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자 26명 세례식… “행복이란 출발선에 선 느낌”

소망교도소 ‘하반기 소망세례식’

성탄절을 앞둔 지난 19일 오후 경기도 여주 소망교도소(소장 김영식) 대강당에선 세례를 베푸는 기도가 잇따라 들려왔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내가 ○○○에게 세례를 주노라.” 목회자의 세례를 받는 이들은 다름 아닌 수용자들이었다. 기도가 끝나자 이들은 “아멘”이라고 화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날 수용자 26명은 가족들의 위로와 응원을 받으며 새 사람으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가족들은 꽃을 전하며 세례를 축하했다. “보고 싶었어요.” “이렇게 행복한 날에 왜 울어.” 몇몇 수형자와 가족들은 부둥켜안으며 뜨거운 눈물을 보였다.

수용자들은 서로를 향해 손을 뻗고 축복송을 찬양했다. 홀로 일어서기 힘든 현실 속에 함께하고 있다는 마음을 전하는 듯했다. 2010년 한국교회가 함께 설립한 아시아 최초 민영 교정시설인 소망교도소가 마련한 ‘2024년 하반기 소망세례식’에서다. 세례식은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이어진 부흥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순서였다.

특별한 간증의 순서도 마련됐다. 소망교도소 재소자 출신인 허준서 생명의교회 전도사가 강단에 올랐다. 그는 2020년 소망교도소에서 출소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교육기관인 총신대(총장 박성규) 신학과에 재학 중이다. 허 전도사는 과거 기독교를 부정하고 봉사자들과 싸웠던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허 전도사는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고 열심히 살아왔기에 자신을 스스로 착한 사람이라 여겼다”면서도 “하지만 독방에 있던 시절, 우연히 성경에 담긴 십계명을 읽었는데 어느 하나 지킨 것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지금 자신의 삶이 답답하고 낙심하고 절망스러운가”라고 청중에게 반문하면서 “감히 말씀드리지만, 걱정도 염려도 하지 말라. 부끄러운 제 삶을 하나님은 사랑과 소망이 넘치는 곳으로 이끄셨다”고 말했다. 허 전도사는 자신과 함께 자리에 참석한 아내를 소개하면서 수용자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지난 10월 소망교도소로 이감돼 이날 세례를 받은 재소자 A씨는 “과거를 돌아보면 나는 자만과 교만으로 살아왔었던 것 같다”면서 “하지만 소망교도소에 들어와 복음을 듣고 성경을 공부하니 자연스레 하나님에 대해 궁금해졌고 그리스도인으로 새롭게 살아가고자 세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출발선에 선 느낌”이라며 “출소해서도 아내와 함께 믿음을 이어갈 수 있도록 겸손히 살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12.28.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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