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2011년의 정상에서

송상현 목사 (로스앤젤레스장로교회)

정상을 향해 첫 걸음을 내딛었던 것이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우리는 드디어 정상에 올라와있습니다. 너무 높고 협착해서 험준하게만 보이던 산길을 힘겹게 12달을 쉼 없이 성실하게 걸어 올라왔습니다. 힘에 겨워 중도에 포기하고 주저앉은 사람들의 짐을 함께 져주고 격려하면서 우리는 함께 정상까지 왔습니다. 길 가에 있는 가시에 찔려 피를 흘리기도 하고, 돌 뿌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짐승 때문에 놀라 가슴을 졸이던 때도 있었습니다. 길을 잘못 들어 앞서가는 사람들을 놓쳐서 길을 잃고 낙오자가 될까 속이 타던 때도 있었습니다.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정상에 서기 위해 남몰래 흘린 눈물도 있었습니다. 소리 없는 고통도 있었습니다. 설명하기도 어려운 오해도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말 할 수 없는 안타까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사랑과 믿음으로 극복하고 이제 우리는 정상에 섰습니다.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등산객 같이 어려운 시간이 지나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여유 있게 솔바람에 식히고 있습니다. 정상에 올라온 자들만이 경험할 수 있는 기쁨입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아래서 부대 끼고 살아갈 때 보지 못했던 주위환경과 먼 곳을 쉽게 내다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정상에 서보니 길이 보이는 것을, 아래서는 구름에 가리고, 나무에 가리고, 사람에 치이면서 낙심하고 좌절하고 정상을 향한 등산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산 사람들은 산에서 길을 잃거나 어려우면 더 높이 올라가라고 했습니다. 높이 올라가면 아래의 길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정상에 선 여러분들에게 박수를 쳐드립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축복하고 사랑합니다. 그러나 정상은 우리 인생의 종착지(destiny)가 아닙니다. 더 높은 곳을 향해 가기 위해 잠시 쉬어 가는 곳입니다. 지금의 정상은 더 높은 곳을 마주하고 설 수 있는 장소입니다. 더 높은 곳을 향해 구체적인 꿈을 꾸고 계획을 세우는 곳입니다. 더 높은 정상을 위해 또 하나의 베이스캠프(base camp)를 구축한 곳입니다.

우리는 잠시 후면 땀을 닦고 일어나 앞에 있는 ‘2012’이라는 팻말의 입구를 통과해 산 정상에 초점을 맞추고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해야 합니다. 아무리 높고 험난해도 우리를 인도하는 최고의 안내자가 앞서 가십니다. 정상에서 하나님과 예수님이 “이곳으로 올라오라” 우리를 부르고 있습니다. 곁에서는 성령님이 “저곳을 향해 어서 가자!”라고 격려하고 있습니다. 지도자들은 “이쪽입니다, 어서 갑시다” 라고 길을 안내하며 힘을 북돋아주고 있습니다. 또한 곁에는 수많은 신앙의 동역자, 동반자들이 “인도자를 따라 어서 같이 갑시다”라며 밀고 당겨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보기 힘든 진정으로 아름다운 행렬입니다. 결코 홀로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즐겁습니다.

함께 정상까지 올라온 여러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더 높은 곳으로 향해 함께 가십시다. 정상의 기쁨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십시다. 우리의 믿음의 배낭을 다시 점검하고, 구원의 투구를 쓰고, 복음의 신을 신고 정상을 향해 가십시다. 주님의 깃발을 앞세우고 믿음의 공동체가 정상을 향해 소리치십시다. “아멘, 할렐루야!” 들려오는 메아리와 함께 정상에 서있을 우리들을 생각하며 벌써 가슴이 벅차옵니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발걸음도 가볍게, 승리의 개가를 부르며 오를 멋지고 아름답게 펼쳐진 산 정상을 생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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