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도 때론 쉬어야 새 힘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목사의 쉼은 유독 민감하게 받아들여진다. ‘목사가 주일에 쉰다는 게 말이 되냐’는 인식도 이런 여론이 만들어지는 데 한몫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목사들은 며칠 휴가를 가는 것조차 교인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안식월’이나 ‘안식년’을 입밖에 꺼내는 건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일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목사의 쉼은 사치가 아니다 새벽기도를 비롯해 수요·금요기도회와 주일 2~3차례 설교가 한국교회 목회자의 기본적인 사역이다. 여기에 심방과 혼인·장례 집례 등이 더해진다. 수시로 교인들의 상담 요청도 있다. 시골교회 목사들은 농번기에 마을 농사까지 돕는다.
실제 국내 목회자 중 절반 넘게(53.6%) 무기력증이나 답답함·피곤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최근 목회자 7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목회자들은 ‘무기력하다(21.2%)’ ‘답답하다(16.5%)’ ‘피곤하다(15.9%)’고 답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순천노회(노회장 박병준 목사)는 ‘단독 목회자 안식월 제도’를 명문화했다. 단독 목회자란 부교역자 없이 담임목사 홀로 목회하는 경우를 말한다. 2021년 신설된 제도를 통해 그동안 목회자 24명이 한 달 동안 쉼을 얻었다. 노회는 선정된 목사에게 개인 여비도 지급한다. 휴가 기간 중 설교할 목사도 임시로 파송한다. 주로 노회 소속 은퇴목사나 기관목사 등이 대신 강단을 지키는데 노회는 이들에게도 사례를 한다. 박해윤 동행교회 목사도 이 제도를 통해 급한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박 목사는 “지방의 단독 목회자는 교회를 비우는 게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나만 하더라도 교회 물탱크 수리를 하는데 올라갔다가 미끄러지면서 얼굴을 다쳤는데 안식월 제도를 통해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쉼을 통해 목사가 회복하면 혜택을 보는 건 교인이다. 널리 확산되면 좋겠다”고 했다.
이기용 신길교회 목사도 최근 국민일보 자문위원회의에서 “목회자의 안식년과 안식월’에 대한 기사가 나간 뒤 실제 목회자의 쉼에 대한 여론이 바뀌는 걸 느끼고 있다. 기회가 닿으면 교단 총회에서 입법 제안도 하고 싶다”고 제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07.27.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