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그 후의 삶에 대하여

사순절, 그 후의 삶에 대하여

며칠 전 또 한 명의 유명가수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이름이 알려졌기 때문에 연예인들의 소식은 그것이 좋은 일이든 불편한 일이든 크게 소개되는 가운데 갑작스런 죽음의 소식은 사회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이 가수의 사인은 아직 확실히 모르지만 소속사에서는 발견 당시 심정지상태였다고 밝혔는데, 5년 전에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과 비슷한 효능의 에토미데이트를 맞고 쓰러진 채 발견되었던 적도 있었지만 이 약은 법적으로 마약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마침 부활절을 앞두고 일부 교회들에서는 사순절 기간을, 그리고 교회력은 고난주일과 성금요일 등이 기다리고 있는 기간이어서 ‘죽음’에 대한 신앙묵상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세상에서 들려오는 죽음의 소식은 그야말로 슬프고 안타깝고 때론 황당한데 비해 성경이 기록한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소식은 부활이라는 생명과 연결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언제나 한줄기 빛이 비쳐오는 것을 경험하게 한다.

스웨덴의 정신과 의사인 크리스티안 뤼크(Christian Rück)는 죽음의 이야기를 다룬  책의 부제를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죽음’이라고 했는데 사실 제목은 [자살의 언어]라고 했을 만큼 자살문제를 주로 다루었다.  Dr. Rück은 이 책에서 “자살이 최후의 선택이라는 것은 결과이다. 많은 경우 정신질환의 영향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견딜 수 없는 고통과 빛이 없는 터널 속에서 주춤대다가 자기도 모르게 죽음의 버튼이 눌려졌을 수 있다”고 말했는데, 매년 80만 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고 밝혀진 통계 숫자가 사고사나 병사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볼 때 이 죽음에 대해서 교회는 더 관심을 가질 이유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스위스는 이미 1977년에 안락사 관련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 과반수 이상의 찬성표로 외국인까지도 클리닉을 찾아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 유일의 국가이다.  2022년 한 해 동안에만 자살 조력기관인 EXIT의 도움을 받아 생을 마감한 사람이 1,125명이었다는 사실은 생명조직인 교회가 죽음의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에 대해 심각한 문제를 던져주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겠지만 ‘자살은 죄이고, 자살하면 지옥 간다’라고 단정짓고 그 누군가 마지막 순간 벼랑에 섰던 사람을 정죄할 권리가 교회에 있을까? 세상에서 들려오는 교통사고, 전쟁, 병사, 자살 등 수많은 죽음의 이야기들은 성경이 말하는 생명의 이야기만큼이나 우리 삶에 인접한 중요한 신앙이슈이다.

사순절이라는 이름 아래 40일간의 특별기간을 정한 교회는 잘 하고 있는가?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의 고난을 체험한다는 이벤트나 재의 수요일에 이마에 검은 십자가를 짓는 종교적 행위나 40일 특별새벽기도 등 다양한 행사들을 하지만 여전히 삶의 곁에 있는 죽음의 두려움을 벗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그야말로 죽음의 권세를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주신 그 새벽의 능력이 오늘 우리 교회에 있는가?  연례적 절기행사로 맞이하는 부활절이라면 이제 그만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정말 참된 부활을 맞이하기 위해 던져보는 질문들이다.

세상의 모든 죽음의 문제들 특히 어디에도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절망한 어둠에 사로잡힌 모든 사람들이 진정한 생명의 능력을 만나는 감격으로 올해 부활절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 죽음에 더 집중하고 진지해져야 한다.  예수의 절망적인 골고다산과 비참한 십자가죽음이 이미 밝혀낸 찬란한 영광과 빛, 그 앞에 감격으로 서는 부활절이 되기를 바란다.

djlee7777@gmail.com

 

03.15.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