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는 자주 보기 힘들다. 그래도 간혹 본다. 유성(流星)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 별은 하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 번 뿐인 삶을 별같이 빛나게 사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그런 사람들이 이 땅을 떠날 때도 “별이 떨어졌다” 또는 “별이 지다”라고 표현한다. 또 하나의 별이 졌다. 고(故) 조용기 목사님. 다 떨어진 천막에서 다섯 명으로 시작한 목회, 70만 명이 넘는 세계 최대의 교회로 성장시킨 목사님. 숫자보다 더 큰 영향력을 이 땅에 남기시고 주님 품에 안기셨다. 한국교회 1세대 목사님들을 비난하긴 쉬워도 그들처럼 살아내기는 어렵다. 그들의 기도와 믿음, 희생과 열정이 없었다면 오늘의 한국교회 그리고 한국교회가 감당해온 세계선교는 어떻게 되었을까. 50년 친구이셨다는 극동방송의 김장환 목사님께서 천국환송예배 설교를 맡으셨다. 설교 중 이런 말씀을 하셨다. 두 분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고 한다. “조 목사, 매 주일 수십만 명의 성도들이 앞다투어 성전에 모이는 비결이 무엇이오?” “김 목사님은 하루에 얼마나 기도하시나요?” “하루 다 합하여 한 시간이 안 될 것 같은데....” “나는 하루에 기도 5시간씩 합니다.” 김장환 목사님 은 조용기 목사님을 “기도대장”이라고 불렀다.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작년 봄에는 필자가 섬기는 교회의 장영춘 목사님이 이 세상을 떠나셨다. 올가을에는 조용기 목사님이 떠나셨다. 두 분만이 아니다. 별처럼 사셨던 여러 1세대 목사님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분씩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아름답고 귀한 별들이 지고 있다. 물론 그들도 약점과 결점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시대를 지혜롭게 분변할 줄 아셨고, 어떻게 성도들을 이끌지를 알고 용기 있게 이끌었던 분들이었다. 그분들은 그 삶을 바쳐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어 놓았고 많은 것들을 새롭게 한 분들이었다. 그들은 실로 영적 거인들이었다. 그런데 영적 거인이라 일컬어지는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약한 자들이었다. “나는 하나님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입니다”라고 고백하며 하나님께 지독하게 매달리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떠난 자리를 누가 대신 할 것인가? 영적 거인의 시대는 끝난 것인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국 정치계에도 큰 인물이 없지 않았다. 그 대상이 꼭 대통령들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튼 대통령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한국에서는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해 여야(與野)에서 한창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모두가 “내가 대통령에 가장 적합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중에 한 시대를 넉넉히 그리고 바르게 이끌 정치 거목(巨木)은 누구일까? 정말 정치 거목이 그들에 중에 한명이라도 있기는 한가. 서로 치열하고 때때로 비열하게 공격하는 모양새가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상처투성이가 될 것 같다. 한국 사회는 존경하고 따를 큰 인물 지도자를 배출하기에는 너무 그 토양이 척박(瘠薄)해졌다. 그래서 누군가 이 세상을 떠날 때 “별이 지다” 라고 말할 정치적 인물이 희귀하다.
시대적 풍조와 환경이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영적 거인을 대망(待望)한다. 낙심하지 않고 정치 거목을 기대(期待)한다. 이전 시대보다 역사의 전진과 변화가 더더욱 필요하기에.
09.25.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