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너무 느슨해져 있다!

우리는 지금 주님께서 본격적으로 죽음을 향하여 나아가시는 사순절을 보내고 있다. 사순절이란 재를 머리에 얹거나 이마에 바르며 죄를 통찰하는 재의 수요일로부터 시작되며 주일을 제외한 부활절 전 40일 동안을 말한다. 원래 사순절이 카톨릭에서 시작된 절기이기 때문에 사순절을 개신교 전통으로 지켜야 하느냐 하는 문제를 가지고 논란이 있다. 실제로 종교개혁가들 중에서도 사순절을 지키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첨예하게 입장이 갈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좋은 것은 굳이 버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순절 전통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이들의 주장은 신자는 모름지기 항상, 일년 365일 주님의 십자가를 묵상해야 하고 십자가 정신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기도 하지만 나는 우리가 항상 그런 스피릿으로 살아야 하지만 사순절이라는 절기를 정해놓고 더욱 그런 마음으로 살기를 실천하다 보면 항상 주님의 십자가를 더욱 마음에 모시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주일을 지키는 정신과도 일치한다. 모든 날이 주님의 날이긴 하지만 주일을 지킴으로 다른 날도 다 주님의 날이라는 사실을 더욱 기억할 수 있는 것이다. 십일조를 내는 정신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주께로부터 왔으니 모든 것은 주님의 것이다. 그렇지만 십일조를 냄으로 이런 정신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순절을 무슨 전통으로 얽매여 지킬 필요까지는 없으나 이런 시간들에는 더욱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면서 은혜롭게 보낸다면 해로울 것이 없다고 여겨진다.

사순절에 기본적으로 노력할 것은 절제의 미덕이다. 절제의 사전적인 의미는 알맞게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윤리적으로는 방종하지 않도록 감성적 욕구를 이성으로 제어하는 것이다. 신앙적으로는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그 앞에 정결하게 행동을 조심하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원래 초기 기독교는 엄격한 절제 생활을 추구하였었다. 절제란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는 자가 잊지 말아야 할 기본이다. 전통적으로는 금식을 강조하여 저녁에 한 끼만 식사하였다. 사순절 기간에는 생선이나 육류뿐만 아니라 우유와 달걀로 만든 음식도 금지시켰다. 연극이나 무용, 오락 등도 금지시키고 화려한 옷을 입고 외출하는 것도 삼가게 하였다. 대신 예배와 기도회에 참석하기를 권장하였다. 요즘 시대에는 교회가 이런 모든 내용을 실천하는 것을 강요하지 않지만 나름대로 개인에 맞게 조절하는 것은 은혜롭다. 예를 들어 한 끼라도 금식한다든가, 좀 더 기도 시간이나 성경을 묵상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경건한 젊은이들은 이 기간 카페인이 들어간 일체의 음료를 마시지 않는가 하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스마트 폰을 사용하지 않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나름 창의적인 아이디어라 생각된다.

그리스도인들의 삶이 너무 느슨해져 있다. 세상 사람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 뭐든지 제 맘대로 다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방종한다. 일탈이 일상화되어 있다. 세상 사람들처럼 탈세하고, 서슴지 않고 거짓말하고 도둑질한다. 주일날도 함부로 빠진다. 말은 뻔지르르하지만 신앙적인 의무 실천은 뒷전이다. 교회에서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면서도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조금만 어려워도 낙심한다. 너무 맥없이 무너져서 일어나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근성이 부족하다. 이런 모든 것들에 절제가 필요하다. 그런가 하면 이 기간에는 더욱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고 그 고난의 의미를 삶에 적용해야 한다. 예수님은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말씀하시고는 그 분 자신이 한 알의 밀알처럼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써 모범을 보이셨다. 그런 예수님을 본받아 썩어지는 삶을 살기를 결단한다면 사순절은 참 복된 시간이 될 것이다.

 

04.13.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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