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이름을 들어보았을 법한 두 분의 마지막을 접했습니다. 한 분은 서울시장으로 봉직했던 64세의 박원순 시장이고, 다른 한 분은 100세가 되신 한국 전쟁의 전설 백선엽 장군입니다. 박시장은 지금의 집권여당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던 반면에 백장군은 과거 친일행적의 경력으로 인해 집권당과 그 지지자들로부터 자주 공격을 받았습니다.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박시장은 전직비서로부터 성추행혐의로 고소를 당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두 분의 장례식과 관련되어서도 여론은 두 개의 흐름으로 선명하게 나뉘어지고 있습니다. 그 흐름의 중심에는 ‘어느 당을 지지하는가?’ 라는 정치적인 기류가 깔려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민심에 의해 요동치는 현대 정치판에 기대어 한 사람이 살아오며 가졌던 삶의 가치와 고뇌와 수고와 충성을 평가하는 것은 고인들의 삶을 대하는 진실한 자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삶이 그렇듯이 두 분의 걸음 역시 깨끗함과 추함이 공존하는 걸음이었습니다. 백장군은 일제강점기 만주국 간도특설대에서 2년 가까이 근무하는 동안 항일운동을 하던 한국인들을 토벌했던 과거로 인해 친일파의 명단에 오르게 됨으로써 대한민국의 건국과 6.25전쟁, 그리고 그 이후 국가를 위해 봉사한 수십년에 걸친 애국이 별 의미 없는 것처럼 공격을 받곤 하는 아픔이 있습니다.
박시장 역시 유신체제에 반대하다 서울대학에서 제적되고 이후 단국대학교를 졸업한 후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법조인의 길을 걸으며 인권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대표적인 사건을 말한다면 부천서 성고문의 피해자였던 권인숙씨의 변호를 맡았던 일입니다. 그 이후에도 여러 사회운동을 펼치며 자신이 생각하던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랬던 그가 성폭력을 당한 희생자들을 위해 변호할 때마다 자신이 그토록 단호하게 거부하고 싫어했던 성폭력 가해자의 자리에 자기 자신이 서게 됨을 알고 스스로 생을 정리했습니다.
그의 죽음을 보며 자신의 죽음을 통해 어두웠던 삶의 부분에 대해 책임지려고 하는 깊은 양심의 고뇌를 느낄 수도 있지만 오히려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아가면서라도 속죄하는 마음으로 나머지 삶의 길을 걷는 것이 더 책임 있는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사표내고 뒤로 물러나는 것보다, 자신의 자존심과 인격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생명을 끊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그런 모든 일시적인 것을 누르고 조용히 창조주 앞에서 자신이 가야할 인고(忍苦)의 걸음을 걷는 것이 아닐까요! 백장군은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받을 수밖에 없는 과거 항일운동을 탄압했던 그 일을 언급했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아오면서 여기까지 100세 삶의 길을 마치고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두 분 모두 대한민국을 사랑하던 분들이었습니다. 이제 국민 모두 정치적 관점의 차이를 뛰어 넘어 인간 속에 존재하는 보편적인 약함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에게 소망과 위로가 넘치도록 기도하며, 고인들이 사랑했던 국가와 국민들이 한 마음으로 서로를 받아들이고 앞을 향해 나아가는 조국 대한민국이 되기를 태평양 건너 이국땅에서 가슴으로 기도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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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8.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