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한마디로, 일본의 국가 정체성 문제라고 지적한다. 즉 제 2차 세계대전 이전의 일본으로 회귀하고 싶은 속내를 들어 낸 단적인 예라고 본다. 극우세력을 등에 업고 아베 정권은 “일본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라는 모토로, 과거역사청산 부인으로 뒤쳐질까 불안한 나머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일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라고 일본인들을 몰아붙이고 있다(Ahead of the Tokyo Olympics, Japan ponders what it means to be Japanese: Japan is still not comfortable with its own sense of identity).
<1741호 1면 탑 기사에서 계속>
내년 여름 하계올림픽이 열리면 세계의 눈은 일본을 향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일본은 이 사실을 매우 예민하게 인식하고 있다. 매스컴은 벌써부터 올림픽 이야기에 열을 올리고 있고,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줄이자는 제안에서부터 일본식 이름의 영어 표기법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일종의 불안감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은 더 이상 1964년 올림픽을 개최했을 때처럼 최첨단 기술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국가가 정체성의 문제를 두고 고민하지만 일본만큼 이 문제를 크게 생각하는 곳은 드물다. 일본은 “니혼진론”, 일본이라는 국가를 정의하는 것은 무엇이며 일본인이라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한 이론이 하나의 장르를 이루고 있을 정도다. 일본인은 물론 외국인들까지도 이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다투어 내놓고 있다.
역사적으로 일본의 정체성은 일본인의 특수성과 우월성을 강조하는 사상에 의해 얼룩져 있다. 전통주의자들은 한때 일본인을 선택받은 민족으로 보았고,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천황은 (2차 대전 이후 신의 지위를 박탈당했지만) 태양의 여신의 직계 후손이다. 이 같은 사상은 일본이 아시아 일부를 식민지화 하는데 뒷받침했고, 2차 대전 참전의 동력이 됐다.
그러나 바로 그 전쟁에서 패해 미국의 점령과 군대의 해산을 겪으면서 이 정체성이 가진 힘은 파괴됐고, 나라의 정체성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일본은 새로운 내러티브를 추구하게 됐다. 1945년 이후 일본은 평화주의적인 경제 강국 건설에 온 국민의 전력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 버블 경제의 붕괴와 이어진 경기 침체로 인해 새로운 내러티브 역시 타격을 입게 된다. 일본은 포스트 2차 대전 내러티브의 새로운 버전에서 위안을 찾기 시작한다. 2011년 후쿠시마 사태에 대한 대응으로 대표되는 “역경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일본”이라는 정체성이다.
와세다대학의 데이비드 르헤니 교수에 따르면 오늘날 일본인은 위기를 딛고 일어서는 능력을 스스로의 정체성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정체성이 내포하고 있는 모순은 일본의 불안감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다. 두드러지는 동시에 잘 어우러지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으로서 세계적인 존경을 받고자 하지만, 두려워하는 국가가 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일본은 다른 선진국들로부터 존경을 받지만, 동시에 선진국 클럽의 불편한 멤버이기도 하다. 독일과는 달리 과거 전쟁사를 완전히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일민족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도 일본의 자기 이해에 위협이 된다. 평생직장에 만족하는 샐러리맨의 신화도 무너져 내리고 있다. 사회를 이루고 있는 벽돌과도 같은 가족의 모습 역시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일본에서 살고 일하는 외국인의 숫자도 전례 없이 많아졌다. 피츠버그대학의 사회학자 아키코 하시모토는 이런 변화들로 인해 일본인의 단일성이나 단합과 같은 개념이 애초에 얼마나 과장돼 있었는지가 노출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어떤 이들에게 이는 공포로 다가온다. 아베 신조 총리의 측근 일부를 비롯한 골수 수정주의자들은 과거로 돌아가는 데서 답을 찾고 있다. 영광스럽고 때로는 픽션에 가까운 과거에서 영감을 얻어 “다시 일본을 위대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1957년 미국에 의해 쓰여진 헌법을 다시 쓰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본 군대의 정상화가 주장의 핵심이다. 신격화된 천황이나 신도교를 일본 정체성의 핵심으로 삼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한 개념 자체가 1868년 메이지 유신 때 만들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메이지 유신 이래 일본은 변화에 매우 민첩하게 반응하며 적응해왔다. 서구의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기 위해 서구의 경제, 군사, 정부 시스템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2차 대전 이후 일본이 패전국에서 제 3위 경제대국으로, 전쟁을 시작한 국가에서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로 탈바꿈한 과정은 놀라울 정도다.치는 것 이상의 의미이기도 하다. 당신의 말에는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관계 맺기로부터 시작하라. 그러려면 최소한 소수의 사람들과 정직하게 삶을 나누고, 신뢰하고, 서로 책임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변화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배워야 할 것들이다. 그러면 당신의 변화된 마음에서 가르침이 자연스레 흘러나올 것이고, 이것은 입으로만 떠드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훨씬 더 큰 울림을 줄 것이다.
08.17.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