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프랑스 파리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수업 시간에 이슬람을 풍자한 만평을 가지고 표현의 자유에 대해 설명했던 교사가 참수되어 죽은 사건이 있었던 것이다. 18세에 불과한 범인은 뒤쫓던 경찰에 의해 사살되었다고 한다. 프랑스 내의 주류 사회와 이슬람교도들의 갈등이 극명하게 표출된 사건이다. 교사의 처참한 죽음 앞에 수많은 교사들과 시민들이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고도 한다. 오래전 상영되었던 영화가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는 한 고등학교 학생들과 그들의 가르치는 교사 존 키딩의 이야기가 흥미진지하게 그리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면서 펼쳐진다. 무엇인가에 심각하게 일그러져 있는 학생들. 제대로 숨도 못 쉴 것 같은 압박 속에서 불투명한 미래에 신음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학생들. 그런 학생들에게 사물을 다르게 보면서 진정한 자유를 지금 누리며 사는 것을 가르치려했던 키딩은 결국 교단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를 떠나보내는 학생들은 늘 그 아래 앉아만 있던 책상 위에 올라서서 다르게 보는 삶을 다짐하는 모습을 선생님에게 보인다.
교사의 길은 쉽지 않다. 예나 지금이나 사명감이 없이는 도무지 갈 수 없는 길이다. 지식만 가르치는 일만이 교사의 일일 수는 없고 분명한 기준과 올바른 가치도 가르쳐야 하는 것이 그들의 직무이다. 그런 소신으로 걷는 교사의 길 앞에는 숱한 어려움이 있다. 자기 자신에게 묻고 또 물어야 하는 소명의 확신이 그 어려움 중의 하나이며 학생들의 태도와 그들과의 관계, 부모들의 바람직한 바람이나 어이없는 요구, 몸담고 있는 학교 지도부의 권위와 사회의 여러 통념, 다양한 정치적 종교적 성향 등등이 크고 작은 난제들이다. 어떻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겠는가. 이 모든 것을 품고 가다가 때로는 희생도 당해야하는 모든 시대에서 교사들은 진정한 영웅들이다. 그들의 수고와 희생이 없이 인류의 발전을 논할 수 없다.
위대한 업적을 이루고도 그 열매는 보지 못하고 암살당한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을 추모하며 우러트 휘트만이 쓴 시가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인용되었다. “O Captain! my Captain! our fearful trip is done; The ship has weather'd every rack, the prize we sought is won; The port is near, the bells I hear, the people all exulting..../오 캡틴! 나의 캡틴이여! 우리의 두려운 항해는 끝났습니다. 배는 모든 역경을 헤쳐왔고, 우리가 찾았던 보물을 얻었습니다. 항구가 가깝습니다. 종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환호하고 있습니다....” 이 시에 따르면 그 배의 함장은 놀라운 일을 성취하였다. 그가 이룬 놀라운 업적에 기뻐하고 함장의 귀환을 축하하는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리는 그 배에는 함장이 죽어 누워 있다. 함장이여 일어나 저 소리를 듣고 저 사람들을 보라고 선원들은 함장을 깨우고 있다.
우리 앞의 캡틴들은 어려운 풍랑을 헤치며 위대한 일을 이루고 떠났다. 너무 아름다운 분들이다. 이젠 우리 몫이다. 우리 앞에도 여전히 센 풍랑이 불어온다. 이 높은 파고를 어떻게 헤치고 나갈 것인지 두렵다. 우리의 생애가 끝나고 난 다음, 우리를 지켜보았던 사람들이 우리 각자들을 향해 과연 “O Captain! my Captain!”이라고 불러줄까.
10.24.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