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다메섹

나의 다메섹

-잘 나가는 치과의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개업의로 일하면서 꽤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어느 정도 돈이 모아지다 보니 주식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돈을 더 빨리, 더 많이 벌어서 병원을 확장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누가 한 벤처기업에 투자하여 큰 이익을 얻었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5만불을 투자했습니다. 처음에는 약간의 이익을 얻었으나 안타깝게 손실이 났습니다. 그는 포기할 수 없어 10만불을 다른 IT 벤처기업에 투자했습니다. 이번에도 초기에는 이익을 봤으나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그는 오기가 발동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주식투자는 마침내 살고 있던 아파트까지 담보 대출을 얻어 다시 투자했지만 결과는 완전 낭패였습니다. 그는 잘되던 병원을 키우려다가 결국 그 병원까지 팔아서 빚잔치를 해야 했습니다(퍼온 글). 

이런 현상을 ‘상승적 몰입’(escalating commitment)이라고 합니다. 상승적 몰입은 잘못된 의사결정이나 행동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오히려 점점 더 빠져드는 역설적인 행동을 뜻합니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아모스 트버스키는 “사람들은 손실의 관점에서 위험한 선택을 하는 경향이 높다. 이것이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다”라고 말합니다. 그동안 손해 본 액수 5만불을 만회하고 싶은 욕심에 사로잡혀 10만불을 투자하고 결국 집과 병원까지 팔아 빚잔치를 해야 할 정도가 되고 맙니다. 이렇게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프레이밍에 사로잡혀 계속적으로 잘 될 것 같다 라는 상승적 몰입의 자기 최면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우리 주변에는 자기도 모르게 이런 ‘플레이밍 효과’와 ‘상승적 몰입’에 빠져 사는 분들이 꽤나 많습니다. 뻔히 떨어질 줄 알면서도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 다른 사람들 눈에는 투자하면 망하는 곳인데도 들어간 돈이 아깝다고 계속 투자하는 사람들, 도박하여 잃은 것을 다시 만회해 보겠다고 계속 도박장에 가는 사람들 등등이 바로 여기에 속합니다. 나름대로 훌륭하고 똑똑한 분인데도 어딘가에 홀려서 제 정신들이 아닙니다.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데도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몰입하여 판단이 흐려집니다. 전혀 그럴 분이 아닌데도 허망한 어이없는 인생을 살아갑니다. 이런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스스로가 개개인의 경험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생각하는 ‘프레이밍’ 그리고 이것이 스스로에게 올가미가 되어갈수록 자기의 개인적 경험에 깊이 빠져드는 ‘상승적 몰입’입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모든 결정과 판단의 주체는 자기 자신만으로 점점 굳어지기 때문에 주변에 갈수록 심하고 격한 오기를 부리게 됩니다. 

악한 마귀는 우리를 유혹할 때 하나님의 말씀과 명령보다는 개개인의 경험에 근거하여 결정하라 –프레이밍 효과, 상승적 몰입-고 유혹합니다. 우리들 주변에 이런 분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우리 교회 안에 겉으로는 예수 포장하지만 속에는 자기 경험만을 최고로 여기며 주장하는 갈수록 독선적이고 교만한 분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바울도 사울이었을 때가 그랬습니다. 사울은 ‘플레밍효과와 상승적 몰입’의 대표적 인물이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큰 자였던 사울이 자기 스스로의 경험적 독단과 오기의 ‘상승적 몰입이라는 프레이밍을(행22:3-5) 성령의 도우심으로 깨고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자인 바울이 되어 ‘그동안 나의 열심은 나 스스로의 지식과 경험에 집착한 상습적 몰입이라는 열심의 프레임이었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내가 증언하노니 그들이 하나님께 열심이 있으나 올바른 지식을 따른 것이 아니니라 하나님의 의를 모르고 자기 의를 세우려고 힘써 하나님의 의에 복종하지 아니하였느니라”(롬10:2-3). 

아직도 사울로 사는 사람들, 자기 경험을 의로 여겨 독선과 독단에 열심인 사람들, 이런 자기 스스로에게 점점 빠져들어 ‘상습적 몰입의 프레이밍’에 갇혀 사는 사람들은 이제 2021년 새해를 시작하는 즈음에 그 틀(플레임)을 깨고 사울이 바울이 되는 고백이 있어야 합니다. 부디 정신을 차리고 자기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 경험, 자기 의, 자기 열심에 상승적으로 몰입하는 틀을 성령의 도우심을 구하며 깨고 나와 바울이 되는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바로 ‘나의 다메석’입니다. 거기에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 현실 속에서도 ‘오늘도 살아서 나에게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나의 인생 안에서도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주의 크신 은총과 평강과 지혜와 축복입니다. 나의 다메섹에 간증의 역사와 찬송의 고백이 가득한 한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pastor.eun@gmail.com

02.06.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