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좋아하는 분인데 그렇게 골프를 좋아하지만, 문제는 장타를 치고 나면 공이 어디 떨어졌는지 몰라 자주 잃어버린다. 잃어버린 공을 찾다 보면 뒤에서 따라오는 팀들이 신경이 쓰여 도무지 골프를 마음 놓고 칠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프로 샵에 가서 자신의 골프를 도와줄 캐디를 한 명 구했다. 단지 조건은 골프공을 잘 볼 수 있는 캐디여야 했다. 그렇잖으면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다음 날 샵에서 구해준 캐디와 함께 나서며 당신 정말 공을 잘 보는가? 했더니 독수리처럼 본다고 했다. 1번 홀에서 쳤는데 캐디가 있어서 그랬는지 또 장타였다. 멀리 가는 것을 보고 잘 봤는가 하고 물었더니 "잘 봤습니다" 하는 것 아닌가. 근처쯤 가서 공이 어디 있는가? 하고 묻는데 그 역시 헤매고 있었다. 독수리처럼 잘 봤다면서? 하고 따져 묻자 보긴 잘 봤는데 어딘지 잊어버렸다고 했다.
만든 이야기 같은 데 우습기도 하나 슬프기도 했다. 슬픈 것은 우리 모습 때문이다. 교회에서 말씀 듣고 은혜받았다면서, 성경 읽고 할렐루야 아멘 하며 말씀대로 살겠다면서 어떤 상황에 부닥치다 보면 아무렇게나 살 때가 얼마나 많은가. 내가 누군지를 잊어버리고 사는 우리 모습이 그렇게 슬프게 느껴지는 것이다. 보기는 봤으나 잊어버린다면…. 은혜는 받았으나 실생활에 효과가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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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2.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