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은 이제 그만!...높은 기대치 역효과

BBC, 스트레스에 빠진 밀레니엄 세대의 무기력 증후군 소개

"아주 작고 기본적인 일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어요." "'해야 할 일'을 해내는 게 어른이라는데 그 해야 할 일에 모든 것이 포함되고 멈추지를 않았죠." ‘버즈 피드’ 뉴스 헬렌 피터슨 기자의 '밀레니얼 세대는 어쩌다 무기력한(번아웃) 세대가 됐는가'라는 기사에 나오는 말이다(How Millennials Became The Burnout Generation?)

그는 1981년에서 1996년 사이 태어난 '밀레니얼'들을 관통하는 '무기력'을 초래한 원인을 분석하며, 짧아지는 근속연대리모 공장수, 잦아지는 퇴사, 일하기 싫어하는 젊은이들을 조명했다. 밀레니얼 번아웃을 소개한다(Is there an answer to millennial burnout?)

 

기성세대가 '요즘 애들'을 두고 자주 하는 비판 중 하나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기성세대는 '흔히 편하게 자란 청년세대의 끈기 부족'을 지적해왔지만 피터슨은 오히려 청년세대에 씌워진 부담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아이를 사회에 준비된 인력으로 키우려는 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과 이를 방해하는 취업난, 그리고 이어지는 경제적 압박 등이 더해져 청년세대가 쉬지 않고 일해 왔다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자기 최적화와 자기 계발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정신적 탈진

번아웃 증후군은 보통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느끼고 열정을 잃어버리는 증상의 통칭하는 용어다. 정신적 탈진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번아웃의 원인으로는 주로 가중된 업무, 미비한 보상, 불공정한 작업, 가치와 충돌하는 업무, 업무 내 커뮤니티의 부재 등이 있다. 번아웃은 보통 스트레스가 높거나 위험한 환경에서 주로 발병한다. 밀레니얼이 받는 스트레스는 다르다. 

밀레니얼 세대가 높은 비율로 번아웃을 경험한다는 사실은 어찌 보면 그들의 업무 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스트레스가 없는 업무 환경이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그 스트레스가 밀레니얼 세대에게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1946년-1964년)보다 정서적 고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번아웃의 큰 원인 중 하나인 '경쟁'을 예로 들면, 밀레니얼 세대는 인터넷, SNS 등의 범용화로 더 많이, 자주 남들과 경쟁하고 비교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자연히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더 잦아졌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높아졌다.

또 젊은이들 사이 우울 증상을 겪는 비율도, 마음의 병이 퇴사를 영향을 끼치는 비율도 높아졌다.

 

높은 기대치

밀레니얼의 높은 번아웃 빈도는 그들의 '높은 기대치'와도 연관 깊다. 이전 세대가 겪었던 사회 경제적 제약 없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때때로 그들을 옭아매는 사슬이 된다. 기대치를 높게 설정한 상황에서 실패를 피하고자 열심히 노력하다보니 상황이 예상외로 재개될 때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특히 이들 중 자기 비판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성향을 가진 이들은 번아웃에 더 취약하다. 오픈 대학 강사 라지빈더 사무라는 이 때문에 오히려 유능하고 건강해 보이는 이들이 더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한 연구진은 실제 1970년대 항공 교통 관제사 400명을 상대로 3년간 업무 탄력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 관제사의 99%는 자기관리에 능해야 하는 군인 출신이었는데 대부분이 번아웃 증후군을 호소했다.

연구진은 군인 출신 관제사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고, 충분한 훈련 없이 적용하고, 매일 같이 야근에 시달리는 업무환경에도 기대치를 충족시키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던 것이 번아웃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망가진 틀 안에서 너무 열심히 달린 것이다. 관제사들이 1970년대 경험했던 기대치가 지금 밀레니얼 세대의 기대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상기해봤을 때, 밀레니얼이 특히나 번아웃에 취약한 이유도 가늠해볼 수 있다.

 

역효과

직원들의 번아웃을 막기 위해 더 '강하게' 훈련시켜야겠다고 결심했다면 다시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사례들에 따르면 이는 오히려 부담과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특히나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은 완벽주의자나 자기 비판적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더더욱 위험하다. 그래서 이상을 좇는 것은 중요하지만 밀레니얼 세대가 그것에 해당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유리 멘탈'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관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자녀가 유리 멘탈이라고 해서 더 강하게 질책하거나 훈련시키는 관습도 오히려 역효과만 재생산할 수 있다. 너무 큰 기대치가 주어진 순간 이룰 수 없는 이상에 사로잡혀 잘못된 시스템을 관용하고 자기 자신을 혹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개인을 질책하기에 앞서 우리 사회를 되돌아봐야 할 때다. 복잡하고, 어렵고, 스트레스 가득한 업무에 적응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단순화하고 지장을 주는 요소들을 제거하면서 효율을 늘려나갈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02.23.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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