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팬데믹 시대,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자

포스트팬데믹 시대,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학업이 뒤처진 학생들은 기술, 직업, 수입의 격차를 평생 따라잡지 못할지도 모른다. 양손에 두 가지 물건을 잡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하나는 종이, 다른 하나는 고무줄이다. 두 손을 꽉 쥐었다 놓아보자. 종이는 여전히 구겨져 있겠지만 고무줄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경제학자들은 경제를 고무줄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경제에 충격이 오더라도 다시 정상으로 회복한다고 본다. 그러나 구겨진 종이처럼 원래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경제학자들은 이것을 “이력현상(hysteresis)”이라고 부른다. 큰 충격의 영향이 오랫동안 지속하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전형적인 사례다. 과연 이번 팬데믹이 경제에 어떤 영구적인 손상을 남길까?(The Long-Term Economic Costs of Lost Schooling: Students who are falling behind now because of Covid restrictions may never catch up in their skills, job prospects and income).

 

수업감소 따른 기술충격으로 25-30조달러 생산성 손실 유발

학생 개개인 평생 가계소득은 평균 6-9% 낮아질 것 

팬데믹 후 학생들 수업과 학업 정상화 고민해야 

 

스탠퍼드대학의 에릭 하누셰크(Eric Hanushek)와 마거릿 레이먼드(Margaret Raymond) 연구원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경제적 이력현상을 지적한다. 팬데믹 동안 학생들의 수업시간이 감소했다. 두 학자는 수업 감소가 학생의 장기적인 미래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에 지속적 손실을 입히리라 전망했다.

레이먼드 연구원이 18개 주와 워싱턴DC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팬데믹으로 학교에 가지 않고 원격으로 수업을 진행한 지난해 1년간 독서 116시간, 수학 215시간의 학습시간이 감소했다. 학생들은 수업의 손실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고, 뒤처진 학업을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한다. 만약 당신의 자녀가 수학 과목에서 분수에 대한 수업을 받지 못했다면, 그다음 단계인 대수학 수업을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

팬데믹이 학습에 미친 충격은 공평하지도 않았다. 흑인, 히스패닉 인구비율이 높은 교외 지역 학생들이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연구가 이뤄진 18개 주 가운데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일리노이주의 피해가 컸다.

경제의 생산성을 결정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혁신, 노동자의 기술, 생산 기계의 기능 등이다. 혁신과 기술은 교육에 의해 좌우된다. 하누셰크 연구원은 2020년의 수업시간감소에 따른 기술충격이 이번 세기에 걸쳐 25-30조 달러의 생산성 손실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학생 개개인의 평생 가계소득은 평균적으로 6-9% 낮아질 것이다.

하누셰크 연구원은 독일의 사례를 연구하면서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1966년과 1967년, 독일 정부는 학기제 일정을 조정하면서 2년간 일시적으로 학사일정을 단축했다. 수업시간감소의 영향으로 해당 시기 학교에 다닌 학생의 평생소득이 5% 감소했다.

“조만간 등교수업이 재개되더라도 지난 1년간의 수업축소는 학생들에게 오랜 기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경제학자들은 물리학에서 “이력”이라는 용어를 가져왔다. “이력”은 금속 물체에 강한 자기력을 가하면 물체의 극성이 영구적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이 원리는 컴퓨터의 하드드라이브 메모리를 만들 때 사용된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이력현상은 일반적으로 충격 후 영구적으로 나타나는 부정적인 영향을 뜻하지만, 백신 기술의 발전, 재택근무 확산 등 긍정적 변화도 포함된다.

지난 수년간 경제학자들은 고용시장에서 이력현상의 증거를 찾았다. 경제학자인 올리버 블랑샤르(Olivier Blanchard)와 로렌스 서머스(Lawrence Summers) 교수는 1970년대-1980년대 유럽에서 경기침체 기간 실업률이 상승했으며, 이후 경기가 살아나더라도 실업률이 침체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는 것을 밝혔다. 다시 말해, 고무줄 같아야 할 실업률이 종이처럼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았던 것이다.

이들은 1986년 발표한 “실업의 이력현상” 논문에서 이런 현상이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라고 추측했다.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싸우기만 할 뿐, 노동자들이 해고된 뒤에는 도와주지 않는다. 따라서 실직자들의 재취업이 쉽지 않다. 

 

법에 명문화된 고용 보호조치도 실직자의 재취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기업들은 경기침체가 끝나도 해고한 노동자들을 다시 고용하지 않는다. 다시 경기가 나빠질 때 내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블랑샤르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시적인 충격일지라도 그 영향은 훨씬 장기적입니다.”

30년 뒤, 블랑샤르 교수는 2007-2009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노동시장의 이력현상 문제를 다시 연구했다. 수백만 명이 장기실업상태에 놓여 있었다. 2010년에는 실업자 중 거의 절반이 최소 6개월간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었고, 이는 충격적으로 높은 수치였다. 이전 50년간 6개월 이상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실업자는 평균 13% 정도였기 때문이다.

블랑샤르 교수를 비롯한 경제학자들은 코로나발 경제위기로 실업자들의 피해가 오랜 기간 이어지는 것을 우려한다. 실업기간 그들이 보유했던 기술은 점점 퇴보하고 있다. 일부는 구직활동을 중단했고, 일부는 연방정부의 실직/장애 수당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나 경기가 확장국면에 접어들면서 일부 실직자들이 다시 일자리를 구했다. 블랑샤르 교수는 실업의 이력현상이 예상보다 적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혔다.

미국 정부의 정책 담당자들은 경제위기가 불러온 장기실업률 상승세를 최대한 빨리 반전시키고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노동경제학자인 재닛 옐런(Janet Yellen) 재무부 장관이 미국 의회에 통 큰(Go big) 경기부양책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한 이유다.

블랑샤르 교수는 ”이번에는 이력현상이 모든 산업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항공산업, 부동산시장, 일반소매업은 위기 이전과 절대 똑같지 않을 것이다.

하누셰크, 레이먼드 연구원과 마찬가지로 블랑샤르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 위기가 미래의 노동자인 어린 학생들에게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심각하게 우려한다. 블랑샤르 교수는 아이들이 학교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레이먼드 연구원은 잃어버린 학습시간을 보충할 수 있는 여름학기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적어도 교육자들은 팬데믹이 끝나면 어떻게 학생들의 수업과 학업을 정상화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04.17.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