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저항운동 확산, 국제압박 가중

쿠데타 저항운동 확산, 국제압박 가중

미얀마 군부가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통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권력을 장악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오랜 군부 독재를 끝내고 문민 시대를 연 미얀마의 민주주의가 다시 후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BBC는 미얀마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민주화 과정을 짚어준다(Myanmar coup: What is happening and why?).

 

식민지배와 군부통치로 점철된 역사

 

미얀마는 동남아시아에 있는 나라다. 영국의 오랜 식민지배를 받다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점령기를 거쳐 1948년 독립국가를 수립했다. 그러나 미얀마의 민주 정치는 1962년 네윈 장군의 쿠데타로 종식됐다. 미얀마 독립운동을 이끈 민족 지도자였던 네윈 장군은 1988년 미얀마에서 대규모 민주화 항쟁이 벌어질 때까지 미얀마 최고 권력자로 군림하며 독재정치를 펼쳤다.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던 미얀마는 이 시기,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8년에는 미얀마 전역에서 경제, 정치 상황에 분노한 시민들의 대규모 민주화 항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미얀마 군부는 이를 무력 진압했고, 미얀마에는 탄슈웨 장군을 주축으로 한 새로운 군부정권이 다시 들어섰다. 이로써 미얀마는 2015년 민주적 총선을 치를 때까지 50년 넘게 군부 지배를 받았다. 

 

버마 vs 미얀마

 

1989년 미얀마 신군부는 나라 이름을 버마에서 미얀마로 바꿨다.  

버마라는 국호는 100여 개 민족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버마족에서 유래한 것이다. 

미얀마 군부는 버마라는 국호가 영국 식민시대 잔재가 남아 있는데다 미얀마에 존재하는 100여 개 민족을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호를 공식 변경했다.  

그러나 아웅산 수치 등 미얀마 내 민주화 운동세력은 국제사회 공인을 받으려는 신군부의 의도라며 ‘버마’라는 국호를 고수했다. 

미국 정부도 군사정권의 정통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미얀마 민주화운동 세력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나타내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문민정부를 출범시킨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미얀마 민주화 인사들은 국호를 버마로 다시 고칠 것을 특별히 요구하지 않았다.

현재 유엔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는 미얀마라는 국호를 인정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영국, 그리고 일부 국제인권단체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버마라는 국호를 선호하며 미얀마와 종종 혼용하고 있다.  

 

지난한 민주화 과정과 아웅산 수치의 등장 

 

1988년 8월 8일, 당시 미얀마 수도였던 양곤을 중심으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1988년 8월 8일 벌어졌다고 해 미얀마에서는 ‘8888 항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8월 8일에 시작된 이 민주화 시위는 9월 16일 군부에 완전 진압될 때까지 한 달 넘게 이어졌고 이 기간 3천 명이 넘는 학생과 시민, 승려가 목숨을 잃었다. 

아웅산 수치 고문이 미얀마 민주화 운동 전면에 나서게 된 것도 바로 이 시기아다. 수치 고문은 미얀마 국민이 존경하는 미얀마  독립 영웅, 아웅산 장군 딸로 당시 잠시 귀국했다 고국의 참혹한 현실을 목도한 후 미얀마 민주화 투쟁의 선봉에 섰다. 

이후 미얀마 민주화 세력은 수치 고문을 중심으로 ‘민주주의민족동맹(NLD)’당을 결성했지만 군부는 당 활동을 정지시키고 수치 고문을 가택 연금하는 등 탄압을 가했다.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에 제재를 가하며 압박했고 결국 미얀마 군부는 1990년 총선을 치렀다. 이 총선에서 NLD 당은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미얀마 군부는 부정 선거라며 정권 이양을 거부했고, 군부 통치가 이어졌다. 

그러나 미얀마 민주 세력의 끈질긴 민주화 요구와 국제사회 압박 속에 미얀마 군부는 2008년 헌법을 개정하며 미얀마의 민주주의 전환에 동참하는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헌법상 군부에 정부 요직과 의회 의석 일부를 자동 할당시킴으로써 정치권과의 완전 분리를 거부했다.  

 

또다시 위태로워진 미얀마의 민주전환

 

미얀마는 2008년 개헌 후 2010년과 2015년, 그리고 2020년 3번의 총선을 치렀다. 

2010년 총선 때는 NLD당이 광범위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불참했고, 친군부 정당이 승리했다. 

2015년 총선에서는 NLD당이 압승을 거두며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문민정부 시대를 열었다. 

헌법 조항에 묶여 대통령직에 오를 수 없었던 수치 고문은 외교장관 겸 국가고문이라는 직책을 갖고 실질적 통치자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여전히 군부 입김은 강했고, 수치 고문의 문민정부는 군부가 미얀마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집단학살을 방조, 또는 묵인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2월 1일, 미얀마 군부는 또다시 지난해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며 쿠데타를 일으켜 미얀마의 민주화 과정을 후퇴시켰다. 쿠데타의 중심인물인 민 아웅 훌라잉 최고사령관은 로힝야족 대학살을 지휘했다고 지목받는 인물이다.  

 

미국과 미얀마 관계

 

미국과 미얀마의 관계는 바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경색 국면에서 벗어났다. 

지난 2011년, 당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거의 반세기 만에 미 국무장관으로서는 최초로 미얀마를 방문하며 양국 관계는 급물살을 탔다.  

미국은 2012년부터 미얀마의 민주전환을 위해 15억 달러를 지원해왔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2월 2일 미얀마 사태를 ‘군사쿠데타’라고 공식 규정했다. 쿠데타로 규정되면 해당국에 대한 지원이 중단될 수 있고, 책임자에 대한 제재도 단행할 수 있다. 

이번 미얀마 사태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력을 가늠할 중요한 첫 시험대가 될 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 제재로 미얀마 군부가 중국 쪽에 더 밀착해 바이든 행정부의 아시아 동맹 정책에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미얀마에서는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수천명 규모의 거리시위가 벌어지는 등 시민들의 저항운동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6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시내 곳곳에서 수천 명이 참석하는 항의시위가 벌어졌다고 현지 매체 등이 보도했다. 시위대는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며 행진했고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구금된 인사들의 석방도 촉구했다.

이날 시위는 지난 1일 군사 쿠데타 발생 뒤 최대 규모다.

02.13.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