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두 가지 일이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내가 해야 할 일이다.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옳겠는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을 누가 말릴 수 있겠는가. 아니, 세상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라고 힘껏 부추기고 있다. 버킷 리스트(Bucket list)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이다.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그 영화는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주인공들이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세계 여행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들이 가고 싶은 대로 아프리카, 인도, 중국, 프랑스 등 여러 나라를 찾아가기도 하고 스카이다이빙도 하는 이야기가 의미 있고 재미있게 펼쳐졌다. 영화를 보면서 그들의 아픈 것은 빼고 저런 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성취해가는 그 주인공들을 은근(慇懃) 부러워하기도 했다.
며칠 전 장례식에 다녀왔다. 드넓은 땅에 묻힌 자들의 수는 헤아리기 어려웠다. 몇몇 묘비에서 그들이 살다간 년수(年數)를 눈여겨보았다. 장수(長壽)한 사람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저들은 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떠났는가. 대부분이 그런 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기고 떠났을 것이다. 누구나 죽는다. 그 날이 언제인지 스스로는 모른다. 그렇다면 오늘이라는 시간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해야 하는 시간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 그래서는 안 된다. 하고 싶은 것을 하다가 가는 것이 성공적인 인생일 순 없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버지께서 내게 하라고 주신 일을 내가 이루어 아버지를 이 세상에서 영화롭게 하였사오니.” 예수님은 하고 싶은 일을 하신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하셨다는 말씀을 하신 것이다. 영화 "Passion of Christ"에서 예수님을 역을 맡은 사람은 제임스 커비즐(James Carvizel)이다. 그 이름의 이니셜이 예수님처럼 JC이다. 그가 그 영화를 촬영할 때 나이가 예수님이 죽으시던 나이인 33세였고 예수님처럼 목수의 일도 하곤 하였다. 그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유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예수님 말씀과 궤(軌)를 같이 하는 의미심장한 말이다. 물고기가 물 밖에서 내 맘대로 살아보겠다고 뛰쳐나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물고기도 자기의 자리가 있다면 우리 인생은 더 무슨 말을 하겠는가. 모든 사람들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쫓지 말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추구해야 옳지 않겠는가.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바울은 그것을 사명이라고 부른다.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 바울은 자기가 해야 할 일, 사명을 이루기 위해 생명조차 아끼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사람은 결코 사명을 운운(云云) 할 수 없다.
어느 청교도는 이렇게 기도했다. “통치하시는 하나님, 나의 일이 아니라 주님의 일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으니, 내가 스스럼없이 주께 아뢰기를, 사탄이 지배하는 모든 곳에 주님의 나라를 세워 달라고 간구합니다.... 주님, 주님 뜻대로 나를 사용하시고, 주께서 원하시는 대로 내게 행하소서. 주님의 일을 확장하시고, 주님 나라가 임하게 하시며, 주님의 복되신 영향력이 세상에 퍼지게 하소서!... 내가 바라는 것은 주님의 일과 주님의 나라요, 나의 일과 나의 나라는 아닙니다.”
우리 기도는 어떠한가. 나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싶으니 하나님은 잘 도와주시기만 하면 된다고 뻔뻔(?)하게 기도하는 것은 아닐까. 저 청교도의 기도처럼 이제는 겟세마네 예수님 기도가 내 가슴에 담기고 내 입술에 적셔져야 하겠다. “내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09.07.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