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직 주님만이!”

-지금으로부터 110년 전인 1911년에 미국에서 발간된 ‘The Happiest Girl in Korea’란 제목의 책에는 1900년대 초 조선에서 헌신한 한 여선교사의 눈에 비친 아름다운 영혼들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저자인 ‘미네르바 구타펠’은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 여선교사로 1903년에 내한하여 서울과 경기도 등지에서 주로 활동하다 1912년 귀국하였습니다. 구타펠은 선교지에서 만난 아이들과 당시 조선의 모습을 여러 선교잡지에 기고하였었는데 이를 모아 출판한 책입니다. 이 속엔 9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제목이 된 ‘조선에서 가장 행복한 소녀’인 옥분이 이야기 2편, 조선의 여자 아기의 입장에서 일인칭으로 쓴 ‘조선 아기의 생각’, 맹인 소녀 이야기, 조선의 왕자 이야기 2편 그리고 전차를 타며 당시 조선의 풍물을 묘사한 글 등입니다. 

이 가운데 옥분이 이야기를 합니다. 옥분이가 처음 병원을 찾은 건 14살이 되던 어느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주인에게 이끌려온 옥분이는 손발에 온통 동상에 걸려 거동도 못할 지경이었습니다. 이후 병원에 입원을 하여 거의 1년간을 정성껏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은 두 손과 한쪽 발은 절단하게 되었습니다. 옥분이는 가난에 찌든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릴 때부터 줄곧 굶주림과 추위를 벗으로 삼고 살다가 어느 날 남은 동생들의 양식을 위해 부잣집에 종으로 팔려갔습니다. 그러나 그 부잣집에서도 굶주림과 추위는 계속되었고 오히려 고된 일과 매질까지 덧붙여졌습니다. 날이 추워지자 손가락 발가락에 하나씩 동상에 걸려 힘겨운 삶의 무게에 고통마저 더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동상은 더욱 심해져 더 이상 일을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주인은 그때서야 옥분이를 데리고 선교사들이 운영하는 병원에 데려와 ‘가능한 빨리 나아서 이용 가치가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의사에게 부탁하곤 떠났습니다. 

그해 연말 크리스마스가 되자 선교사들은 병원 내에 비록 싸구려 장식품 몇 개뿐이지만 정성껏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옥분이는 그동안 자신을 잘 돌봐주던 선교사의 방을 찾았습니다. 그 선교사는 새해가 되면 본국으로 되돌아갈 예정이었습니다. 옥분이는 본국에 되돌아가면 그곳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 달라고 선교사에게 부탁합니다. “옥분아, 사람들이 옥분이를 모를 텐데 너를 뭐라고 소개할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소녀 옥분이라 전해주세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소녀라고? 세상은 너무 크고 네가 가장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 내 친구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어쩌지?” “그럼 조선에서 가장 행복한 소녀라고 전해 주세요. 그래요, 그게 좋겠어요. 조선에선 오늘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래 네가 가장 행복한 이유를 말해 줄 수 있겠니?” 

“그럼요. 첫째는 제 모든 고통이 사라졌기 때문이고요. 둘째는 여기 있는 몇달 동안 매를 한 번도 맞지 않았어요. 셋째는 이곳에 온 후론 배고픈 적이 없어요. 넷째는 의사선생님이 주인에게 돌아가지 않고 여기 계속 있어도 된데요. 다섯째는 크리스마스트리요. 그렇게 예쁜 것을 본 적이 없어요.“ “이제 다 했니?” “아뇨 하나가 더 남았어요. 선교사님이 예수님께 기도하면 손발이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내 죄를 씻어주신다고 말했잖아요. 그래서 믿고 기도했더니 두 손이 없고 발이 하나밖에 없는 나 옥분이도 예수님이 사랑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기도했더니 그 분이 정말 들어주셨어요. 내 죄를 다 가져가셨어요. 그리고 나를 자녀삼아 주셨어요. 나를 사랑하셔요. 나는 진심으로 그걸 알아요. 이만하면 충분하겠죠. 내가 가장 행복한 이유가.” 4년 후 18세가 된 옥분이는 병원 내 환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안나’라는 세례명으로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었습니다(퍼온글).

그동안 무엇인가를 잃어버리고,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무심코 살아왔던 저희들의 마음을 콕콕 찌릅니다. 우리의 마음을 흔듭니다. 바로 주님의 사랑입니다. 바로 주님의 십자가입니다. 바로 주님의 구원입니다. 바로 주님으로 인한 삶의 감격과 진동과 울림입니다. 바로 주님 때문에 감사요 기쁨이요 행복입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들과 교회에는 “바로 주님의, 바로 주님으로 인한, 바로 주님 때문에”가 점점 멀어져 희미해져 잃어버린 지도 모르는 채 매일을 삽니다. 그것도 아주 정신없이 세상에 끌려 다닙니다. 이젠 그 올가미에서 벗어나, 우리를 향하신 처음 질문인 “Where are You?”(창3:9)를 물어보시는 하나님 앞에 나 스스로의 삶의 자리를 직면하고 성찰하는 시간이 정말 필요합니다. 그리고 궤도수정 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 영혼이 삽니다. 내 영혼이 살아야 환란 중에서도 인내할 수 있고 결국 마침내 하나님의 회복을 만나게 됩니다. 

서서히 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올 가을에는 “바로 주님”만을 바라보며 주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 진정 다른 그 무엇이 아닌 ‘다시 오직 주님만이’ 우리들과 교회가 다시 무릎 꿇어야 할 제단임을 깨닫기를 바랍니다. 거기에 치유와 회복의 풍성한 역사가 체험되는 감사 계절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pastor.eun@gmail.com

09.04.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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