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하시는 말씀 다 알아듣잖아, 그렇지?” 덴마크 출신 엄마와 영국인 아빠를 가진 소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필자가 공항에서 만난 부부는 런던에서 아이를 이중언어 구사자로 기르는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쉬운 일은 아니다. 아빠는 덴마크어를 전혀 하지 못하니 딸에게 덴마크어로 말하는 사람은 엄마뿐이고, 그나마도 딸은 영어로 대답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모국어를 공유하지 못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경험일 수 있다. 특히 이민자로서 자식에게 자신의 모국어를 물려줄 수 없다는 사실은 괴롭다. 해외에서 거주하거나 이민을 간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인터넷 게시판과 소셜미디어에서 적극적으로 공유한다. 어쩌면 누군가는 이중언어 구사자를 길러내는 비법을 알아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진다.
따라서 ‘이코노미스트’는 해외에서 자녀에게 모국어를 물려주는데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소개해준다(Expats often struggle to pass on their languages: The trick is to engage children’s hearts as well as their minds).
어린이들은 언어를 빨아들이는 스펀지와도 같다. 하지만 피상적인 노출만으로 언어를 마스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꽤나 많이 들어야만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스스로 자주 말해야만 구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정신적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활동이기 때문에, 추가로 언어를 익히려는 동기, 필요 또는 욕구가 없는 아이의 경우 듣거나 말하기를 피하려고 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뇌는 이미 여러 가지 활동으로 충분히 바쁜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가 외국에 거주하게 되면 자녀세대에서 모국어는 사라지기 십상이다. 미국의 경우, 전체 인구 중 미국 밖에서 태어난 사람이 13.7%이며, 이 수치는 4.7%보다 낮았던 적이 없다.
하지만 외국어 구사자의 수는 누적되지 않았다.
오늘날 미국에서 외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의 수는 25%에 불과하다. 이민 와서 처음 태어난 세대는 주로 영어와 부모의 모국어를 모두 구사하지만, 그 다음 세대는 영어만을 구사하게 되고, 조부모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에는 정부가 이민자들에게 모국어 사용을 독려하지 않았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대놓고 미국이 “다국어 기숙사”가 될까봐 걱정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오늘날은 이런 추세가 바뀌어 정부는 각 가정의 언어생활에 개입하지 않고, 나아가 이민자 가정의 외국어 구사능력을 귀한 자원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민자 가정의 자녀들이 부모의 모국어를 익히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여러 요인이 존재한다.
첫째는 제도적인 압박이다. 아이가 제 2언어로 보내는 시간은 곧 제 1언어에 노출되지 못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교사들이 부모들에게 모국어 사용을 자제하도록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특히 모국어가 “대접받지 못하는” 언어인 경우에 더욱 그렇다). 부모들은 자녀교육을 걱정해, 교사의 조언을 받아들이곤 한다. 아이들에게는 분명 2개 이상의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실제로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아이들의 어휘력이 한동안은 양쪽 모두 부족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중언어 구사자들의 인지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들도 있다. 복잡한 업무에 잘 적응하고, 집중력이 높으며, 노후에 치매도 늦게 온다는 것이다.
이런 장점들이 없다 하더라도 아이들이 가족 및 타문화와 유대감을 갖게 되는 것은 그 자체로 좋은 일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이중언어 구사자로 키울 수 있을까? 부모의 모국어가 같은 경우, 집에서는 부모의 모국어를, 집 밖에서는 해당 국가의 공용어를 쓰는 식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부모의 모국어가 다른 경우인데, 이 경우 가장 흔한 접근법은 “한 부모, 한 언어” 정책이다. 스위스의 언어학자 프랑소와 그로스장은 “필요성”을 강조한다. 제 2언어만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을 정해놓는 방식을 추천한다.
독일의 언어학자 사빈 리틀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리틀은 부모가 강요하는 모국어가 거부감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이에게 스스로 해당 언어와의 정서적 유대를 쌓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리틀의 아들 역시 엄마의 언어인 독일어를 포기했다가 다시 시도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녀는 아들에게 스스로 언제 독일어를 쓸지를 결정하도록 했다. 아들은 독일어를 못 하는 아버지가 소외되지 않도록, 엄마와 단둘이 하교 후 방과후교실로 가는 차 안에서만 독일어를 쓰겠다고 결정했다. 모자는 영어와 독일어가 혼합된 아들의 특이한 언어를 둘만의 어휘에 추가해 농담거리로 삼곤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처럼 그 역시 하루에 유튜브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독일어 영상을 시청하는 것은 예외라는 규칙도 정했다.
리틀은 원어민을 위한 앱이나 엔터테인먼트로 언어를 배우는 것을 추천한다.
언어는 정체성의 중요한 일부다. 아이에게 모국어를 물려주려다 실패하는 경험은 고통스럽다. 성공의 비결은 주입식으로 언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 것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