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죽음 길에도 두려움 없으며 그 손에 지팡이 보고 나 안심하리라… 선함과 인자하심이 늘 나를 따르니 내 아버지의 집에서 영원히 살리라.’(통합찬송가 437장)
18일 오후 서울 한복판에서 찬송가 ‘주 나의 목자 되시니’가 울려 퍼졌다. 지난 8일 서거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찬송이다. 영국 역사상 최장수 군주로 70년간 통치했던 여왕을 추모하는 물결이 지구 반대편에서도 일었다.
대한성공회와 영연방 국가인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파푸아뉴기니 대사관은 이날 서울 중구 성공회주교좌교회 대성당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추모 기도회’를 함께 열었다.
기도회는 데이비드 월시 영국성공회 신부의 부름으로 시작했다. 이어 ‘때 저물어서 날이 어두니’(새찬송가 481장)를 합창했다. 영어 제목이 ‘어바이드 위드 미(Abide with me)’인 이 곡은 영어권 국가에서 각종 기념일마다 불리는 ‘국민 찬송’이기도 하다.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의 추도사를 시작으로 영연방 국가 대사들이 여왕의 업적을 소개하고 추모 메시지를 전했다.
크룩스 대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우리 모두의 군주, ‘영혼의 어머니’였다”며 “그는 현대 영국의 상징이었다. 그의 죽음에 깊은 상실감을 느낀다”며 애도를 표했다. 서울외국인학교 학생 2명은 영국 시인 사이먼 아미티지의 시 ‘헌화’를 낭독했다. 이후 여왕을 위해 기도하고 1분간 침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경호 대한성공회 의장주교의 축도로 기도회는 마무리됐다. 기도회에는 크룩스 대사,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타마라 모휘니 주한 캐나다대사대리, 캐서린 레이퍼 주한 호주대사,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대사, 앤드루 야마네아 주한 파푸아뉴기니대사 등이 참석했다.
크룩스 대사는 “엘리자베스 여왕은 깊은 신앙심을 가진 분이셨다”며 “찰스 3세 국왕도 교회에 대한 애정과 신앙심이 깊은 분”이라고 말했다.
09.24.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