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건강코드, 주민감시 수단

NYT, 중국 코로나19 확산방지 모바일 앱 설치 강요 보도

중국 공산당 정권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구실로 각종 모바일 앱 설치를 강요하고 있다. 이들 앱은 유행병이 끝나더라도 삭제되지 않고 남아 자동화된 사회 통제 확대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는 고발한다(China’s Virus Apps May Outlast the Outbreak, Stirring Privacy Fears: With the disease there mostly under control, officials are looking for new uses for the government software that’s now on many phones).

알리페이는 중국의 거대 전자 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소유한 온라인 결제 플랫폼이고 위챗은 다목적 메신저 앱이다. 이 두 앱은 모든 중국인이 사용한다고 보면 되는데 중국의 공식 건강 코드 서비스가 이 앱들에서 구동되며 사람들에게 3가지 색깔의 코드를 부여한다. 빨간색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14일의 격리기간을 거쳐야 한다. 노란색은 7일, 녹색은 격리가 필요 없는 사람이다.

바이러스 확인 앱들은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일 때 바이러스 전파의 우려가 있는 사람들을 색출해 격리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도입됐는데 중국 전역에서 격리조치가 해제되면서 사람들의 이동자유를 이 앱들이 크게 좌우하게 됐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이런 종류의 앱에 가입하려면 신상정보와 최근 여행데이터, 그리고 건강상태 관련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저장돼 경찰과 공유된다. 

당국은 이런 건강 관련 앱들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며 바이러스 통제가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것이 중국에 새로 도입된 자동화된 사회통제 시스템으로 유행병이 끝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3월, 중국 남동부 장시성에서 어느 현지 정부가 발행한 문서에 따르면 건강코드는 ‘성(省) 전역을 광범위하게 커버하라’는 고위당국의 명령에 의해 적극적으로 홍보됐다. 또한 각급 정부는 시골이든 도시든 각 가구의 구성원 전원이 건강코드를 받았는지 조사해야 했다.

가령 중국 동부 저장성의 어느 블록관리자(구역을 분할해 각 블록을 전담하는 자)는 명령에 따라 집마다 다니며 신생아와 노인들처럼 너무 나이가 들었거나 약해서 멀리 다닐 수 없는 사람들조차 건강코드를 받게 했다고 비터 윈터에 털어놓았다.

저장성 밖에서 일하는 사업가인 후 씨도 부친이 최근 말기위암 진단을 받아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건강코드 앱을 설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병원진단서를 들이밀어도 소용없었다. 후 씨는 건강코드가 없으면 부친이 돌아가셔도 화장을 치르지 못하게 될 거라며 씁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겨우 한 살이라 아직 말도 못 하는 제 아기에게도 건강코드를 신청하라더군요.” 비터 윈터는 중국 북부 허베이성의 어느 엄마에게서도 이런 불평을 들었다. “젖먹이가 혼자서 어딜 간다고 이럴까요?”

중국 동부 산둥 성 주민들의 경우는 5월초, 55일이나 연속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음에도 건강코드를 신청해야 했다.

5월 중순, 산둥 성 허쩌 지 급시 관할의 각급 현, 진, 촌에도 정해진 기일 내에 관내 모든 주민들이 건강코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저항하는 주민들에게는 현지 관리들이 무제한 자가 격리조치를 내리겠다고 협박했다.

“관리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건강코드를 신청하라고 윽박지르고 협박하기까지 합니다.” 허쩌시 차오 현의 어느 주민이 비터 윈터에 말했다. “곧 학교가 재 개학할 텐데 건강코드가 없는 학생들은 등교를 불허할 것이라더군요.”

중국 어디에나 있는 얼굴인식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여타 감시 시스템과 비교해도 건강코드 매커니즘이 커버하는 사람 수가 더 많고 수집하는 신상정보도 더 광범위하다. 이제는 사람들이 출근을 하든, 택시를 타든, 병원에 가든, 쇼핑을 하든, 수많은 일상행위에 건강코드가 필요하므로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훨씬 혹독한 통제사회를 만들 수 있다.

반체제 인사와 종교인들에게 강화된 통제가 더욱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3월 3일, 중국 동부 저장성에서는 종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체포된 전력이 있던 어느 전능하신하나님교회(이하 전능신교) 여성 신자가 건강코드를 신청하다가 구금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녀는 현지 정부로부터 앱에서 녹색코드를 받은 사람만 식료품점이며 슈퍼마켓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별수 없이 건강코드를 신청했다. 그런데 신상정보를 통해 그녀가 과거 체포된 전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경찰은 즉각 강제로 그녀의 몸수색을 하고 사진을 찍고 혈액 채취까지 했다. 그들은 그녀가 여전히 전능신교 신자인지를 캐묻더니 느닷없이 유행병 진원지인 우한 시에서 온 것 아니냐면서 강제 ‘격리’가 필요하다며 그녀를 어느 호텔로 끌고 갔다. 그녀는 그곳에서 심문을 받았고 경찰들은 신앙생활을 계속한다면 그녀를 다시 감옥에 보냄은 물론이고 가족까지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결론으로, 뉴욕타임스는 중국 ‘관리들은 건강코드 개념을 공공보건을 넘어선 영역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는데 이는 이번 디지털 사회통제 실험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짐작하게 한다고 분석한다. 다시 말해서, 중국 전역의 도시에서 ‘현재 주민들을 각종 바이러스 관련 앱에 묶어두는 다양한 방식이 실험’되고 있으며 ‘이런 정보를 국가가 떡 주무르듯 하게 되면 각종 차별 조치의 시행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심지어, 빨간색코드나 노란색코드를 받은 사람에게는 보험료를 올릴 수도 있고 취업이나 승진 기회도 박탈할 수 있다.’

 

06.13.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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