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담임목사 청빙 유감

원종훈 목사 (시카고 그레이스교회)

교회에는 목사가 필요하다. 교회 안에 다양한 이름의 사역자가 있지만 담임목사의 중요성은 참으로 크다. 한 교회를 총괄책임 하는 것이니 그 자리가 중요한 것이며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이 와야 하니 청빙의 과정 역시 중요할 것이다. 목사의 자격과 절차야 각 교단의 법이나 교회가 정한 내규대로 하면 될 것이다. 신앙검증을 비롯하여 학력, 실력, 경력 등 총체적인 자격도 검증할 것이다. 거기에 빠질 수 없는 인격을 살펴볼 것이며 심지어 외모까지도 교우들이 선호하는 쪽을 택할 것이 분명하다. 자기 교회에 모시고 싶은 이른바, 좋은 목사님을 찾는 것은 당연하고 정당한 권리이지만 작금에 주변 교회에서 이뤄지는 목사청빙과정을 보면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목사’를 청빙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구태여 교회론을 말하지 않아도 교회가 예수그리스도 안에서 구원 받은 백성들로 구성된 주님의 몸이요, 하나님의 특별하신 지상기관이라는 사실은 모두 인정한다. 목사는 그 몸을 잘 돌보도록 세우신 하나님나라의 공복이다. 그런데, 청빙과정에서 이런 기본적인 사실이 외면당한다. 목사의 수가 많고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며 또 불신의 시대이다 보니 좋은 목사님을 ‘찾아야 하는’ 점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도 ‘목사’를 청빙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 교회를 다른 교회와 차별화 시킬 수 있는 더 좋은 목사를 청빙하려다보니, 목사라는 기본 자격보다 차별성을 청빙의 핵심기준으로 내세우곤 한다. 교회는 교수가 필요한 대학이 아니다. 교회는 사장이 필요한 회사도 아니다. 교회는 성공이데올로기에 빠진 여느 세상 기관이 아니다. 교회는 교회다. 목사이면 된다. 이 사실을 잊으면 목사자격증이 있는 다른 종류의 기능인을 찾으려는 오류에 빠지게 될 것이다. 둘째, 청빙위원회의 책임있는 역할이 필요하다. 목사가 공석이면 당연히 청빙위원회부터 구성한다. 인원조직은 내규에 따를 것이나, 위원들은 내 맘에 드는 사람 찾는 모임이 아니라는 사실부터 인식해야 한다. 교인 모두가 후보청빙과정에 직접 동참하면 교회는 사분오열될 것이다. 그래서 후보검증을 일임한 것이니 교회에 대한 깊은 사랑, 두렵고 떨리는 마음, 그리고 객관적 책임의식으로 교회 앞에 새로운 담임목사후보를 천거해야 한다. 문제는 잦은 분쟁의 아픔이나 목사가 자주 바뀐 상처가 있는 교회이다. 후보를 회중 앞에 책임지고 천거하라고 맡겼는데, 말 그대로 쉽게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러 후보자를 동시에 내세우고, 교인들에게 판단 및 결정을 맡긴다. 얼핏, 민주적으로 보일지는 모르지만 이는 교인들의 마음을 여러 갈래로 나눠 놓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후보자가 있어도 성도들이 청빙위원회의 천거를 신뢰하고 따를 수 있도록 진실하게 검토한 후 한 사람만 추천해야 할 것이다.

셋째, 청빙되는 목사에게도 교회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일반적 청빙과정은 교회가 목사를 탐색한다. 요즘처럼 경쟁(?)이 심하지 않던 이전에는 마음에 둔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에 살피러 갔었으며, 여러 차례 거듭된 뒤 낙점해 본인과 노회에 청빙서를 보냈다. 때로는 전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청빙을 당해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느라 애쓰기도 했다. 지금이야, 신문에 청빙공고를 해 많은 사람이 지원하고 그 중에서 한 사람을 고르는 과정으로 바뀌었다. 그러다보니 청빙과정에서 목사의 역할이 축소됐다. 물론 지원할 때 그 교회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기에 교회입장에서는 목사를 고르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교회는 하나님의 교회이다.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사람찾기가 돼서는 안 된다. 목사와 성도가 함께 기쁨으로 목회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교회에 가장 적당한 사람이 와야 하며, 개인입장에서도 자기 자리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잘못 결정되면 피차에 괴로울 뿐이다. 그래서 교회가 목사를 살피는 한편, 목사도 교회를 살필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주어야 마땅하다.

목사이동은 사회의 스카우트가 아니다. 정당한 절차에 따른 청빙이다. 청빙되면 평생 그 교회에서 몸과 마음을 다해 충성하려는 자세가 있어야 하며, 온 교우는 전심으로 사랑하고 교회를 세워나갈 수 있도록 맨 앞자리를 그에게 맡겨야 한다. 멀고 가까운 곳의 청빙과정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현대 교회는 목사 한 사람 의존도가 높다보니 더욱 그런 것 같다, 현재의 청빙과정 여하에 상관없이, 건강한 교회로 세워지기 위해서는 목사청빙과정에 잠재된 우리 내면의식부터 겸손하게 점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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