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두 모습-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지난 2월말 코로나가 아직 기승을 부리기 전 우리 지역에 살고 있는 소아과의사가 해외여행을 마치고 귀국했는데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자신이 감염된 사실을 모른 채 아이들을 검진했기 때문에 지역보건을 담당하는 의료진들이 많이 긴장했습니다. 더 이상 그 환자의 신상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몇 주 후 한인교회에서도 감염자가 나왔습니다. 한인교회 전체가 긴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역 주요언론에서는 신규 감염자가 생겼다는 내용 외에는 그 감염자와 한인교회의 연결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인종간의 긴장이나 불필요한 갈등을 막기 위한 사려 깊은 조치였습니다.

최근 한국에서 코로나 감염이 급작스럽게 확산되는 상황에 처하면서 그 급증의 중심에 교회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언론이 연일 보도했습니다. 듣기에 따라서는 마치 교회가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도구로 전락된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진보냐 보수냐의 문제를 떠나 어떤 교회도 코로나바이러스 전파의 매개체가 되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들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다양한 방법으로 감염을 막으려고 시도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사실 교회도 바이러스의 피해자입니다. 교회뿐만 아니라 지구촌에 살고 있는 모든 인류가 다 피해자입니다. 누가 의도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바이러스를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키고 만족감을 느끼겠습니까? 우리 모두는 바이러스의 피해자입니다. 다만 누가 먼저 감염되었는지 그 순서에 의해 갑자기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언론에서 색깔이 바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게 되면 국민들 사이에 서로를 향한 경계심과 증오심만을 만들게 될 뿐입니다.

직장인들은 자신이 회사 내에서 ‘코로나 1호 확진자’가 될까봐 불안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고가 나왔습니다. 첫 확진자가 되면 직장과 지역사회에서 매장된다는 분위기로 인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도 코로나 감염 이후의 사람들의 눈총과 시선이 더 무섭게 다가오고 있다고 한결 같이 말합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가 있습니다. 어느 날 이웃집에 사는 아이가 어떤 경로인지는 모르지만 감염이 되었습니다. 그 아이와 어울렸던 모든 아이들과 아이들의 가족식구들이 다 격리대상에 올라왔습니다. 불행하게도 한 아이가 추가로 감염되었고 그 아이의 부모도 감염되었습니다. 이제 그 아이의 부모가 사업을 하고 있는 사업장과 그 주변의 모든 가계가 다 사업장을 닫고 2주간 기다려야 합니다. 2주간 사업을 할 수 없게 된 사업주들은 하나같이 다 분노의 눈으로 감염이 된 이웃 사업자를 볼 뿐만 아니라 짜증의 대상으로 여깁니다. 이렇게 감염된 이웃을 향해 적대감과 분노를 가지도록 만들어가는 방역정책을 통해 그 열매를 ‘K-방역’이라고 자랑할지는 모르지만 그 뒷면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인간성의 몰살을 놓치고 있지는 않는지 더 깊이 점검할 때입니다.

누가 바이러스에 걸리고 싶었겠습니까? 피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오늘 우리가 서 있는 이 시대의 현실입니다. 감염 가능성 때문에 2주 동안 자가격리되었던 사람들은 행여라도 자신들로 인해 그 누군가가 감염되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은 고민과 불안감의 기간이었다고 한결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 앞에서 제대로 된 지도자들이라면 감염된 이웃을 따뜻하게 이해해 주고 받아 주도록 국민들을 이끌고 지도해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대처하다가는 바이러스가 사라지기도 전에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인간성이 먼저 사라질 것입니다. 

이런 시대에 자신의 정당이나 정권을 초월하여 아픈 사람들을 먼저 생각해주고 함께 이해하고 이겨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주님의 마음을 품은 사람들이 그리워집니다.

thechoi82@yahoo.com

09.12.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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