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진리등대 길이길이 빛나니 우리들도 등대되어 주의 사랑 비추세 우리 작은 불을 켜서 험한 바다 비추세 물에 빠져 헤매는 이 건져 내어 살리세” 사십 년도 훨씬 넘었는데 그 날 밤 그 예배에서 불렀던 찬송은 아직까지 잊히지 않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날 밤 졸업예배에서 친구들과 함께 불렀던 찬송이다. 그 후 사진에서 보거나 여행가서 보게 되는 등대는 모두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우리들도 등대되어” 라는 가사가 다시 떠오르며 내가 과연 그 등대의 사명을 잘 감당하고 있는지 돌아보곤 하였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매일 일정량의 기름을 공급받아 등을 밝히던 등대가 있었다. 그 마을에 아들이 급히 입원하게 된 사람이 등대지기를 찾아와 기름을 팔아 자기의 어려움을 도와달라고 하였다. 사정이 딱한지라 기름을 좀 빼서 그를 도와주었다. 기름이 부족한 그날 밤, 등대를 밝힐 수 없었던 그날 밤, 하필이면 많은 장정을 태우고 고기잡이 나갔던 배가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나 그 배는 항구를 찾을 수 없어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암초를 만났고 사람들은 죽고 말았다. 이해할만한 이유는 있었지만 등대지기는 빛을 밝혀야 한다는 가장 중요한 사명을 소홀히 하였다는 이야기도 그날 밤의 예배, 그 찬송을 다시 떠올리며 나는 칠흑같이 어두운 세상에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깊이 생각하게 한다. 이 이야기뿐이 아니라, 사실 이 노래도 내겐 등대와 연관된 사명을 일깨우곤 하였다.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 위에 차고 한겨울에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흰 갈매기도 잠들은 고요한 파도 위에 수 없이 많은 이야기들 등대는 알리라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그날 밤 예배에서 나는 나의 정체성을 확실히 했다. 그와 연관된 이야기와 노래에서 나는 나를 찾았다. 나는 세상을 밝힐 빛이라는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분명히 주님이 우리를 세상의 빛이라고 말씀하셨다. 나의 삶은 나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상을 향해 책임을 지닌 존재이다. 반드시 나를 밝혀 세상의 사람들에게 갈 길을 찾게 해주어야 한다. 우리를 보고 갈 길을 찾아야 할 사람들이 우리의 꺼진 불 때문에 방황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길로 갈 수 있다. 그러므로 물어보아야 한다. “그대, 불이 켜져 있는가?” 과연 내게는 사람들을 인도할 빛이 타오르고 있는가.
어두움을 물리칠 힘은 빛 밖에 없다. 세상을 어둡다, 그 세력은 크고 강하다. “그대, 불이 켜져 있는가?” 아픔을 치유하고 증오를 사랑으로 바꾸며 두려움을 담대함으로 바꾸는 능력은 빛이다. “그대, 불이 켜져 있는가?” 오늘의 상황이 아무리 답답해도 빛으로 일어서면 반드시 밝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
그렇다. 지금은 너무 어두운 때이다. 캄캄하다. 어디가 길인지 알 수 없다. 교회가 잠자고 있으면 누가 절망의 땅에 희망의 빛을 비추겠는가. 내가 지금 어두움에 잠겨 있는 이유를 찾으려 너무 시간을 보내지 말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빛을 발하라는 것이다. 자기의 타들어감 없이 초는 빛을 발할 수 없고, 기름의 태움 없이 등대는 밝아지지 않는다. 빛의 사명은 희생을 요구한다. 그 누구도 희생이 없다면 어두운 시대는 더 짙은 어둠에 잠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질문은 희생도 하겠는가를 포함하는 질문이다.
“그대, 불이 켜져 있는가?”
08.01.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