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갈등 속에 선 신앙인

지난 5월 25일 경찰에 의해 희생당한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가 5월 30일 토요일부터 미전역에서 시작되면서 이중 상당수가 폭력으로 변질되어 많은 사업장이 참혹하게 망가졌습니다. 필자가 살고 있는 필라델피아의 경우에도 흑인 거주 지역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던 분들이 많은 어려움과 손실을 당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겨우 버둥거리며 서있던 사업장이 생각지도 못했던 폭력으로 인해 주저앉게 되었습니다. 이번 시위의 중심에 오래 동안 자리 잡고 있던 인종차별 문제가 있음을 다시 확인하면서 말씀을 가슴에 품은 신앙인으로 어떻게 이런 시대를 살아야 할지 고민해 봅니다.

세계 굴지의 여성 부자인 오프라 윈프리 여사가 스위스의 명품가게에 물건을 보러갔는데 그 가게에서 일하는 종업원이 윈프리에게 "여기는 당신에게 너무 비싼 가게”라며 노골적인 조롱과 멸시를 했습니다. 윈프리는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고 조용히 가게를 나왔다고 했습니다. 세계적인 유명인사에 해당하는 윈프리조차도 인종차별의 벽을 넘어가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미국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인종차별, 특히 흑인을 향한 차별은 언제든지 시한폭탄처럼 터질 수 있는 불안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1619년 서부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미국에 잡혀와 노예의 길을 걷는 네 사람을 선두로 해서 그로부터 240여년이 지난 1860년의 센서스 자료에 의하면 당시 미국의 노예숫자가 무려 3,950,540명으로 거의 4백만명에 육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미국이 독립선언서를 발표하면서 ‘인간의 평등’에 대해 언급을 했습니다만 그 당시에도 ‘흑인은 백인의 5분의 3에 해당되는 것’으로 정의하고 정부기관의 대표자 수를 정하거나 세금을 부과할 때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즉 백인을 1로 본다면 흑인은 0.6에 해당되는, 백인은 하나의 완전한 인격체이지만 흑인은 60% 정도만 인격체로 이해하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 역사적인 전통과 이해관은 자동적으로 흑인들을 지능과 도덕기준이 떨어진 어설픈 인간으로 보도록 만든 것입니다. 오늘의 흑백갈등의 근저에는 그러한 시각과 관점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인종간의 갈등 속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성경 속의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빌레몬과 오네시모 그리고 바울이라는 사람입니다. 오네시모는 노예였고 빌레몬은 오네시모를 소유한 주인이었습니다. 그 노예였던 오네시모가 빌레몬에게 여러 가지 손실을 남기고 도망을 칩니다. 그렇게 도망쳐 나온 오네시모가 로마에 와서 바울과 복음을 만나게 되고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되었습니다. 그런 오네시모를 바울은 이전에 주인이었던 빌레몬에게 돌려보내면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 편지를 통해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로 바울이 제시한 기준을 우리도 받아들인다면 분명 인종간의 갈등에 새로운 지평선을 그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인종갈등과 계층갈등을 풀어갈 수 있는 가장 큰 해결책은 ‘상대를 향한 하나님의 비전’을 품는 것입니다. 바울은 노예였던 오네시모가 도망쳐 로마까지 와서 자신을 만나게 된 일을 설명하며 그 모든 과정이 ‘하나님의 경륜’ 속에서 일어났음을 확인합니다. 노예였던 오네시모가 도망쳐 나온 잘못된 행위를 하나님은 오히려 오네시모의 영혼을 구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바꾸어 사용하셨다고 말하면서 우리를 아프게 하고 속상하게 하는 일을 대할 때 반드시 필요한 ‘거룩한 관점’을 우리에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흑백문제를 대할 때 상대를 향한 거룩한 비전이나 꿈 없이 우선 급하기 때문에 얼버무려두거나 돈으로써 땜질하려고 해왔기 때문에 늘 인종 간에 긴장과 상처가 있게 된 것입니다. 이제 그러한 악순환을 끊고 하나님의 거룩한 비전을 품고 우리에게 아픔을 주는 사람들을 대하기 시작한다면 분명 그곳에서 하나님이 존귀한 역사를 이루실 것입니다. 시위대 앞에 무릎을 꿇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당하게 대우받고 있는 사람들을 향한 거룩한 비전, 곧 아름다운 꿈입니다. 이 비전이 있어야 자존심의 상처도 극복할 수 있고 분노의 마음도 사랑으로 채울 수가 있습니다. 갈등과 소음이 난무한 시대에 하나님의 비전으로 이웃을 바라보는 신앙인들이 되시기를....

thechoi82@yahoo.com

06.13.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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