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건국이념‘자유’하나님이 주신 은혜

‘2021 독립기념일 맞아 ‘자유’에 대한 보수주의적 이해와 가치 확대해

올해로 245주년을 맞는 독립기념일은 ‘코로나부터의 독립’이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강력하게 시행되고 있지만 그리 만만치 않다. 바로 백신 투여를 거부하는 미국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전체가 재개방 분위기 속에 사실상 4일 연속으로 이어지는 독립기념일 연휴를 맞게 돼 지난 1년 4개월 여만에 처음으로 인파로 북적일 것으로 예상돼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의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럼에도 미 전역에서 불꽃놀이 행사는 백신 접종의 증가와 코로나19와 관련된 수치가 낮아짐에 따라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불꽃놀이 행사 등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처럼 어수수한 분위기 속에서 맞이하는 245주년 독립기념일은 과연 현재 미국 사회에 어떠한 의미로 다가올 것인가?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생명과 자유, 행복 추구권은 양도할 수 없는 권리다. 이를 확보하기 위해 국가를 조직했으며, 국가의 정당한 권력은 국민의 동의로부터 나온다. 어떤 형태의 국가든 이 목적을 파괴할 때는 언제든 새로운 국가를 세울 수 있다”(미국독립선언문).

보수주의에게 ‘자유’는 '사상과 가치의 심장'과도 같다. 미국 건국 아버지들은 자유를 강조하는 보수주의적 전통 아래 나라를 세웠다. 근대 혁명은 훗날 좌파의 전통이 된 프랑스혁명과 자유민주주의 세계의 원조가 된 미국의 독립혁명으로 나뉜다. 따라서 미국의 건국 아버지들이 바로 오늘날 보수주의자의 근원이다. 이 같은 정신이 잘 드러나는 게 1776년 발표된 독립선언문이다. 

선언문은 모든 사람은 자유롭고 평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천부인권, 국가의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주권재민, 잘못된 국가는 전복할 수 있다는 저항권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시민의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장치로 나온 게 ‘수정헌법 1조(표현의 자유)’다.

“종교와 언론 및 출판의 자유와 집회 및 청원의 권리: 연방 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또는 자유로운 신앙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또한 언론·출판의 자유나 국민이 평화롭게 집회할 수 있는 권리, 불만 사항의 구제를 위해 정부에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이처럼 미국은 건국 때부터 자유주의적 전통 아래 세워진 나라다. 결국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에겐 ‘자유주의가 곧 민주주의’며 이 같은 정신은 지금까지 보수주의의 가장 근본적 가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자유를 강조하는 파운더스의 사상이 명확한 정치철학으로 자리 잡은 것은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1743-1826) 때다. 그는 보수당의 원조인 민주공화당을 창당해 연방주의를 반대하며 대신 각 주의 독립과 개별적 운영을 강조했다.

연방의 힘이 세지면 영국처럼 중앙집권적 권력이 탄생하고 이는 또다시 제국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제퍼슨은 “이상적인 정부는 가장 적게 간섭하는 정부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길을 스스로 찾아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파운더스의 자유주의 정신은 훗날 공화당의 링컨 대통령으로 이어지고 남북전쟁을 통해 노예제 폐지에 이른다.

유럽의 보수가 왕권과 귀족신분을 보전하거나 변화를 "가능한 늦추려” 했던 것인 반면, 미국이 보수하려고 했던 것은 그들의 1776년 독립선언문에 분명히 명시돼 있다.

“모든 사람은 동등하게 창조됐고, 그들은 창조주로부터 특정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받았으며, 그 권리 중에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다. 이 권리를 지키기 위하여 인류에 정부가 도입됐고....”

미국은 창조주 하나님이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부여하신 생명과 자유와 같은 권리들, 즉 창조질서를 지키고 보전하기(보수하기) 위해 국가정부를 세운다고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미국의 건국정신이 바로 성경적 가치관에 입각한 “기독교 보수주의”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기독교 보수주의자는 “현재가 좋으니 현상을 지키자”고 하는 수구주의자이거나, 혹은 “혁명 이전의 과거가 좋으니 과거로 돌아가자”는 반동주의자일 수 없다. 또한 기독교 보수주의자는 “천천히 진보하자”는 점진주의자도 아니다. 

기독교 보수주의, 즉 미국인들의 보수주의는 인간 이성을 신봉하고 하나님이 없다하는 유토피아적 인본주의 진보역사에 맞서서 성경과 양심 그리고 자연의 법이 증거 하는 창조질서를 지키고 보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보수운동의 대부”로 알려진 윌리엄 버클리(William Buckley Jr.)가 미국 근대 보수주의를 정립한 ‘내셔널리뷰’를 창간하며 “보수주의자란 역사를 가로질러 서서 ‘스탑’을 외치는 사람”이라고 말한 것도 이 맥락이다.

한편 ‘자유’는 사실 ‘1776의 자유’와 ‘1789의 자유’로 구분될 수 있는 두 갈래가 있다. 미국의 독립선언으로 대표되는 ‘1776의 자유’는 창조질서와 천부인권을 인정했던 ‘보수주의적 자유’를 의미한다. 

반면 1789년 프랑스혁명으로 대표되는 ‘1789의 자유’는 창조주와 그 질서 대신 인간이성을 최고의 절대존재로 추대해 인간이 유토피아적 지상낙원을 설계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중심의 자유’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 두 ‘자유’는 군주제와 폭정에 저항한다는 표면적인 시작은 비슷했지만 그 과정과 결과에 있어 너무나 달랐다. 미국의 1776년 독립선언은 비록 당장 이어진 영국과의 전쟁으로 8천 여명의 적지 않은 전사자를 발생시켰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완벽에 가까운 국가 기초문서인 미국 헌법을 탄생시켰고 미국이라는 위대한 자유공화국을 건설했다. 

반면 프랑스의 1789년 혁명은 이후 수 년 동안 이어진 공포정치로 수만 명의 사람들을 단두대에서 처형했고 방데와 같은 일부 지역에서는 무려 17만에서 20만의 인명을 학살당하게 했다.

프랑스혁명의 시작보다 12년 앞선 미국의 ‘1776 자유’는 그 독립선언문에 적혀 있듯이 인간의 자유가, 인간의 생명이 그러한 것처럼, 조물주가 인간에게 부여한 것이라는 ‘자명한’ 이해를 기초로 하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인류는 이 천부적 인권을 지키기 위해 정부를 구성했다고 전제한다. 

미 헌법에는 '자유라는 축복'을 지키기 위한다고도 적혀 있다. 이는 신을 인간이성으로 대체해 인간의 본성을 조작하고 사회를 스스로 설계하려 했던 1789년 프랑스혁명의 거대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정부의 존재이유를 전제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영국의 액튼 경(Lord Acton)은 “엄격히 따지자면 자유의 역사는 1776년에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 전까지 인간은 자유가 무엇인지 모른 채 그것을 추구했기 때문이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결과적으로, 프랑스혁명은 하나님의 계시와 섭리를 인정하는 유대-기독교의 뿌리를 서구문명에서 끊어버리고 사람중심의 세계관과 그에 따른 ‘1789 자유’의 전통을 낳았다. 

결국 보수와 진보의 차이는 ‘인간의 자유가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대해 상이한 대답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다른 민주주의에 비해 어떻게 다르고 더 성공적일 수 있었는지를 탐구한 토크빌은, 미국인들의 청교도적 뿌리가 개개인의 양심에 공통된 도덕성을 자리 잡게 했음에 주목했다. 바로 “자유는 도덕 없이 세워질 수 없고 도덕은 신앙 없이 세워질 수 없다”는 통찰에 이른 것이다. 

토크빌은 인간의 자유를 신의 은혜의 산물로 여겼고, 오직 창조주와의 관계 속에서만 자유를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가 미국에서의 경험을 통해 비로소 이해한 진정한 민주주의는 또 다른 폭정으로 이를 수 있는 다수의 지배체제가 아니라 창조질서에 따른 성숙한 독립시민이 자유를 향유하게 하는 체제였던 것이다.

그러나 1776의 자유를 바탕으로 태어난 미국 내에서도 쉬지 않고 꿈틀거리며 도사리고 있는 1789의 자유가 있다. 이에 대해 하나님의 백성은 끊임없이 경계하고 견제해야만 한다. 바로  '독립정신'의 끊임없는 상기와 연습이 필요하다. 인간의 자유는 단번의 천재적 기획과 실행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재된 적들로부터 보전되고 수호되기 위해 끊임없는 재인식과 재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07.03.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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