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알 수 없다'는 우리 속담은 맞는 표현이다. 온 국민을 심리적으로 두 동강내며 공격과 증오와 술수 등으로 극한 감정대립으로 이끌던 하나의 이슈가 잠시 잠잠해졌다. 마치 사람 속을 알고 있는 듯이 인용과 기각, 몇 대 몇으로 가늠하던 잣대가 무너지고 더 참담한 세상을 만들어낼 것 같은 기운이 흐르는 것 같다.
무지하면서도 야비한 공격이 난무하는 이 나라에서는 이미 교회도 길잡이 역할을 잃어 버린지 오래 되었고, 혼란의 바다에 빠져 함께 허우적대고 있는 군상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뭉치고 헤어지는 이합집산(離合集散) 속에서 전혀 새롭지 않은 덩어리를 만들어내곤 할 것이다.
팀 켈러는 ‘예수, 예수(Hidden Christmas)’라는 책의 부제(副題)를 “이 시대가 잃어버린 이름‘이라고 정했다. 굳이 부제를 달지 않아도 그가 말하고자 하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주제를 모르지 않을텐데 왜 굳이 부제를 달았을까? 아마도 수학문제의 정답만이 아니라, 정답을 얻기 위한 풀이과정을 설명해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 첫 페이지는 이런 소제목으로 출발한다. <소란한 축제에 가려진 한 사람을 찾아서>
우리가 두고 온 태평양 건너 그 나라의 여러 사회상황들 속에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팀 켈러의 글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최근 정치현상 속에서 교회 안에서도 극한 갈등의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 설교자는 어줍잖게 한 마디 하기에도 주춤거리게 된다. “이 쪽이냐, 저 쪽이냐?‘앞에서 성경의 원칙을 이야기해도 양비론자라는 비판이 날아오니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고 아무 말도 안하고 있으면 하나님의 공의를 무시한다 하고, 또 한 마디 하면 너는 왼쪽이라고, 너는 오른쪽이라고...... 그야말로 우리의 복음인 예수이름은 팀켈러의 책 부제처럼 ’이 시대가 잃어버린 이름‘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기독교의 명제(命題)는 오른쪽 왼쪽이 아니라 언제나 위(above all)이다. 이 시대 잃어버린 이름이 예수라면 이 시대 다시 들추어내야할 이름은 선지자(先知者, Prophet)일 것만 같다. 하나님이 모세에게 선지자적 메시지를 주신 말씀이 출33장이다. 여호와 하나님은 목이 곧은 이스라엘 백성들과 함께 약속의 땅에 오르지 않으시겠다고 말씀하시면서 단,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면 다시 마음을 정해보시겠다고 말씀하신다. ‘너희는 목이 곧은 백성인즉 내가 한 순간이라도 너희 가운데에 이르면 너희를 진멸하리니 너희는 장신구를 떼어내라 그리하면 내가 너희에게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하겠노라 하시니라(출 33:5)’
이 시대에 대한민국의 온 국민, 특별히 오늘날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가? 장신구를 떼어내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잃어버리지 않았는가? 정치인이나 지도층이라고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그들의 속을 어찌 알랴? 그러나, 교회는 그 속을 이미 다 들여다보고 계시는 하나님 앞에서 더 이상 든든하게 옷깃을 세우고 온갖 장신구들로 치장하고 마치 거룩한 듯이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얄팍한 지식이나 고착화된 자기주장과 단단한 담이 되어버린 이념 등으로 전지, 전능, 영원, 불변하신 하나님을 정의하거나 제한하지 말라. 무엇보다 하나님을 본 척하지 말라. “이르시되 네가 내 얼굴을 보지 못하리니 나를 보고 살 자가 없음이라"(출 33:20) ‘사람의 마음 속도 들여다보지 못하면서 하나님의 마음을 아는 듯이 재단(裁斷)하지 말라.’ '장신구를 떼어내라', 우리가 할 일은 주렁주렁 매단 자랑과 명예와 권력과 탐욕의 장신구를 조용히 떼어내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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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2.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