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CALLING WATER)

-한 초등학교에 문제를 안고 있는 8살 여자 아이가 있었습니다.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이 아이는 1학년 초부터 선생님의 골머리를 아프게 했습니다. 떠드는 건 예사고 숙제를 해오지 않을 뿐더러 성적은 늘 꼴찌였습니다. 이 아이는 소위 A.D.H.D(산만증후군)가 심한 아이였습니다. 담임선생님은 몇 번이고 야단을 치고 얼러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급기야 부모님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이 아이를 더 이상 가르칠 수 없으니 특수학교에 보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편지를 받은 부모님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아이의 어머니는 자기 딸을 심리 상담사에게 데리고 갔습니다. 그 상담사는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며 그 아이를 관찰하였습니다. 한참 후 상담사는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미안하지만 엄마하고 이야기 할 것이 있으니 이 방에서 조금만 더 기다려 줄래?” 상담사는 라디오를 켜 놓은 채 어머니와 함께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이 작은 여자아이가 혼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어머니에게 조그마한 창으로 아이를 보게 했습니다. 잠시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라디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자 그 아이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음악에 맞춰 방안을 돌아다니며 너무나도 재미있고 우아하게 춤을 추는 것이었습니다. “부인, 이 아이는 이상한 게 아닙니다. 춤에 너무나도 재능이 있는 아이입니다. 가만히 앉아있게 한 것이 도리어 고통인 것이지요.” 이 아이는 춤추는 것을 너무나 즐거워했습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매일 신나게 춤을 추었습니다. 이 아이가 바로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발레리나이자 안무가인 “질리언 린(Gilian Lynne)”입니다. 그녀에 의해서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과 같은 멋진 뮤지컬 작품들이 만들어졌습니다(퍼온 글). 

에디슨도 엉뚱한 질문을 끊임없이 해 다른 아이들 수업을 방해한다고 학교에서 쫓겨났습니다. 스티브 잡스도 산만증후군이었고 빌게이츠도 휴학을 하며 심리치료를 받았습니다. 워린 버핏도 소심한 성격과 여자 앞에만 서면 부자연스러워져 언어치료를 받았습니다. 이들 모두 단점만보면 문제아로 전락될 뻔한 사람들이지만 그 가운데서 장점을 보고 그 장점을 잘 부각시켜 인생을 대성공으로 이끈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이들 안에 있는 잠재력을 발견한 질리언 린을 상담했던 치료사와 같은 분들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하나님이 주신 은사와 재능이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나이기에 있는 것입니다. 나의 잠재력입니다. 하나님이 내 안에 숨겨두신 가능성입니다. 필자가 신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와 1983년에 첫 담임목회를 섬겼습니다. 지금은 김포가 신시가지로 많이 발전하였지만 당시만 해도 하루에 2번 버스가 다니고 비가 오면 장화를 신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그런 농촌 마을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첫 목양지였는데 여기서 있었던 일을 기억합니다. 예배당 본당이 있고 작지만 교육관 건물이 있었는데 누군가 교육관 건물 벽에 잔뜩 그림을 그려놨습니다. 저와 제 처가 지우면 또 그려져 있고 지우면 또 그려져 있고를 반복했습니다. 이러는 가운데 어린이부 예배를 드리는데 조용히 정성으로 예배를 드리던 아이들이 간혹 기도 시간에 여기저기서 까르르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거의 대부분 참다 참다 못해 푸하하 웃음보가 터진 그런 소리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아이에게 기도를 시키고 웃음소리가 날 때 눈을 뜨고 보았습니다. 1학년 남자아이 하나가 색연필을 가지고 아이들 발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기도할 때 무릎을 꿇고 하는데 이때 양말을 안 신고 온 아이들의 발바닥이 대상이었습니다. “예배를 방해하고 교육관 벽에 그림을 그리던 애가 바로 너였구나, 괘씸한지고!” 예배를 마치고 단단히 야단을 치려고 이 아이를 불렀습니다. 이 아이가 잔뜩 긴장하고 떨며 저에게 오자, 제가 야단을 치기도 전에 제 처가 이 아이를 먼저 꼭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말합니다. “얘야 넌 참 대단하구나. 어쩜 그렇게 그림을 잘 그리니. 

나와 같이 우리 친구들의 모습을 한번 그려보지 않겠니?” 참고로 제 처는 결혼 전 유치원 원장으로 오래 동안 일했습니다. 이 아이는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전도사님에게 야단맞을 거라고 잔뜩 주눅이 들어왔는데 자기가 제일 잘 할수 있고 자신 있는 그림을, 그것도 사모님이 같이 만들자고 하니 너무 신났습니다. 

그 후에 이 아이는 매일매일 동네 아이들의 모습들과 매주일 교회 예배드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신나게 그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림만화책 1권이 나왔습니다. 저와 제 처가 참 재미나게 봤습니다. 교회도 잔치 분위기였고 이 아이의 집도 경사가 났습니다. 이 일로 인해 이 아이의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증조할머니까지 다 교회로 전도가 되었습니다. 이 아이는 커서 지금은 한국의 대표적인 만화가중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주변에는 질리언 린, 스티브 잡스, 빌게이츠, 워린 버핏 그리고 이 아이와 같이 문제아로, 산만증후군으로 보여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들 안에도 무한한 잠재력을 심어놓으셨습니다. 우리들은 이들을 섣부르게 판단하고 야단치고 정죄하지 말고, 믿는 자들답게 하나님이 이들에게 주신 가능성을 무한대로 끌어올려 하나님과 교회와 세상을 섬길 수 있는 통로가 되어야 합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 시골에 가면 동네마다 펌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펌프 옆에는 꼭 물이 채워져 있는 작은 바가지가 하나 있었습니다. 이런 문구와 함께. “펌프질을 한 후에 반드시 바가지에 물을 채워 놓을 것.” 이 바가지 물을 넣고 펌프질을 해야 물이 나옵니다. 이 바가지의 물을 넣지 않고는 아무리 펌프질을 해도 절대로 물은 나오지 않습니다. 이 한 바가지의 물을 ‘마중물’(CALLING WATER)라고 부릅니다. 우리 믿는 자들은 하나님이 자녀들에게, 각 사람들에게 주신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끌어내 하나님과 교회와 세상을 섬길 수 있도록 해주는 통로, ‘마중물’(CALLING WATER)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남편이 아내를, 아내가 남편을, 부모가 자녀들, 자녀가 부모를, 목회자가 교인들을, 교인들이 목회자를, 내가 지인들을, 지인들이 나를 바라볼 수 있다면, 코로나 때문에 아직은 힘든 봄을 서로 격려하고 배려하며 함께 넉넉히 견뎌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생명을 나누면서 말입니다.

pastor.eun@gmail.com

04.10.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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