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시작과 본격적인 휴가시즌을 맞으면서 단기선교도 역시 시작됐다. 2014년 미국 교회 복음주의연합단체(NAE)가 소속 교회들을 설문 조사한 결과, 무려 94%라는 압도적 숫자가 단기선교를 떠난 만큼, 단기선교는 대세 중의 대세다. 그러나 구태여 수치로 표현해서 300만 명(?) 이상, 떠나는 단기선교다보니, 소요되는 재정이나 노력에 비해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결과가 많다는 지적도 많다.
먼저 정말 얼마나 많은 크리스천들이 단기선교를 떠나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과연 단기선교를 통해 장기 선교사 배출이나 선교지에서 관계를 형성해 실제로 복음 전파가 이뤄졌는지를 파악할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하기에, 단기선교 무용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개 교회의 경우, 담임 목회자나 선교부서의 단기선교 목적에 따라 ‘전도’, ‘자신의 비전 발견’, ’봉사’ 그리고 ‘교인 훈련’ 등등 이름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허다하기에, 단기선교의 목적 자체도 흔들리고 있다. 물론 확고한 선교관으로 장기적인 플랜 안에서 체계적으로 단기선교를 효과적으로 진행하는 선교단체나 교회들도 있다. 그러나 막대한 인원과 재정 동원에도 불구하고, 영향력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기에 그 문제점들을 짚어본다.
남가주 지역에서 캘리포니아 주립대학들(UC)을 중심으로 해마다 여름이 되면 지구촌에 20-40 명 정도의 단기 선교팀을 보내는 선교단체가 있다. 대략 7-8개 국가들을 선정해 한 달 정도 해당 선교지에서 현지 선교사를 지원하고, 선교체험을 경험하게 한다. 선교 경비 역시 펀드레이징이나 도네이션을 통해 하나님의 도우시는 손길을 느끼면서, 선후배들과 함께 선교지에서 일정을 보낸다. 해당 국가에 따라 상대적으로 빈약한 주거환경과 열악한 음식(?)을 섭취하면서 직간접적으로 복음을 증거 한다.
그런데도 해당 선교회의 스텝들은 “수년 동안 단기 선교팀을 파송했지만 현지 선교지에 헌신하는 장기 선교사는 불과 손가락을 꼽을 정도”라고, 단기선교를 통한 장기 선교사 육성과 배출에 미흡하다고 고백한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이 선교단체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인교회, 선교단체, 대학 등등 파종에 비해 거둬지는 결실은 아직은 미약하기만 하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교회에서는 선교를 빙자한 ‘종교적 투어리즘’ 비판을 의식해서, 단기선교를 ‘비전 트립(vision trip)’이란 용어로 2000년 후반이후 대체 사용하고 있다. 단기선교에 어떤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현지 방문을 통해 자신의 ‘비전’을 발견하는 조그마한 계기로 삼자는 취지에서 나온 용어다.
선교학에서는 비전 트립의 목표를 타문화를 찾아가서 하나님께서 행하고 계신 일을 발견하고 나를 위한 하나님의 계획 곧 비전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비전 트립은 타문화에 대한 이해, 사역지의 탐색, 타문화 속에서의 팀웍 훈련, 현지 선교사역에 대한 이해 증진, 현지 선교사와의 교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단기선교는 보통 짧은 기간에 진행되더라도 복음을 심는 직간접적인 사역을 실행한다. 단기선교의 중요한 방향은 현지 선교사의 사역을 돕는 것에 있으며, 동시에 단기선교를 통해서 참가자들이 장기선교에 헌신하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또 단기선교 대신 ‘단기봉사’라는 용어가 점점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선교현장에서 현지인을 직접적으로 개종시키는 것보다는 그들의 곤경에 인도주의적 동기에서 접근한다는 의미에서 사용되는 말이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단기선교의 목적이 비전 트립으로 그리고 단기 봉사로 같이 동시에 사용되다보니, 결국 한 지붕아래 세 가족이 모여 사는 형태로 단기선교가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동일한 맥락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선교지로 파송되는지를 가늠할 길이 없다.
단기선교 전문단체(www.shorttermmissions.com)는 구체적인 수치를 파악할 수 없는 원인으로 다음과 같은 3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너무나 많이 확산돼있다: 1000개 이상의 미국 선교단체, 수만 개의 교회와 1,000개가 넘는 기독교 대학, 신학교, 고등학교에서 단기 선교팀을 보낸다. 파견단체, 참가자, 목적지 및 선교 모델 간의 이러한 다양성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선교여행을 가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산출하기가 어렵다. 그나마 2004년 연구(Robert Wuthnow)는 최상의 결과를 말해준다. 청소년 그룹과 교회들을 포함해서 240만 명으로 추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수치도 유사할 정도로 보고 있다.
△국내 여행 요인: 매년 여름 단기선교에 참여하는 300개 그룹의 데이터를 보면 미국의 단기선교 참가자 중 약 35%가 해외가 아닌 미국에서 봉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나리서치 역시 실시한 2008년 설문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3%는 미국 내에서 선교사역을 했다고 응답했다.
△단기선교를 보내는 팀들의 다양성: 단기 선교사의 약 60%가 자신들이 다니고 있는 지역교회들이 알고 있는 선교사들 지역으로 직접 파송됐다. 선교단체나 기관을 통하지 않고 개교회 위주로 보내다보니, 나중에 선교 결과를 도출한 자료가 없다. 또한 많은 크리스천들이 세속 그룹이나 조직에서 벌이는 국제 및 국내 봉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따라서 과연 이러한 여행을 단기선교 영역에 포함시켜야 하는지가 불분명하다.
선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마찬가지로 단기선교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성이다. 누군가가 복음을 받아들이고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그의 세계관과 인생이 변화되는 것은 한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기도와 노력, 그리고 그 가운데 만들어지는 관계성이 있다. 따라서 3년 정도 한 지역을 집중해서 단기 선교팀을 보내,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제안이 제기된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사역과 성취가 아니라 관계성이기 때문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기는 어렵지만 다시 만나는 사람에게는 마음이 쉽게 열리는 것, 즉 선교는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단기 선교사역은 그 나름대로의 특별한 부분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장기 선교사역과 함께 조화를 이룰 때 빛을 발할 수 있다. 장기 선교사역의 계획과 비전 아래에서 단기 선교사역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신뢰할 수 있는 선교사와 함께 협력하는 것이 절대적이고, 교회의 전체적인 선교 정책이나 방향에 맞추는 것이 필수다. 여기저기에서의 소모적이고 일시적인 각개전투가 아니라 교회가 전체적인 그림을 맞춰가면서 적재적소에 필요한 팀들을 파송하고 몇 년의 계획을 세우면서 선교전략을 수립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하나님께서 주신 소중한 자원들을 아끼고 선용하는 것이다.
07.13.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