보수 양극간의 힘겨루기이기에 미지근하게 중도를 표명하는 유권자는 롬니 후보에 비하면 작다. 따라서 바나 리서치는 오늘 민주, 공화 양당 간의 후보를 지지했다가 11월 대선 시에 지지하는 후보를 변경할 수 있는 가하는 설문에서 샌토럼 후보만이 오바마 대통령과 동등한 지지를 받고 있다. 깅그리치 후보는 13%, 롬니 후보는 23%를 샌토럼 후보에게 뒤쳐진다.

만약 현재 공화당 경선 구도처럼 롬니 후보의 대세론이 탄력을 받아 대권 주자가 돼 오바마 대통령과 한판 승부를 벌인다면 47%의 유권자들은 11월 선거 당일까지도 지지도를 바꾸어 상대방 후보에게 투표할 수 있다는 결과가 흥미롭다. 한마디로 보수성향의 공화당 주자로서 롬니 후보의 차별성이 샌토럼이나 깅그리치 후보에 비해 취약하다는 점이다.

복음주의적 크리스천들은 미 성인 인구 중 7% 정도에 해당되고, 언제든지 지지하는 후보를 변경할 수 있는 유권자들 중에서 10%정도를 차지한다. 따라서 이들은 공화당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서 불과 3-5%만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결의를 보인다. 그러나 샌토럼 후보에게는 거의 70% 이상의 복음주의적 크리스천들이 몰표를 던지고 있다. 그만큼 자신들의 신앙이나 이념을 대변할 수 있는 정치가로 샌토럼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 정치의 벽은 아직 샌토럼 돌풍이 무너뜨리기에는 높기만 하다. 즉 샌토럼 후보가 신인으로서 강세이긴 하지만 경륜이 부족하고 전국적인 인지도가 낮다는 점에서 행정경험이 풍부한 롬니 주지사가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박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11월 6일 치러지는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후보 간의 경합은 진보와 보수 간의 치열한 한판 승부가 된다. 공화당 일각에서 내놓고 있는 “본선 경쟁력”이 과연 주지사와 기업인으로서 성공한 롬니 후보에게 있는지, 아니면 공화당이 표방하고 있는 미국 정치의 보수적 이념이나 원리들을 실천할 수 있는 샌토럼 후보에게 있는지를 유권자들이 뽑기도 전에 현실 정치는 샌토럼 후보에게 사퇴를 종용했다.

그러나 제리 팔웰, 제임스 답슨 목사 등을 중심으로 미국 정치에서 ‘기독교 보수주의’ 또는 ‘기독교 우익’의 미래는 다시 새벽을 향해 진행되고 있다. 바로 신앙과 삶에서 신앙인으로서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성경적인 가치관들을 정치 현장에서 천명하고 있는 릭 샌토럼 후보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 언론은 2012년 대선보다는 2016년 대선을 기약한다. 이제는 더 이상 정치 신인이나 경륜 부족이라는 이유로 현실 정치에서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현실 정치를 개혁할 수 있는 거인으로, 샌토럼 후보가 등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