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은 무덤이 비어 있고 죄와 죽음의 압제가 풀려났다고 믿는 모든 사람에게 희망의 봄이다. 슬퍼하고 슬퍼하는 이들에게 희망의 봄이다. 이 금식의 시간은 하나님의 해방과 그리스도를 통한 자유의 선포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우리를 위해 하신 것처럼 우리 자신의 생명을 내어줌으로써 그 희망을 다른 이들에게도 나누는 절기다.
교회력은 단순한 과거 사건의 되살림이나 기억을 나누는 것만을 의미희자 않는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의 신비, 구세사적 사건들이 품고 있는 ‘은혜를 현재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력은 단 한 번 일어났던 구원의 위대한 업적이 되풀이해서 ‘현재가 되게 하는 예전이다.
크리스천이라면 누구나 사순절 시기는 부활을 기쁘게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임을 알고 있다. 그래서 사순절 시기를 맞으면서 새로운 결심을 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이 시기를 충실히 보내야겠다고 다짐하면서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그냥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이들이 사순 시기를 뜻 깊게 보낼 수 있도록 매일 묵상과 기도, 실천까지 할 수 있도록 교회는 구체적으로 그 방안을 마련해 교인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교인들은 교회 가이드라인에 따라 그날의 성경 말씀을 읽은 후 묵상하고 기도한 다음 자신의 결심과 실천 사항을 적을 수 있다. 또한 사순절 영적 여정에 구체적으로 동참함으로써 정화되고 새로워진 마음으로 기쁜 부활을 맞게 될 것이다.
우리가 죽는 순간까지 유혹과 싸워야 한다면 어쩌면 우리의 인생 전체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정화하고 준비하는 시간이자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사순절 기간은 일생 동안 해야 하는 정화와 준비를 더욱 집중적으로 하는 시기다. 그래서 사순절의 시작은 ‘영적 광야’로 부르시는 그분의 초대인 것이다. 이 시기에 우리는 우리 삶 구석구석에서 하나님과 우리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방해물을 말끔히 치우고 그분만을 위한 자리와 시간을 더 많이 마련하도록 결심하고 은혜를 구해야한다.
특별히 ‘위드 코로나’ 시대에 사순절은 묵상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도록 이끌어 야 한다는 점이다. 힘들지만 교회는 우리 영혼에 말을 걸어오는 방안이나 우리 가슴을 두드리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이를 통해 교인들은 무심코 가졌던 잘못된 생각, 버릇처럼 대는 핑계, 소홀히 여기며 지나친 부분 등 자신이 지금껏 한 생각과 행동을 성찰하게 함과 동시에 앞으로 신앙인으로서 나아가야 할 바를 굳게 다짐하게 구비시켜야 한다.
즉 매일 아침기도와 저녁기도 드리기, 금식하기처럼 하나님과 가까워지기 위한 실천 외에도 가난한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하기, 이웃의 혼자 사는 노인 도와주기 등 일상에서 작은 희생이나 선행을 나눌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일을 실천하는 동안 자신을 되돌아보고 타인보다 자신만을 생각했거나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손길을 거절하지는 않았는지, 앞으로 다른 사람과 하나님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등을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순 시기 동안 실천한 일들이 모여 마침내 부활절에 예수님께 작은 기쁨을 선물해 드릴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금식과 기도와 자선은 사순절 기간 동안 생활정신의 요약이다. 금식은 자신에 대한 절제와 극기의 상징이고, 기도는 내 삶의 뿌리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것이다. 자선은 금식과 기도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물론 이 세 가지는 상호 보완적이어서 셋 중에 어느 하나가 빠지면 다른 것이 불완전해진다.
우리가 하나님의 뜻을 묻고 찾으며 그에 비춰 자신을 반성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제까지 하나님의 뜻보다 내 뜻, 나의 계획과 집착을 고집하며 살아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번 사순절 기간에는 예수님 대신 나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아야 한다. 나의 이기심과 자존심, 낡은 생활방식을 못 밖는 절기가 돼야 한다.
02.26.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