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경제 질서의 재편, 가진 자가 빈자로 작년 여름 국제통화기금(IMF)은 뜻밖의 결정을 내렸다. 그리스는 경제 침체로 인해 연일 노동자들이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불황의 터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아일랜드를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이 연이어 경제적 한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통화기금은 지구촌 평균 경제성장이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기 때문이다. 2010년 경제 성장율이 4.5%인 유럽이나 북미, 멕시코, 일본이나 러시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불경기 속에서도 완만한 성장을 이루어 안심이다. 그러나 중국, 인도, 브라질이나 태국은 이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만한 성장을 이루었기에 세계 경제의 판세가 역전될 수 있는 순간이다.
세계에서 가진 자 즉 부요로운 나라들이라고 인정받는 미국, 캐나다, 일본 그리고 독일은 그래도 빈국으로 분류되는 아시아, 남미 그리고 아프리카에 비해서는 소규모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소위 “제 3세계”라 불리며 가난한 나라들이라고 치부됐던 국가들이 혹독한 국제 경기 하락에도 불구하고 경이로운 경제성장을 일궈냈다.
중국은 10.5%의 두 자리 경제성장을, 인도는 거의 두 자리 숫자에 가까운 9.4% 그리고 브라질, 태국, 말레이지아, 베트남 역시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구촌에서 경제적 약자였던 제 3세계권의 국가들이 선전하는 동안 미국은 2010년 경제 성장율이 3.3%이다. 이 수치는 호주나 뉴질랜드 그리고 동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는 앞서지만 멕시코, 러시아 그리고 중동 국가들에 비하면 뒤쳐진다. 경제적 강자였던 독일, 일본, 프랑스 그리고 영국 역시 겨우 정체 상태에서 벗어난 성장율을 기록했을 뿐 예전의 위용과 명성은 이제 한물 간 상황이다.
경제 질서의 재편 또는 지구촌 경제적 역학의 역전이라 할 수 있는 제 3세계권의 선전은 향후 10년간 경제적 영향이나 경제적 결정권이 이제는 아시아나 지구 남부에 자리 잡은 국가들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리는 전주곡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을 비롯한 지구 남반구에 위치한 국가들의 공장들이나 산업시설들의 굴뚝에서는 밤낮으로 연기가 피어오를 정도로 지구촌 경제 질서는 재편되고 있다.
20세기는 대서양을 중심으로 한 국가들이 중심이었지만 21세기는 인도양을 중심으로 한 국가들에 의해서 결정되어질 수 있다는 세기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이처럼 아시아와 지구 남반부에 위치한 국가들의 선전이 두드러지자, 한 경제 전문연구기관(the Atlas Economic Research Foundation) 회장(Alejandro Chafuen)은 “아시아와 지구촌 남구의 고도 경제 성장율은 비록 과장됐다는 비평을 받고는 있지만 유럽이나 북미 선진국에 비해서 거의 두 배 이상의 성장율을 경신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을 정도이다.
동 기관은 또한 지구촌 경제 질서의 재편과정에서 또 다른 역설을 지적해준다. 즉 선진국에 비해 법적 기반이나 투자와 같은 기반시설이 형편없는 아시아나 남미 국가들의 경제 성장율이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통 자본주의 국가 질서는 경제적 자유를 적극적으로 보장한다. 그러나 중국이나 인도의 상황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선진국에서는 경제적 자유가 적극적으로 보장되는 반면, 주요 국가 중앙은행들의 통화 시장 공동 개입으로 인해 생산과 투자가 요동치게 된다. 게다가 경제적, 정치적 소수 엘리트들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경제정책들은 항상 안정적이지 못하고 따라서 경제에 불안만을 가중시켜준다.
결국 요점은 다음과 같다; 상품과 재화를 만들어내는 지구촌 경제시장은 아시아나 지구촌 남부 국가들에서의 부정으로 인한 비용이 선진국에서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하고 수많은 법령들을 통해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비용보다 훨씬 낮다고 간주하기 때문에 투자를 하고 공장들이나 산업시설들을 유치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미국 경제 역시 연방정부 주도의 국가 정책편성이나 실시보다는 경제적 자유를 적극 보장하면서 투자자들을 유치하는 등 민간부분인 경제 질서의 자율성을 존중해주는 것이 향후 10년을 낙관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