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개혁주의 신학 조화시켰다”

CT, 복음주의적 삶의 신학자, J. I. 패커 소천 통해 그의 신학적

많은 사람에게 제임스 패커로 더 잘 알려진 제임스 인넬 패커는 이 시대 저명하고 영향력 있는 복음주의 지도자 중 한 사람으로 지난 7월 17일 9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역사가들이 J. I. 패커의 생애를 돌아볼 때, “J. I. 패커와 복음주의의 미래(J. I. Packer and Evangelical Future)”는 유용한 출발점이다. 티모시 조지, 알리스터 맥그래스, 척 콜슨, 마크 덴버, 고 리처드 존 뉴하우스를 포함한 저명한 기고가들이 모여 패커의 유산을 되새겨보았다.

그들의 결론에 따르면 이 성공회 학자는 근본적으로 “삶의 신학자”, “현대판 교리교육자”, 그리고 이레나이우스, 아우구스티누스, 칼빈, 백스터, 오웬의 전통에 서 있는 개혁주의 선지자(Packer, Unpacked: Timothy George attempts to interpret the great 'theologizer')라고 크리스차니티투데이(CT)는 보도했다.

책에 실린 글은 대부분 저자들이 2006년 비슨신학교 컨퍼런스에서 강연한 내용들이다. 컨퍼런스를 조직하고 책을 편집한 비슨신학교 티모시 조지 학장은 “이 에세이들이 모자이크처럼 담아내는 패커의 생애와 사상의 주요 측면들을 통해 복음주의 교회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배우고, 복음주의 교회가 당면한 기회, 위험, 훈련, 방향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 장은 패커 본인의 생각과 반응을 담고 있다.

패커가 사랑했던 청교도에 친숙한 독자는 책 곳곳에서 존 번연의 “천로역정”의 메아리를 들을 수도 있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해석자의 집’을 거니는 듯 한 기분이 든다.

각 에세이가 중요한 신학적 내용들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패커의 해설자들은 “하나님의 면전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코람데오 정신과, 참된 신학은 “궁극적으로 송영이다” 같은 심오한 진리들을 상기시켜준다.

책 속에는 이 외에도 천상의 도시로 향하는 순례자들에게 하나같이 꼭 필요한 교훈들로 가득하다.

패커는 인간중심주의를 피하고 당당하게 “하나님 중심으로” 구원의 진리에 접근한다. 그는 성경무오와 성경의 권위가 뒷받침하는 하나님 중심주의를 따를 때만 순례자들이 경건에 합당한 자세를 갖출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무미건조한 교리공부에는 반대하며, “진리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니 궁극적으로 신학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목회적 기능”이라고 한결 같이 주장한다.

루스 힌드마쉬는 과거에서 보화를 캐내 현재를 새롭게 하는데 사용하는 패커의 방식을 “공적 사역의 로빈후드적 특성”이라고 부른다. 패커는 옥스퍼드 재학시절 C. S. 루이스를 통해 접한 ‘온고지신’의 모델에 따라 옛 것을 무조건 배척하는 속물근성을 뛰어넘어 시대를 초월하는 지혜를 추구한다.

가톨릭 신(新)신학 신학자들이 신학적 지혜를 얻고자 그들의 과거를 파들어가던 시기에 패커는 17세기 청교도들의 성들을 급습해 확보한 보화를 다수의 가난한 복음주의자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패커가 재분배한 보물의 목록이 바로 그가 1952년 7월부터 출간한 저작목록이기도 한데, 이 책의 부록에 실려 있다.

은혜의 교리들은 패커에게 가장 중요한 중심주제였는데, 성경의 언약적 주제들에 특히 민감한 그의 성경해석 방법에서 이 부분이 잘 드러난다. 따라서 패커의 견해에 따르면, “구약성경은 바울(로마서와 갈라디아서)과 누가(누가복음과 사도행전), 마태, 히브리서 기자가 제공하는 해석학적 안경을 통해 읽어야 한다.”

패커는 이런 해석학적 원리를 제자도에 적용하면서 “개혁신학이야말로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그리스도를 닮은 성품을 가져다줄 더없이 건전하고 심오한 신학”이라고 말한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서도 존 오웬의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이루어진 죽음의 죽음(The Death of Death in the Death of Christ)에 붙인 서문에서도, 패커는 자신의 글에 담은 삼위일체적 구조와 십자가 중심성, 거기에 스며든 은혜의 특성을 독자들이 읽고 음미하고 익히고 흡수하기를 바란다.

패커는 열정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인내를 잃어선 안 된다고 본다. 지혜로운 순례자는 복음을 섬기는 일에 곧장 달려들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진지하고 신중한 태도로 먼저 뒤를 돌아본 다음, 하나님의 계시에 담긴 패턴들을 분석하고 평가한다.

이런 모습은 매우 당연한 신학적 자세다. 기도와 성경연구로 주님의 뜻을 참을성 있게 받들지 못하면 내세의 영광을 드러내지 못할 것이다.

패커는 계시를 분석해 얻은 원리에 충실하고자 가르치는 일을 선택했고 여러 사업에도 참여했다.

1999년부터 위원장으로 참가한 영어표준역(ESV) 번역감독위원회 활동도 그 중 하나였다. 그가 성공회 갱생을 위한 노력 및 ‘복음주의자와 가톨릭신자 연합’에 참여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패커는 그런 사업들을 이끄는 원동력이 종말론적 소망, 마지막 시대에 나타날 교회의 하나됨을 보다 온전히 실현시키기 원하는 마음이라고 봤다.

패커는 요한복음 17장 20-23절에 나오는 예수님의 기도를 묵상하고 이렇게 적었다. “이 기도문을 읽으면 분명하게 이런 생각이 든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하나님의 하나뿐인 가족이 한 가족으로 말하고 행동해 그들의 언행이 한 가족다운 것으로 보이고 들리게 해야겠구나,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라면 어디나 함께 해야겠구나.”

패커라면 “천로역정”에 나오는 절망 씨에 대해 그리스도인에게 뭐라고 말할까? 아마도 자신의 경험을 덧붙여가며 성경의 신빙성을 열심히 설명하고, 성경본문은 계시된 하나님의 말씀으로 철저히 무오하기 때문에 온전히 신뢰할 수 있다고 장담할 것이다.

패커는 그런 방식으로 성경을 대해야만 순종이나 제자도를 말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주장한다. 그는 여러 책에서 이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하나님의 대변자”와 “하나님이 말씀하시되(God Has Spoken)”가 대표적인 저서다.

우리는 성경의 진리됨과 권위에 이끌려 그 중심 사건인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에 이르고 끊임없이 그것을 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패커는 설교자의 직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성경의 어떤 부분을 강해하건 갈보리 십자가와 거기서 이뤄진 구속과 동떨어지거나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일이 없게 하라.” 따라서 그의 여러 책들은 성결을 강조한다. 

그 중 대표적인 책인 “성령을 아는 지식” 마지막 장은 성결을 이렇게 요약하고 있다. “회개와 선행, 충성된 순종, 하나님께 바치는 감사의 찬양이 가득한 삶이야말로 진정한 믿음의 참된 열매이자 생생한 증거다.”

이제 요약해보자. J. I. 패커는 복음주의의 미래에 어떤 유산을 남겼는가? 그 덕분에 기독교 신학이 송영, 겸손, 관대함, 정직, 인내, 생명력, 연대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더 잘 알 수 있게 됐다. 위대한 “삶의 신학자”다운 독보적인 작업이다.

제임스 패커에게 교회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그는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모든 방법으로 하나님을 영광스럽게 하십시오”라고 대답했다. 이는 그가 일생을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그리고 지금도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묘비명에 새길만한 말이다.

 

08.01.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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