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목(碑木)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이름 모를 산하(山河)에서 피를 내뿜으며

호흡이 다할 때까지 얼마나 그리웠을까.

아들을 전선(戰線)에 보내 놓고 목 놓아 기도할 어머니가, 

동네 어귀에서 숨어 지켜보며 짝사랑했던 어여쁜 소녀가.

 

그 숭고한 죽음에 적막한 비목 하나 꽂힐 뿐일 텐데

나 억울하다 하지 않고 이렇게 외치다 

숨을 거두었을 것이다.

“내 조국 대한민국을 위해, 그대들의 자유를 

위해 나 죽어 가노라.

 사랑하는 이들이여, 떠난 나를 위해 더 이상 울지 말고 

 남겨두고 떠나는 내 조국을 보듬고 울어주시오.”

 

6월에 다시 기억하는 현충일, 6.25, 연평대전....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온 자랑스런 젊은 군인들의 피가 

지금도 저 비목에 적셔있다. 

 

 

06.13.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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