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초대교회 - 교부 (4) 속사도 교부, 풀리캅

1. 초대교회 - 교부 (4) 속사도 교부, 풀리캅

조진모 목사 (필라델비아한인연합교회)

‘나는 가수다!’라는 TV프로그램이 있다. 프로 가수들의 경연대회이다. 관객과 시청자들로부터 가수들의 노래실력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 저조하면 탈락하는 수모를 당하게 된다. 전혀 새로운 개념이다. 가수는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이다. 가급적 경연대회를 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럼 누가 이런 프로그램에 출연할까? 나름 가수로서의 자부심과 도전정신을 지닌 소수일 것이다. ‘나는 그리스도인이다!’ 모든 성도는 분명한 정체성을 지녀야 한다. 그리스도인임을 항상 외치고 삶으로 보여야 한다. 세상의 눈이 언제나 우리를 주시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질문: 순교의 상황에서도 담대한 모습을 보인 성도들이 초대교회에 끼친 영향은 무엇인가?

1) 교회역사를 보면... ▪서머나의 폴리캅 폴리캅(Polycarp)은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일곱 교회 중에 하나인 서머나교회의 감독이었다. 그의 삶과 사역의 배경에는 사도 요한이 있었다. 그는 원래 안디옥 출신으로 사도 요한의 가르침을 직접 받았다. 요한은 폴리캅을 서머나교회의 감독으로 임명한 것이다. 자연히 속사도 교부로서의 그의 신학과 사역에는 요한의 가르침이 그대로 반영되었다. 폴리캅은 사도 요한의 다른 제자였던 속사도 교부 이그나티우스로부터 결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직접 예수를 만난 적이 없는 두 교부들은 사도 요한의 생생한 경험에 근거한 복음을 전달받았다. 그들에게 주어진 사명은 ‘사도적 신앙’을 초대 교회에 속한 성도들에게 전달하고 계승하는 일이었다.

이그나티우스와 폴리캅의 관계를 살펴보자. 안디옥교회와 서머나교회의 감독으로 각자에게 맡겨진 목양에 최선을 다하던 두 사람은 스승의 뜻을 함께 품었다. 이그나티우스는 체포되어 로마로 압송되어가는 길에 서머나를 경유하였다. 폴리캅과 서머나 교회 교인들은 그를 크게 환영하였다. 이그나티우스는 모두 7통의 편지를 남겼는데, 서머나에 머무는 동안 4편을 기록하였다. 나머지 3편 가운데 2편이 폴리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한편은 폴리캅을 다른 한편은 서머나교회를 수신자로 적어 놓았다. 현재 남아있는 폴리캅의 글은 그가 빌립보 교인들에게 보낸 편지뿐이다. 이 외에도 다수의 편지를 기록했지만 분실된 듯하다. 그나마 ‘빌립보 서신’이 보존된 것이 다행이다. 이 글을 통하여 폴리캅의 사상을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빌립보 서신’은 전편과 후편 두편의 서신이 합쳐져 모두 1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서신의 내용 중에 13장의 내용이 매우 흥미롭다. 빌립보교회가 폴리캅에게 이그나티우스로부터 받은 편지를 베껴서 보내달라고 부탁하였다. 그 당시 한 교회나 개인이 받은 편지를 다른 교회가 요구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었다. 바울의 경우를 살펴보면 잘 이해가 될 것이다. 그가 특정한 교회에게 편지를 보냈지만, 각 교회는 그 편지를 베껴서 공유하였다. 결국 이런 형식으로 여러 교회에 회자되던 그의 편지들이 신약성경의 ‘바울서신’으로 정경화 된 것이다. ‘사도적 신앙’을 담은 교부들의 글이 초대 교회 성도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였다. 폴리캅은 이그나티우스의 편지를 빌립보 교인들에게 보내면서 자신의 글을 포함하였다. 그들의 신앙을 칭찬하고 성도 개인과 공동체의 신앙을 더욱 견고케 하라고 권고를 한 후에 순수한 복음을 훼손시키려는 이단의 함정을 경계하라고 적었다. 폴리캅도 영지주의와 맞서 싸운 것이다. 폴리캅과 이그나티우스는 복음 안에서 동역의 길을 걸었다. ‘사도의 신앙’을 전수받은 그들은 한 목소리를 내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초대 교회 교인들을 양육시키고 보호하는 사명 때문이었다.

▪ 나는 그리스도인이다! 폴리캅은 이그나티우스가 로마로 끌려가 처형당한 후 약 반세기를 더 살았다. 동역자의 순교가 분명 그에게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특히 로마정부가 이그나티우스를 로마로 압송하는 과정에 서머나를 경유하도록 일정을 잡은 것은 분명 악한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예수에 대한 신앙을 가지면 ‘너도 이런 죽음을 죽을 것이다!’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있었을 것이다. 반복해서 언급하지만, 폴리캅은 ‘사도적 신앙’을 지녔던 교부였다. 그의 신앙은 철저하게 그리스도 중심적이었다. 이 세상을 살면서 육체로 오신 그리스도를 인정하지 하지 않는 자들은 마귀에 속한 삶을 사는 것이기에 반드시 십자가의 증거를 믿어 구원을 받아야 한다고 분명히 가르쳤다. 또한 구원받은 성도는 심판주로서 재림하실 그리스도를 항상 마음에 새기어 행함이 따르는 살아있는 믿음을 지닐 것을 역설하였다. 폴리캅이 86세가 되는 해에 서머나 지역의 성도들에게 큰 시련이 닥쳐왔다. 기독교에 대한 큰 박해가 일어났다. 원형 경기장에 많은 군중이 모였다. 성도들이 맹수의 먹이가 되는 광경을 목격하면서 기뻐 날뛰며 흥분하는 광경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배교를 선택하는 소수도 있었으나, 대부분의 성도들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순교의 죽음을 영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교인들의 배려로 은신처에 머물고 있던 폴리캅이 한 노예의 누설로 인해 체포당하게 되었다. 치안관들은 백발의 노인을 원형 경기장으로 끌고 가는 것을 나름 안타깝게 여겼다. 체포하려고 들이닥친 자신들을 환대하여 식사를 대접하기도 하며, 잠시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요청한 경건한 그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치안관들은 폴리캅에게 배교를 권했지만 당연히 실패하였다. 원형 경기장에 도착한 폴리캅을 신문하던 전집정관 역시 배교를 권장하였다. 그러나 폴리캅은 이에 굴하지 않았다. 그는 목소리를 높여 담대히 말했다. “나는 그리스도인이다!” 나아가서 군중에게 큰 목소리로 설득하였다. “무신론자들을 멀리하시오!” 결국 폴리캅은 화형을 선고받았다. “나는 지난 86년간 그 분의 종이었다. 나를 구원하신 나의 왕을 내가 어찌 모독할 수 있겠는가!” 그는 준비된 장작더미로 당당하게 걸어갔다. 불이 그의 몸을 태우지 못하자, 결국 칼로 그를 죽였다. 폴리캅의 죽음이 우리에게 생생하게 전해지는 것은, 그가 섬겼던 서머나교회 교인들이 그의 죽음을 알리려는 목적으로 ‘폴리캅 순교록’을 저술하였기 때문이다.

이 책은 기독교 역사상 최초의 순교사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사도적 교부의 삶을 살던 폴리캅은 초대 교회 성도들과 후대 성도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생명보다 더 귀한 분이시다. 우리는 폴리갑의 삶과 죽음으로부터 “나는 그리스도인이다!“라는 고백의 의미를 분명하게 배울 수 있다.

2) 성경이 보인다 - 사도행전 20:17-24, 로마서 14:6-9 성도는 형용할 수 없이 큰 하나님의 은혜로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리스도인의 신분을 얻었다면 이에 버금가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이 땅을 살아가는 전 과정을 통해 이뤄가야 하는 신앙의 성숙은 결국 ‘그리스도를 나의 생명보다 더 귀하게 여기는 모습’을 가능하게 한다. 순교자들이 피를 흘릴 수 있었던 것은 그들 안에 이미 그리스도께서 허락하신 새 생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영을 지니고 있다면 살아도 죽어도 주를 위한 삶을 산다는 확신을 가지고 신앙생활을 하게 된다. 순교의 죽음 자체가 지닌 의미는 매우 크다. 그렇지만 반드시 순교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살 수 있다. 순교 정신을 지니고 살아가는 것이다. 언제나 “나는 그리스도인이다!”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이다. 이메일:covenantcho@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