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운동 메시지가 매일 같이 변하고 있는 지금, 공화당 의원들 역시도 당의 핵심 슬로건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거가 불과 약 10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트럼프와 공화당은 엉망진창이다. 어떤 날은 경제(또는 코로나바이러스 이전의 경제)를 자랑하다가 또 어떤 날은 ”법과 질서”(시위대를 진압하는 경찰을 추켜세우는 것과 같은 문화전쟁의 완곡한 어법)를 내세운다. 그러다가 또 어떤 날에는 ‘사회주의’ 민주당과 ‘자유’의 공화당이라는 오랜 고정관념을 무기로 꺼내들기도 한다.
트럼프는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을 겨냥한 몇 가지 네거티브 공격들을 시험했다. 그는 계속해서 그를 ”졸린 조(Sleepy Joe)”라고 지칭했는데, 그가 생각하는 것만큼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바이든의 부패혐의를 캐내보려고 했지만 트럼프 정부의 부패를 스스로 드러내고야 말았을 뿐이다. 최근 트럼프는 바이든이 노망든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지만 그럴수록 자신의 인지능력에 대한 의문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Republicans Struggle To Find A Reelection Message: Democrats plan to run on Trump’s bungling of the coronavirus. Republicans are hoping people will have amnesia).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미치 매코넬(왼쪽)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의회의 공화당 인사들에게 ‘공화당의 핵심 대선 메시지가 뭐냐’고 물어봐도 통일된 답을 듣기는 어렵다.
″글쎄요, 재선 선거운동 메시지를 뭘로 할 건지는 대통령이 결정하겠죠.”
언변이 뛰어난 공화당 의원 중 하나인 톰 콜 하원의원(오클라호마)이 최근 허프포스트에 말했다. 그는 선거가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는 것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대선 선거운동 메시지가 크게 3가지를 중심으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경제재건,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의 원상회복, 바이든과의 차별점 강조가 바로 그것이다.
″바이든은 역대 가장 강력한 민주당 후보다” 콜 의원이 말했다. 그는 곧 나올 선거운동 메시지를 이렇게도 요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내가 한 일은 이렇다. 앞으로 내가 할 일은 이렇다. 다른 후보가 대통령이 될 준비가 안 돼 있는 이유는 이거다.”
하지만 그런 식의 메시지를 소화하려면 능력과 집중력이 있어야 한다. 트럼프에게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들이다.
트럼프는 최근 폭스뉴스 숀 해너티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집권 2기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경험과 재능을 장황하게 설명했고, 이제 자신은 워싱턴 정치를 더 잘 알게 됐다고 했다. ”저는 그 전까지 한 번도 이걸 한 적이 없어요. 워싱턴에서 잠을 자본 적도 없고요. 제 기억에 워싱턴에는 17번 왔던 것 같네요. 그런데 갑자기 제가 미국 대통령이 된 겁니다.” 또 트럼프는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같은 멍청이”를 쓰는 일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공화당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 5년 동안 트럼프의 실체를 외면해왔다. 그들이 그런 가면놀이를 포기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다수의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가 받아들였으면 하는 메시지들을 언급했다.
앤디 바 하원의원(켄터키)은 이번 선거가 ”자유로운 기업 활동, 자유, 자유 대 사회주의의 대결”이라고 말했다.
글렌 그로스먼 하원의원(위스콘신)은 ”미국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 선거운동의 핵심 메시지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랜디 웨버 하원의원(텍사스)은 이번 선거가 ”미국을 안전하게 만드는” 일에 대한 선거라고 주장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 트럼프의 재선 선거운동 메시지는 경제가 될 것이 유력했다. 트럼프 정부에서 미국은 최저 실업률을 기록했고, 주식시장도 최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경제 지표들은 빠르게 추락했다. 실업률은 10%대를 기록하고 있고,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세가 계속되면서 신속한 경제 회복은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이다.
몇몇 공화당 의원들은 유권자들이 트럼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를 그저 외면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저라면 가장 간단한 메시지를 전달할 겁니다. ‘코로나19 이전의 경제가 어땠는지 기억하라’는 거죠.” 마이크 브라운 상원의원(인디애나)이 최근 허프포스트에 한 말이다.
또 다른 공화당 상원의원인 톰 틸스(노스캐롤라이나)는 최근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이번 선거에는 정말 많은 게 걸려있습니다. 하지만 왜 우리가 이길 거라고 제가 생각하는지 아십니까? 사람들은 지난 2월만 해도 삶이 얼마나 좋았는지 기억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브라운 의원은 한 걸음 더 나갔다. ”사람들이 그 기억들을 되살리도록 해야 합니다.” 그가 말했다. ”그 기억이 흐릿해졌어요.”
경제가 얼마나 좋았는지 기억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공화당 의원들의 주장은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2000만명 넘는 사람들이나 7월치 주택 자금을 납부하지 못한 미국인의 3분의 1에게 그리 큰 위안이 될 것 같지 않다.
민주당은 ‘좋았던 과거’ 대신 ‘좋지 않은 현재’를 유권자들이 기억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의 선거운동 메시지의 상당수는 트럼프 정부의 미흡한 코로나19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진단검사 부족 사태, 섣부른 경제활동 재개,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두기 거부 등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의 마음속에 있는 것도 바로 이런 문제들이다.
7월 초 조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3가지 이슈가 뭐냐’는 질문에 유권자들은 건강보험(46%), 경제(44%), 코로나바이러스(36%)라고 답했다.
이 세 가지 이슈들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모두 서로 연결돼있다. 민주당은 ‘상식의 회복’과 연관이 있는 것들이라고 보고 있다.
도마크 포칸 하원의원(위스콘신)은 민주당의 대선 메시지가 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WTF(XX 이게 뭐임).”
포칸 의원은 누구나 트럼프에 대해 “WTF”하는 순간이 있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건 완전 정상이 아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들 중에서 트럼프의 태만이 이것(코로나19 유행)을 초래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뉴욕)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민주당의 대선 메시지는, ‘트럼프는 이 나라에 불을 지르고 있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거다’는 거다.”
그는 공화당을 ”가장 똘똘 뭉치게 만든 메시지”들은 ”인종주의, 제노포비아, 여성혐오”였다고 했다. 그러나 서민들을 위한 경제지원책을 거부하고, 과학자들과 공중보건 전문가들이 시민들 앞에 나서는 것을 가로막고, ”그들의 결정들 때문에 10만명 넘는 사람들이 사망”한 상황에서 그와 같은 고전적인 수법은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은 보다 전통적인 조언을 내놨다. 벤 레이 루한 하원의원(뉴멕시코)은 처방적 약값 인하나 건강보험 확대 적용 같은 ”민생 이슈”나 ”전면적인 정부 개혁” 같은 문제들을 길게 언급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에게서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었던 대답은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원 정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애덤 시프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가장 중요한 메시지로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능력과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고, 경제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미국 가정들을 돕는 것”을 꼽았다. 그는 민주당이 이번 위기를 ”구조적 불평등과 인종주의, 부정”을 해소하는 계기로 삼고 ”민주주의를 회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08.01.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