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제 46대 대통령이 지난 20일 취임 직후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파리기후변화협정 복귀, 세계보건기구(WHO) 재가입 등 행정명령 17건에 서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등한시했거나 그의 정책 중 문제가 있는 것들을 뒤엎은 것이다. 앞서 미국 대통령 4명이 취임 첫날 내린 행정명령은 모두 합쳐 4건이었다.
이날 오후 취임식을 마치고 3시52분께 백악관에 입장한 바이든은 1시간 반 뒤인 오후 5시19분께 행정조치에 서명했다. 그는 집무실 책상 왼쪽에 행정명령 서류를 쌓아놓은 채 하나하나 펼쳐 서명에 들어갔다. 행정명령은 의회 입법 절차 없이 연방법 입법에 준하는 효력을 갖는다. 핵심 국정과제나 시급한 과제를 처리할 때에 한해 사용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서명한 행정명령은 17건이다. 코로나19 관련 4건, 이민 관련 6건, 국제기구 관련 2건, 환경·인권 관련 3건, 기타 2건이다. 이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행한 조처를 뒤집은 명령이 11건에 이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행정명령 서명이 취임 첫날 많은 것들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오늘 서명하는 행정적 조처 일부는 코로나19 위기의 흐름을 바꾸고 우리가 오랫동안 하지 않은 기후변화와 싸우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를 잠재우고 기후변화에 대한 적절한 조처라는 대의명분 이면에는 민주당이 추구해온 “성 정체성”에 따른 소수 약자들의 인권 보호에 관련된 행정명령이 감춰져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단결을 강조하며 미국인들에게 “적대자가 아닌 이웃으로 서로를 볼 것”을 촉구하며 힘을 합치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그의 취임 후 첫 번째 업무는 상대와의 협력을 위한 게 아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제를 상당 부분 빠르게 지우겠다는 결의에 차 있었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수천만명의 시민들의 반발심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시카 앤더슨 헤리티지액션 국장은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바이든 행정부가 오늘부터 시작함에 따라 보수주의자들은 좌파의 파괴적인 정책에 맞서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되는 행정명령은 바로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에 따라 연방정부가 차별하지 말 것을 요구한 것이다(EO on Preventing and Combating Discrimination on the Basis of Gender Identity or Sexual Orientation).
1964년에 제정된 시민 인권법령에 따라 성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에 따른 직장 내에서의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는 골자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는 곧바로 연방 차원의 반차별 지침으로 종교기관을 포함한 어떠한 직장이나 기관에서 성적 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제도화 한 것이나 다름없다.
바이든은 취임 전에 이미 교통부 장관으로 피트 부티지지(38)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을 지명했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전통가치를 중시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대거 포진한 상원에서 인준을 받으면 미국 역사상 최초의 공개적 LGBTQ+(동성애자·양성애자·성전환자 등 성소수자) 장관으로 또 다른 역사를 쓰게 된다.
일반적으로, 부티지지 전 시장 지명은 민주당이 지향하는 다양성 포용과 소수자 존중이라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게, 미 언론의 공통된 담론이다.
이러한 바이든 대통령의 행보는 전 트럼프 대통령의 LGBTQ+ 정책과 완전히 반대 방행으로 질주할 수 있다는 게 보수주의자들의 우려다.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성소수자 정책을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당선되자마자 백악관 홈페이지에서 성소수자와 관련된 언급과 정책 향방을 지움
△트랜스젠더의 군대 복무 금지
△의료 보험 제공자가 트렌스젠더와 HIV/AIDS 환자를 상대로 치료 거부할 수 있도록 허용
△해외 대사관에서 프라이드 깃발(Pride Flag, 성소수자의 자기정체성에 대한 긍정과 서로 간의 연대를 보여주기 위해 내거는 무지개 깃발)을 내거는 것을 금지
△2020년 6월, 대법원이 성정체성을 이유로 일자리에서 차별받거나 해고되는 것이 위헌이라고 판결했지만, 트럼프 법무부는 이 판결을 무시하는 32가지 정책과 행정 명령을 시행 중
△공공 노숙자 쉼터가 트렌스젠더를 거부할 수 있도록 허용
△정부 지원금을 받는 입양 단체가 LGBTQ 커플을 거부할 수 있도록 허용
△외교관의 동성 배우자에게 비자를 지급하지 않음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다음과 같은 공약을 통해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적극 보장한다고 약속했다:
△일자리에서 성정체성을 이유로 차별 받지 못하도록 평등법 제정
△인터섹스와 트렌스젠더 국민이 정부 공인 신분증에 자신의 성정체성에 들어맞게 성별을 표시할 수 있도록 허용
△트랜스젠더 대상 폭력과 범죄 근절 정책 시행
△성소수자, 그 중 특히 흑인과 트렌스젠더를 위한 고용·거주 지원 정책 시행
△인구 조사에 성정체성 관련 데이터와 성소수자 대상 범죄 데이터를 수집해 정부 정책에 활용
그리고 그 첫번째 공약이 마침내 행정명령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성소수자 관련 ‘쟁점’이 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제기되고, 바이든 대통령은 무조건 인권보호가 종교의 자유보다 최우선시 된다:
△트렌스젠더 국민도 군대에 복무할 수 있어야 하나?
△기업이 종교의 자유를 빌미로 LGBTQ+ 고객에게 서비스를 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나?
△입양 기관이 LGBTQ+ 커플에게 입양을 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나?
이에 가족연구위원회(Family Research Council) 토니 퍼킨스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 명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말한 “통합을 위한 요청(call for unity)”이 아닌, “획일성에 대한 요구(demanding uniformity)”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퍼킨스는 종교단체가 ‘성차별 반대’ 행정명령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정부와 계약을 상실하게 되며, 이는 성에 대한 보수적인 견해를 가진 미국인들에게 엄청난 파장을 초래할 것이라 경고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사실상 팬데믹 속에서 더욱 필수적인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앙인 및 신앙 기반 단체를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궁극적으로 이 행정명령이 완전히 이행될 경우, 성경적·보수적 가치를 지닌 미국인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생물학적 현실에 대한 더 많은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아이들에 대한 행정명령과 관련해서는 “남자아이들에게 여자아이로서 경쟁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원래 성별과 관계없이) 그들이 선택한 시설을 이용하도록 강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퍼킨스 위원장의 예측은 벌써 실현되고 있다. 바로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보도되자마자,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보수적인 가치를 존중하는 최소 6개 주에서 태생적 성별 지키기 운동에 나서고 있다고, ‘월드’지는 보도한다(Conservative states ready for transgender battles: Pro-family advocates expect to defend laws protecting children).
바이든 행정부의 인간의 성별을 생물학적 성이 아니라 사회 심리적 성에 따라 구분해야 한다고 보는 ‘젠더이데올로기’에 맞서, 남녀간 결합인 전통적 가정제도와 자라나는 아이들을 수호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몬타나, 알라바마, 조지아, 유타 주 등에서 사법적 전투를 추진 중에 있다.
남자와 여성의 성별(性別)이라는 하나님의 창조질서 대신 사회·문화·심리적 성으로 간주되는 젠더(gender)를 통해 임의대로 성별을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시대사조에 민주당, 즉 바이든 행정부는 동참하고 있다.
결국 젠더이데올로기는 가정의 해체를 야기하는 매우 위험한 시대사조로서 21세기 젠더이데올로기의 핵심전략인 젠더 주류화는 남녀 고유의 성정체성을 해체시킬 뿐만 아니라, 가정의 해체를 주요 목표로 삼기에 크리스천들은 이에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면서 기도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 주도로 젠더이데올로기가 강행되는 성혁명의 거센 파도 앞에 우리는 맞서 있다. 결혼 및 가족제도를 수호해야 하고 아이들을 지켜나가야 한다.
01.30.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