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게 펼쳐진 바다에서 대한민국 해군 함정이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냈다. 3주간 바다에서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후 입항하는 것이었다. 정박한 함정 안에서 수많은 장병들이 내렸다. 그런데 이들은 숙소가 아닌 어딘가로 달려갔다. 도착한 곳엔 트럭이 한 대 있었다. 트럭 안엔 함정에선 좀처럼 맛볼 수 없었던 다양한 음식들이 즐비했다. 장병들은 즐거운 표정으로 음식을 먹으며 활기차게 대화를 나누고 어린아이처럼 장난을 쳤다. 삭막해 보였던 함대 분위기는 이 트럭의 존재로 일순간 환해졌다.
해당 트럭은 단순한 푸드트럭이 아니다. 2함대사령부 영내 교회인 해군평택교회가 ‘찾아가는 군선교’를 위해 운용하는 트럭이다. 지난 2년여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군선교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뭔가 획기적인 돌파구 없이 가만히 있으면 난관을 뚫기 쉽지 않아 보였다. 이때 해군평택교회는 푸드트럭을 통해 장병들 곁으로 직접 다가간다는 아이디어를 도출했다. 이는 그동안 군선교 현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푸드트럭 선교방안이 나오자 즉각적으로 일선 교회의 도움 손길이 뻗쳤다. 서울 영락교회(김운성 목사)에서 4500만원에 달하는 푸드트럭을 후원해줬다. 즉석 간식들은 해군평택교회의 선교 예산을 통해 준비됐다. 교회는 민간 카페에서 즉석 아이스 음료와 와플 등을 직접 구매, 제작해 장병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푸드트럭 선교는 장병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부분을 충족시켰다. 해군 장병들은 함정 근무의 특수성으로 2~3주간 바다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다. 장병들은 좁은 함정 속에서 불만족스러운 식생활 등으로 지칠 대로 지쳐있다. 이런 가운데 푸드트럭은 일종의 ‘해방구’가 되는 것이다.
무기지원대대 백건우 상병은 “더운 여름에 임무를 수행하느라 많이 덥고 지쳤는데 군종목사님과 평택해군교회에서 푸드트럭으로 위문 활동을 와주셔서 너무 감사했고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제2해상전투전단 235편대장 김수민 소령은 “사랑과 정성으로 마련해 주신 음식을 통해 종교를 떠나 모든 부대원들이 큰 힘과 사랑을 느끼고 있다”며 “응원에 힘입어 부대원들이 심기일전해 목숨 바쳐 우리 바다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군선교’라는 본연의 목적에 있어서도 두드러진 성과가 나타났다. 지난 2개월간 함대 내 교회의 인기가 치솟은 것은 물론, 교계의 선한 이미지도 확산됐다는 후문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과정에서 크게 감소했던 예배 참석 인원도 10배 정도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앞으로 푸드트럭 선교는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해군평택교회는 더 많은 분량으로 부대 격오지와 서해 최북단(NLL)을 사수하고 있는 함정 근무자들을 찾아간다는 계획이다. 김상혁 해군평택교회 군목(소령)은 “주님이 하시는 사역이 아니면 이렇게 마음을 모으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침체된 군선교를 되살리는 롤모델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09.03.2022