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미국 주도 연합군에 의해 축출된 지 20년 만에 국가를 재 장악하자 많은 이들이 아프가니스탄 탈출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미 인접국가에는 난민 220만 명이 있고, 아프간 국경 내에도 지속된 갈등과 정치적 불안정의 결과로 집을 떠난 350만 명가량이 있는 상황이다. 난민의 전체 규모는 현재까지 불분명하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은 현재 아프간의 주요 국경 통과 지점을 통제 중이며 아프간인들의 국외 이동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상인 또는 유효한 여행 서류를 소지한 사람만 국경을 넘을 수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대변인은 지난 20일 "아프간인 대다수는 정규 경로를 통해 국외로 나갈 수 없다"며 "현재까지 위험에 처한 사람들의 탈출구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Afghanistan: Where will refugees go after Taliban takeover?).
현재 일부 아프간 난민은 해외로의 이동 방법을 찾아냈다. 수천 명의 아프간 주민들이 탈레반의 카불 점령 직후 파키스탄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 1500명 가량은 우즈베키스탄으로 이동해 국경 근처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불에서는 현재 아프간 내에서 유일하게 운영 중인 공항으로 필사적인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달 20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관계자는 탈레반 점령 후 1만8000명 이상이 카불 국제공항을 통해 아프간을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프간 국적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아프간인들은 오랜 세월 동안 불안정과 갈등을 겪어왔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올해에만 탈레반의 카불 재장악 이전까지 내전으로 인해 집을 잃은 사람이 55만 명에 달한다.
현재 아프간 내 실향민은 약 350만 명으로 추산된다. 아프간 내 피란민과는 별도로 지난해 말 기준 약 220만 명의 난민과 망명 신청자들이 주변국에서 피난처를 찾고 있다.
아프간은 올해 국가 전역에서 심각한 가뭄과 식량 부족 문제를 겪었다. 유엔세계식량계획이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간인 1400만 명이 굶주림을 겪고 있다. 이는 전체 인구 가운데 3분의 1 이상에 달하는 규모다.
인접국인 파키스탄과 이란에서 지난해 아프간 난민과 망명 신청자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유엔난민기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약 150만 명이 파키스탄으로, 78만 명이 이란으로 몸을 피했다.
또 독일에 18만 명, 터키에 13만 명의 아프간 난민이 있다. 이중 타국에 망명을 신청했으나 아직 승인받지 못한 망명 신청자만을 살펴보면 터키, 독일, 그리스 순으로 각각 12만5000명, 3만3000명, 2만 명이다.
이란에는 아프간 국적의 망명 신청자는 없으나 난민카드, 즉 신분을 인정하는 공식문서를 소지한 사람들은 국가의 보건 및 교육 시스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프간인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한 국가가 있는 반면, 탈출민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힌 국가도 있다.
한편 탈레반에 의한 기독교 탄압이 본격화됐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지하교회 사역을 펼치는 목사가 최근 전해온 소식에 따르면, 현재 탈레반 무장 세력은 기독교인을 색출하기 위해 각 가정을 이 잡듯 뒤지고 있다. 또 성경 앱 사용자를 체포하기 위해 개인 스마트폰을 검색하는 등 인권유린 적인 탄압에 나서며 아프가니스탄 내 기독교인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패스터 X’로만 알려진 아프가니스탄 지하교회의 한 목사가 오지 선교단체 ‘프런티어 얼라이언스 인터내셔널’(Frontier Alliance International, FAI)에 직접 전한 현지 사정은 미디어에 알려진 내용보다 매우 절망적이다(URGENT UPDATE: GCM OFFERS NEW STATEMENT FROM AFGHANISTAN’S UNDERGROUND CHURCH).
현재 탈레반은 사살을 목적으로 기독교인 명단을 입수해 찾아다니고 있는 실정으로 아프가니스탄 기독교인들의 생명이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다.
인근 국가 국경은 이미 봉쇄돼 개인 항공편 없이는 탈출은 불가능하다. 목숨을 지키려는 기독교인은 하나님만 의지한 채 현재 깊은 산속으로 숨어들었지만 열악한 기후조건과 식량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언제 죽을지 모를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박해받는 기독교인 소식을 알리는 비영리 기독교 매체 SAT-7에 의하면(SAT-7 CALLS FOR PRAYER AS AFGHAN CHRISTIANS FEAR THE FUTURE), 탈레반은 개인 스마트폰을 검색해 성경 앱 등 기독교와 관련된 내용이 발견되면 스마트폰 소지자를 즉시 사살하는 등 경악을 금치 못할 기독교 탄압을 자행 중이다.
지하교회 관련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조엘 리처드슨 목사는 탈레반이 시골 지역에서 저지르고 있는 무자비한 탄압 소식을 알렸다. 현재 탈레반은 외딴 시골 지역 가정을 뒤지며 기독교 가정을 찾아내고 있으며 만약 기독교인 가정으로 밝혀질 경우 10대 소녀 등 어린 여성들을 끌고가 탈레반 대원들에게 전리품처럼 넘겨주고 있다고 한다.
탈레반의 탄압 대상은 기독교인뿐만 아니다. 그동안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었거나 미군을 위해 통역활동 등을 한 아프가니스탄 주민 역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미군 통역을 했거나 정부 관리로 일한 주민만 수만 명으로 이들도 탈레반의 추적대상에 포함된 뒤 현재 도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언제 죽을지 모를 운명에 처한 아프가니스탄 기독교인들을 위해 기도해달라는 기독교 단체들의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수만 명에 달하는 아프간 기독교인 및 미국과 연관된 주민들을 미국이 난민 자격으로 받아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09.04.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