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의 전쟁, 유치원 단계서 해결해야!

가난과의 전쟁, 유치원 단계서 해결해야!

1965년 린든 존슨 대통령은 “가난과의 전쟁” 정책의 일환으로 3, 4세 아동을 위한 여름학교 프로그램 “헤드 스타트(Head Start)”를 야심차게 도입했다. 오늘날 매년 백만 명의 어린이들이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또래 미국 어린이들 가운데 정식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는 비율은 전체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유럽이나 아시아의 선진국에서 유치원에 다니지 않는 어린이가 10% 미만인 것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수치다.

반세기 전에 미취학기 교육을 강조했던 원인은 바로 가난을 물려받지 않기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A running start: Poor children fall behind early in life. Better pre-school education could help).

미취학기 교육의 중요성은 연구 결과로도 잘 드러난다. 아동들의 학습 능력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점에 이미 가정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져 있다.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 가정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2011년 스탠포드대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학과 읽기 능력은 6세에 이미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이 격차는 18세까지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UCLA의 또 다른 연구에서는 그 이유를 부유층의 사교육에서 찾았다. 6세까지 부유층 자녀들은 빈곤층 또래들에 비해 1300시간 이상의 과외 활동을 한다. 가난한 부모들은 미취학 자녀의 교육에 투자할 돈도, 시간도 없다.

이런 연구 결과는 유치원 단계의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유치원 공교육 강화는 계층 간 이동을 가능케 할 뿐 아니라, 이후 단계에서 교육 격차, 빈곤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복지 예산을 투입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치원 교육의 효과는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었다. 린든 존슨 정부의 “헤드 스타트” 프로그램도 빈곤층 아동들의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데 큰 효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6, 70년대에 시작된 장기 연구의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유치원 공교육 강화에 힘이 더 실리고 있다. 유치원 교육을 받은 집단과 받지 않은 집단을 수 십 년에 걸쳐 추적 조사했더니 고교 졸업률이나 취업률, 소득 등 모든 면에서 차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유치원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심지어 더 건강하고, 담배를 피울 확률이나 감옥에 갈 확률도 낮았다. 유치원 공교육 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내실 있는 유치원 교육이 단순히 학업 성취도를 높일 뿐 아니라, 성실성과 같이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평생 유용하게 쓰이는 자질들을 몸에 익히게 해준다고 말한다.

물론 국가가 모두에게 유치원 교육을 제공해야 하는가는 또 다른 어려운 문제이다. 캐나다 퀘벡 주 정부는 공립 유치원을 대폭 확대했지만, 사설 기관이나 가정에서 고급 사교육을 받던 어린이들이 공립 시설로 옮겨진 경우 오히려 사회적 발달에 해가 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그럼에도 유치원 공교육 확대론자들은 유치원 교육은 장기 투자이며, 빈곤층과 부유층이 격리되다시피 하는 초, 중등 교육 과정에 이르기 전에라도 다양한 사회 계층이 한데 어울려 생활할 기회가 있다면 이것이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