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하원이 지난 4일 마리화나(대마초) 비범죄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의회가 마리화나에 대한 연방정부 차원의 금지를 종식시키는 법안을 통과시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진보적인 민주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하원은 찬성 228표 대 반대 164표로 ‘마리화나 기회재투자 및 기록말소(MORE)법’을 통과시켰다. 마리화나를 비범죄화 하고 관련 범죄 기록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원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날 법안 통과는 대체로 상징적인 움직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 표결은 한 때 환각물질로 취급됐던 마리화나에 대한 여론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마리화나는 미국 15개주에서 합법화 됐고, 여론조사를 보면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마리화나 비범죄화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House Passes Historic Marijuana Decriminalization Bill : Though considered to be a largely symbolic move, it nevertheless marks the first time a chamber of Congress has voted to end the federal prohibition of marijuana).
″나머지 미국인들(의 여론)을 따라갈 필요가 있다.” 법안을 공동으로 발의한 얼 블루머나워 하원의원(민주당, 오리건)이 밝혔다.
하원은 찬성 228표 대 반대 164표로 마리화나 비범죄화법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에서는 반대 6표가, 공화당에서는 찬성 5표가 나왔다.
마리화나는 1970년 연방마약정책에 따라 통제물질로 규정돼있다. 의학적 가치가 적고 남용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돼 1급 마약류에 속한다.
하지만 주 정부들은 저마다 법을 만들었다. 연방정부 금지안이 있지만 미국인 3명 중 1명은 현재 성인의 기호용 또는 의료용 마리화나 사용이 합법인 주에 살고 있다.
지금까지 15개 주를 비롯해 컬럼비아 특별구는 21세 이상이 마리화나를 오락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투표법이나 발의안을 통과시켰다.
의료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한 곳은 38개 주에 이른다. 지난달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3분의 2 이상이 마리화나 사용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 연방 마리화나 합법화 지지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 법안에 찬성한 의원들은 마리화나 합법화를 인종차별 문제로도 보고 있다. 대마초 소지로 연방법에 걸려 범죄자가 된 이들 상당수가 유색인종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조사결과, 약물사용비율이 비슷했음에도 흑인들은 마리화나 소지혐의로 체포될 가능성이 백인들보다 3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 법안에는 마리화나 관련 범죄 기록을 삭제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마리화나 범죄 전과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연방정부 지원금 수급 대상에서 배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5%의 마리화나 소비세를 부과해 ”‘마약과의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한 직업교육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도 담겼다. 하원이 지적한 것처럼 이들 중 대부분은 흑인과 아시아인 등 소수인종이다.
″마리화나 금지법의 계속된 집행은 연간 60만건 넘는 체포로 이어졌고, 인구상으로는 (마리화나) 사용 비율이 비슷함에도 마리화나 소지 혐의로 체포될 확률이 백인보다 4배 가까이 높은 유색인종에게 불균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하원이 밝혔다.
″마리화나 소지 경범죄가 경찰폭력으로 번지는 일이 너무 자주 발생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마리화나 금지법에 대한 선택적인 집행은 삶과 죽음을 가르는 문제가 되고 말았다.”
블루머나워 의원은 의회가 오랫동안 이 문제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3세대에 걸친 흑인 및 황인 청년들을 지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리화나 금지법과 차별적인 법 집행으로 소수인종의 ”삶이 무너지거나 목숨을 잃는” 경우가 빈번한 상황에서 이 법안이 ”그 재앙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공화당 지도부는 이 법안을 일축한 바 있다. 민주당이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 지원법안 협상에서 주의를 돌리기 위해 이 ‘하찮은’ 법안에 매진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 법안이 단순히 마리화나 비범죄화를 넘어서는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가혹한 마리화나 (금지)법은 인종 간 불평등의 한 원인이 됐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밝혔다. ″하원이 방금 마리화나에 대한 연방 차원의 금지를 마침내 종식시키고, 형사사법개혁을 진전시키고, 동등한 경제적 기회 조성에 기여할 역사적인 발걸음을 내디뎠다.”
12.12.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