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한국에서 서울과 부산의 시장보궐선거가 있었습니다. 2022년 6월 1일에 있을 지방선거 당선자가 새 임기를 시작할 때까지 15개월의 잔여임기를 이어가게 됩니다. 이렇게 짧은 임기이지만 이 선거를 위해 서울시가 부담하는 보궐선거 비용만 해도 무려 487억원으로 새로 선출된 시장의 잔여임기 하루하루마다 평균 1억씩 선거비용이 드는 셈입니다. 선거의 결과는 집권당의 참패였다는 것이 대부분의 여론입니다. 이번 한국에서의 보궐선거뿐만 아니라 지난 11월에 있었던 미국 대통령 선거도 지켜보면서 정치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의 관점에서 아쉬운 점을 나눠봅니다.
무엇보다도 선거를 대하는 관점이 너무나도 가볍고 근시안적이라는 생각입니다. 선거가 하루 사이에 이뤄지는 투표를 통해 한 사람을 뽑는 제도이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선거가 있기 수 년 전부터 선거에 대한 준비와 자세가 올바르게 세워져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몇 년의 시간을 두고 바르고 정직하게 최선을 다해 정치라는 수단을 통해 국민들을 섬기다 선거 때가 되면 지금까지 활동하고 살아왔던 후보자의 걸음을 놓고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는 진지한 마음과 자세가 갖추어질 때 비로소 정치인으로서 선거를 대하는 기본적인 자세가 세워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충대충 국민들을 어린아이 다루듯이 그렇게 늘 대하다가 선거 때가 되면 갑자기 진지해지고 국민들을 엄청 생각하는 것 같이 이중적으로 행동하는 자세는 선거를 너무 쇼비즈니스로 바꾸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국의 경우, 이번 보궐선거는 서울과 부산 똑같이 시장들의 성추행과 관련되어 갖게 되었습니다. 집권당인 민주당에서는 2015년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에는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 96조 2항을 만들었습니다. 이 당헌에 의하면 이번 서울과 부산의 시장선거에서는 후보자를 내지 않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헌을 개정해서 무리하게 후보를 내었지만 낙선했고 오히려 당의 이미지만 추잡스럽고 신뢰할 수 없는 소인배들로 낙인이 찍히게 된 것입니다. 차라리 이번에 후보를 내지 않고 집권당이 책임지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내년 6월에 있을 전국규모의 선거에서 훨씬 더 나은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눈앞에 찾아온 이익에 눈이 팔려 자신들이 뱉었던 주장도 다 도로 집어넣는 모습은 마치 ‘국민을 유치원 아이보다 더 어리게 대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만들어갑니다. 이처럼 국민을 만만하고 우습게 대하는 자세로 선거에 임하는 모습은 정치인들이 자기 얼굴에 누워서 침 뱉는 일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번 선거결과가 말해주듯이 당헌을 개정하여 선거에 임했던 결정은 오늘의 이익을 위해 내일을 팔아먹는 졸장부의 선택으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정도(正道)를 걷기위해 오늘 눈앞의 이익을 포기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존중하고 어엿하게 내일을 향해 걷는 모습이 너무나도 그리워집니다.
미국을 바라봅니다. 지난 11월 대선에서 전직 대통령이 낙선하게 된 근저에는 BLM(흑인의 생명도 귀하다) 운동이 있었습니다. 유색인들의 상당수가 이 운동에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것이 실수든 고의이든 관계없이 한 생명이 경찰의 무릎에 의해 질식사했을 때 잘잘못을 떠나 가족을 잃어버린 그 가정을 좀 더 적극적으로 따뜻하게 위로했더라면 선거의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면 보이는 것은 그 가정 하나이지만 수많은 국민들, 특히 유색인들이 그 가정을 통해 자신들의 가정을 보고 있었는데 그때 겸손함과 따뜻함으로 채워진 작은 희생만 있었더라도 그 끝은 판이하게 다르게 나타날 수 있었습니다.
서울시장 후보자 중의 한 사람이었던 모 대표는 후보자 단일화 후 그 결과에 승복했습니다.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행보가 국민들의 머리속에서 그의 미래를 더 밝게 그려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바로 약속과 희생이 만들어내는 선한 열매입니다. 부활절을 지나가며 이 약속과 희생을 가장 아름답게 지켜주신 예수님의 모습을 돌아보며 정치는 하지 않지만 정치인들을 바른 길로 이끌어가는 깊이 있는 주님의 제자들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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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