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카불만 남았다!

BBC, 파죽지세로 아프간을 장악하고 있는 탈레반 전략 소개, 향후 관측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파죽지세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고 있다.

탈레반은 최근 아프간 주요 도시인 칸다하르, 헤라트에 이어 헬만드주 주도 라슈카르가와 바드기스주 주도 칼라아이나를 점령했다.

또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불과 50㎞ 떨어져 있는 로가르주 주도 풀리알람도 장악해 카불까지 입성은 시간문제라는 전망도 있다(Mapping the advance of the Taliban in Afghanistan).

 

정부군 30만 허세, 부패 간부들’유령병사’만들어 급여 횡령

미국이 제공한 정부군 무기 장비 탈취...선전전 사기측면 우세

 

탈레반 반군의 진격은 탄력을 받았지만 아프간 정부는 권력 유지를 위해 고전하고 있다.

최근 유출된 미국 정보 당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 카불은 수주 안에 함락되고 정부는 90일 이내에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12일 아프간 내 미국인들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으며, 귀국을 돕기 위해 5000명의 병력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나토 동맹국은 지난 20년간 아프간 정부군을 정비하고 훈련했다. 수많은 미국과 영국 군 장성들은 아프간군을 강력하고 유능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늘날 그 주장은 공허해 보인다.

아프간 정부군은 숫자상으로는 우위를 점해야 한다. 정부군의 규모는 행정상으론 최소 30만 명이 넘는다. 육군, 공군, 경찰도 이에 속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론 목표 수를 채우기엔 늘 어려움이 따랐다.

아프간군과 경찰에는 수많은 사상자가 있었고 탈영자도 발생했다. 또 부패한 간부들은 있지도 않은 '유령 병사'를 만들어 급여를 빼돌렸다.

이에 대해 미 정부 기관인 아프간재건 특별감사관실(SIGAR) 최근 미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아프간 정부군을) 갉아먹는 부패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다. 아프간 병력에 대한 데이터의 정확성이 의심스럽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잭 와틀링 박사는 아프간 정부군은 실제 가용 병력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군에는 장비 유지와 사기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아프간 정부군들은 종종 무연고 지역으로 보내진다. 전투에 불참하며 군을 이탈하는 이들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다.

탈레반의 병력 규모는 더 파악하기 어렵다.

미국 육군사관학교 반테러리즘센터에 따르면 탈레반의 핵심 전투 대원은 6만 명으로 추산되고, 각 지역에 퍼져 있는 대원과 지지자들을 다 포함해도 20만 명을 넘지 않는다.

그러나 전직 영국군 장교 마이크 마틴 박사는 자신의 저서에서 탈레반을 단일 집단으로 규정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저서 '친밀한 전쟁(An Intimate War)'은 아프간의 격전지 헬만드주의 충돌에 대해서 쓰였다.

마틴 박사는 "탈레반은 느슨하지만, 일시적으로 협력하는 독립된 단체의 연합에 더 가깝다"고 봤다.

그는 정부군도 참여 동기도 다르고 출신 지역도 다른 파벌로 구성됐다고 지적했다. 아프간이 격변의 역사를 겪은 만큼 가족, 부족, 심지어 정부 관리도 생존을 위해서라면 서슴지 않고 편을 바꾼다고 밝혔다.

그동안 아프간은 주로 미국측으로부터 병사들의 급여와 장비 마련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지원받았다.

아프간재건 특별감사관실(SIGAR)은 아프가니스탄 국가 안보에 880억 달러(약 102조 원) 이상이 쓰였다고 지난 7월 보고서에서 밝혔다.

하지만 보고서는 "그 돈이 잘 쓰였는지는 전투 결과가 말해 줄 것"이라고 덧붙여 불길한 부분이 있음을 시사했다.

지원 규모만 보면 아프간 공군은 싸움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 하지만 아프간 공군은 항공기 211대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탈레반이 전투기 조종사만 의도적으로 노릴 때 이러한 문제는 두드러진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공군이 최근 라슈카르가에서 발생한 탈레반의 공습에 개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이 언제까지 이런 지원을 할지는 미지수다.

탈레반의 자금은 과거 주로 마약 거래에 의존했지만, 외부 지원도 받고 있다. 파키스탄이 대표적이다.

최근 탈레반은 정부군의 무기와 장비를 탈취했다. 미군 군용 지프차 험비, 적외선 야간 조준기, 기관총, 박격포, 대포 등 미국이 제공한 장비가 포함됐다.

이미 소련 침공 시절부터 아프간에는 무기가 포화 상태였다. 그중 다소 열악한 장비로 탈레반은 무장했지만, 최신식 장비를 갖춘 상대를 물리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탈레반이 미국과 영국군 공격에 사용한 급조폭발물(IED)은 치명적이었다. 이와 더불어 탈레반은 현지 정보력과 지형에 능한 것도 이들만의 장점이다.

탈레반은 각기 다른 구성원으로 이뤄졌지만 최근 이들의 움직임엔 합동 작전 계획이 있을 가능성도 보인다.

전 영국 육군 준장이자 현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선임연구원 벤 배리는 탈레반의 성공이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나도 이보다 더 나은 전략을 내놓기 어렵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배리 연구원은 현재 탈레반은 자신들의 거점인 남부가 아닌 북서쪽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역 주도들은 연이어 탈레반이 장악하고 있다.

탈레반은 또한 주요 국경 통과 지점과 검문소를 장악해 자금난에 허덕이는 정부로부터 돈을 갈취했다.

이들은 또한 주요 정부 관료, 인권 운동가, 언론인을 제거해 나가기도 했다. 이렇게 탈레반은 지난 20년간의 성과를 서서히 그리고 확실히 말살해나갔다.

아프간 정부의 전략은 더 파악이 어렵다.

탈레반이 점령한 땅을 모두 탈환하겠다는 이들의 약속은 점점 공허하게 들린다.

배리 연구원은 정부가 대도시만은 장악을 유지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헬만드주의 라쉬카르 가 함락을 막기 위해 아프간 특공대가 이미 배치됐다.

아프간 특수부대의 규모는 약 1만 명 정도로 비교적 작다. 이들의 병력은 이미 소진될 대로 됐다.

탈레반은 또한 선전전과 사기 측면에서도 우세를 보인다. 배리 연구원은 탈레반이 진격에 탄력을 받으면서 사기가 올라갔고, 단결심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아프간 정부로서는 현재 상황이 확실히 암울해 보인다.

그러나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와틀링박사는 정부의 상황이 비관적인 건 사실이지만 상황이 개선될 여지는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아프간 정부가 주요 부족 지도자들을 교섭할 수만 있다면 교착 상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마틴 박사도 같은 견해다. 그는 반 탈레반 군벌 출신이자 전직 부통령인 압둘 라시드 도스툼이 마자르-이-샤리프의 방어에 기용된 것이 그 예라고 했다.

압둘 라시드 도스툼은 정부와 협상중이다. 이 지역은 전략적 요충지로 지난 11일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방문해 방어태세를 살피기도 했다.

여름 전투기가 끝나면 아프가니스탄에는 겨울이 찾아온다. 그때는 지상군의 작전 수행이 어려워진다.

교착 상태가 올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도 있는 가운데, 정부는 카불과 몇몇 대도시를 유지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다. 탈레반이 분열된다면 전세는 역전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아프가니스탄에 평화, 안보, 안정을 가져오려는 미국과 나토의 노력은 예전에 소련의 노력이 그랬던 것처럼 헛된 것으로 보인다.

08.21.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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