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모든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결코 잊혀질 수 없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지역과 피부색을 가리지 않고 찾아온 코로나로 인해 지구촌 전체가 신음하고 있으며 이 고통의 중심에는 확연하게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 한 국가 내에서도 부유한 지역과 가난한 지역 사이에 극과 극의 대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9일까지 나온 뉴욕주의 누적통계를 보면 확진자가 35만2천여 명이며 이 중에 사망자가 2만2천여 명입니다. 이런 뉴욕주의 통계를 좀 더 깊이 보게 되면 또 다른 면이 보입니다. 뉴욕시 보건부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뉴욕의 가장 가난한 동네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은 가장 부유한 동네에서의 사망률에 비해 무려 15배 높다는 점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사망한 사람들을 지역별 짚코드(zip code)로 분류한 결과 나타난 자료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브루클린 인근의 스타렛 시티(Starrett City) 지역으로 주민 10만 명당 444명입니다. 이 지역의 인구 구성 비율은 흑인 40% 이상, 히스패닉계 25%에 해당됩니다. 반면 사망자 수가 가장 적은 지역은 뉴욕 맨해튼의 부유한 백인 거주지역인 그래머시 파크(Gramercy Park)로 주민 10만 명당 31명으로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한 지역은 10만 명당 31명, 한 지역은 이보다 무려 15배 더 높은 444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런 통계를 대하면서 다양하게 설명을 시도해볼 수 있지만 분명한 사실 중의 하나는 경제력이 코로나로부터의 생존율에 확실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 다른 코로나와 관련된 통계자료 중에서 눈 여겨 보아야 할 내용은 감염된 환자들의 연령대별 병원 입원율과 사망율입니다. 감염된 환자들 중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비율은 0.1%로 환자 10만 명당 113.6명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입원한 환자들을 연령대별로 나누어 보면 의미 있는 수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65세 이상 되신 분들의 입원율이 인구 10만 명당 321명으로 0.32%인데 반해 50세-64세 되신 분들의 입원율은 인구 10만 명당 171명으로 0.17%입니다. 연령차이가 10년 정도이지만 병원 입원율은 무려 두 배나 더 높게 나타났으며 당연히 치사율도 연령이 높아질수록 현격하게 더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자료들은 명확히 코로나와 경제력 그리고 연령에 따른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말합니다. 세상적인 표현으로 한다면 코로나는 ‘돈 없고 늙은 사람들에게 더 가혹한 병’인 셈입니다.
그런데 만일 통계가 그 반대로 되었다면 어떻게 될까? 라는 가정을 해봅니다. 돈 많고 젊고 어린 사람들이 더 희생되는 경우가 되었더라면 아마도 미국 땅은 지금과는 비교될 수 없는 혼돈과 슬픔의 눈물로 채워지고 있을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이나 부유한 사람이나 그 생명의 가치는 같다고 배우고 가르치며 어린 생명이나 연로한 사람의 생명이나 생명은 다 같은 것이라고 늘 듣고 배우지만 현실의 삶에서는 그 진리가 곧이곧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의 흐름 속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복음으로 인해 감사를 드립니다. 부자도 아니었고 건강하고 힘 있는 사람도 아니었는데 그런데 어느 날 주님이 우리를 찾아와주시었고 우리에게 가장 귀한 십자가의 은혜를 주셨다는 사실이 오늘 교회가 서야할 자리가 어디인가를 명확하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불평등하고 꾸부러진 코로나시대를 지나가면서 주님이 몸소 세워주신 교회가 있어야 할 자리에 그 주님이 오실 때까지 자리를 진실하게 지키며 나아가는 신앙인으로 남아있기를 기도하며....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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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5.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